렘브란트-고야… 유럽 300년 미술사 ‘한눈에’

  • 동아일보

‘톨레도 미술관 명작’展 3월 21일 개막
18세기 로코코 시대 걸작 ‘까막잡기 놀이’
매너리즘 시기 대표작 ‘겟세마네의 기도’
톨레도 미술관의 100년 수집품 52점… 유럽 회화 컬렉션 대규모 공개 亞서 처음

프랑스 화가 장오노레 프라고나르의 ‘까막잡기 놀이’는 18세기 로코코 미술의 걸작 중 하나로 꼽힌다. 여인의 발그레한 뺨을 짚 한 가닥으로 간질이는 연인, 큐피드로 보이는 아이가 우아하고 관능적인 필치로 그려졌다. 화려한 봄꽃과 경쾌한 색채는 당대 귀족 사회가 선호하던 낭만적이고 목가적인 분위기를 강조한다. 17세기 바로크 화가들이 절제된 색조와 극적인 명암으로 웅장함과 엄숙함을 표현하던 화풍과는 극명히 대비된다.

‘까막잡기 놀이’를 비롯해 16∼19세기 유럽 회화사에서 이정표를 세운 작품들이 대거 한국을 찾아온다. 3월 21일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 ALT.1 미술관에서 개막하는 ‘렘브란트에서 고야까지: 톨레도 미술관 명작’전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 300년 유럽 미술사를 한눈에

이번 전시는 미국 오하이오주 톨레도(털리도) 미술관의 소장품 3만 점 가운데 엄선된 52점을 선보이는 전시. 톨레도 미술관이 100여 년간 수집해 온 유럽 회화 컬렉션을 이렇게 대규모로 공개하는 건 아시아에선 처음이다.

16세기 르네상스 시대 화가 파올로 베로네세가 성경 속 한 구절을 묘사한 ‘그리스도와 백부장’. ⓒToledo Museum of Art
16세기 르네상스 시대 화가 파올로 베로네세가 성경 속 한 구절을 묘사한 ‘그리스도와 백부장’. ⓒToledo Museum of Art
이 작품들은 미술사적으로는 바로크부터 로코코, 신고전주의, 낭만주의 미술 등을 아우른다. 약 300년에 걸쳐 유럽에서 사랑받은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르네상스와 바로크 사이 나타난 예술 사조인 ‘매너리즘’ 시기 대표 화가 엘 그레코의 ‘겟세마네의 기도’, 바로크 미술의 거장 렘브란트 판레인의 ‘깃털 모자를 쓴 청년’, 스페인 낭만주의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의 ‘수레와 아이들’ 등을 꼽을 수 있다. 신고전주의 화가 자크루이 다비드가 남긴 명작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는 축소본으로 전시된다.

존 컨스터블은 ‘어런들의 방앗간과 성’(1837년)에서 빛과 날씨가 변화하는 순간을 포착해 냈다. ⓒToledo Museum of Art
존 컨스터블은 ‘어런들의 방앗간과 성’(1837년)에서 빛과 날씨가 변화하는 순간을 포착해 냈다. ⓒToledo Museum of Art
이번 전시는 폭넓은 시대를 망라하는 만큼, 다양한 미술 사조가 영향을 주고받은 흔적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이를테면, 17세기부터 그려진 낭만주의 풍경화는 훗날 인상주의에 큰 영향을 줬는데, 존 컨스터블의 말년작 ‘어런들 방앗간과 성’이 그런 연관성을 잘 보여준다.

그림을 그릴 당시의 컨스터블은 직접 영국 어런들 지방을 찾아, 구름에 따라 바뀌는 햇빛의 방향과 산들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등을 화폭에 즉흥적으로 담아냈다고 한다. 김도현 큐레이터는 “당대 화가들은 작업실을 벗어나 야외에서 그리는 방식을 지향했고, 예술가가 자연을 다루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전환시켰다”고 설명했다.

● ‘대항해 시대’를 담은 걸작도


콜럼버스가 스페인 궁정에 전리품을 바치는 장면을 그린 외젠 들라크루아의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귀환’(1839년)은 낭만주의 회화의 걸작으로 꼽힌다. ⓒToledo Museum of Art
콜럼버스가 스페인 궁정에 전리품을 바치는 장면을 그린 외젠 들라크루아의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귀환’(1839년)은 낭만주의 회화의 걸작으로 꼽힌다. ⓒToledo Museum of Art
제작된 시기의 사회적 맥락을 살펴보기 좋은 작품들도 많다. 낭만주의 미술의 대가인 외젠 들라크루아의 ‘콜럼버스의 귀환’이 대표적이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첫 카리브해 항해를 마치고 1493년 귀환했을 때의 장면을 그린 이 작품에는 이른바 ‘신대륙’에서 약탈해 온 전리품들이 등장한다. 금과 무기, 모피, 작은 조각상들, 심지어 원주민들까지 강렬한 색채와 역동적인 붓질로 묘사돼 있다. 네덜란드 화가 마리아 판오스테르베이크의 1685년작 정물화에도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등에서 수입된 화려한 석재 꽃병과 조개 장식이 등장한다.

1842년 윌리엄 터너가 쇠락한 베네치아의 풍경을 그린 ‘베네치아의 캄포 산토’. 
ⓒToledo Museum of Art
1842년 윌리엄 터너가 쇠락한 베네치아의 풍경을 그린 ‘베네치아의 캄포 산토’. ⓒToledo Museum of Art
영국 풍경화의 대가 윌리엄 터너가 그린 ‘베네치아의 캄포 산토’(1842년)에는 대항해 시대 이후 쇠락의 길을 밟는 이탈리아 항구 도시의 면모가 담겼다. 베네치아 석호 너머로 바라본 풍경이 찬란하면서도 다소 초라하게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렘브란트에서 고야까지: 톨레도 미술관 명작’전은 컬쳐앤아이리더스가 주최하고 주한 미국대사관과 현대백화점이 후원한다. 강미란 컬쳐앤아이리더스 대표는 “심층적인 전시 설명을 함께 읽다 보면 이번 출품작들이 유럽 미술사에서 갖는 핵심적 역할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7월 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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