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소장파 의원들은 불법 비상계엄이 1년을 맞는 3일이 되기 전부터 장동혁 대표가 계엄에 사과하지 않으면 집단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의원들 차원에서라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계엄에 대해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겠다고 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3일 장 대표의 사과는 없었다. 그러자 ‘우리라도 사과해야 한다’며 초·재선 의원들이 나섰다. 하지만 대국민 사과문에 이름을 올린 의원은 소속 의원 107명 중 25명뿐이었다.
▷사과문엔 계엄을 막지 못해 국민에게 큰 고통과 혼란을 준 데 대한 사과, 계엄의 위헌성을 확인하고 윤 전 대통령을 파면한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존중, 윤 전 대통령 등 계엄을 주도한 세력과 단절하겠다는 약속이 담겼다. 별도 사과문을 낸 원내 지도부 10명, 개별적으로 사과문을 낸 의원 5명을 합쳐도 40명에 불과하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된 권성동 의원을 제외한 106명 의원의 절반에 한참 못 미친다. 윤 전 대통령의 주장을 따라 한 당 대표를 제외하면 결국 국힘 65명은 그 어떤 메시지도 없이 침묵했다.
▷국민의힘엔 당의 무게중심을 잡을 3선 이상 중진 의원이 34명 있다. 하지만 이들 중 계엄에 사과한 사람은 5분의 1 수준인 7명에 그쳤다. 윤 전 대통령 집권 시절엔 권력의 곁불을 쬐며 독단적 국정에 동조하고, 윤 전 대통령 탄핵은 반대했으며, 대선 패배 이후엔 쇄신을 좌절시키는 데 조용히 협력하며 자기 지역구만 챙겨 온 이들이 부끄러움도 모른 채 계엄 사과조차 못 하겠다고 버티는 꼴이다.
▷1년 전 그날 밤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단 18명이었다. 친윤 등 주류 의원 성향 50여 명이 국회 길 건너편 당사에 모여 있었지만 계엄이 불법이라는 한동훈 당시 대표의 입장이 생중계됐음에도 그 누구 하나 표결하러 본회의장에 가지 않았다. 1년이 지난 지금 생각을 바꿔 그나마 국민 앞에 염치라도 보이겠다고 나선 의원은 기껏 20여 명 늘어난 셈이다. 초선인 김재섭 의원은 4일 “25명을 중심으로 재창당 수준의 강력한 혁신 드라이브를 할 것”이라며 동참하는 의원들이 크게 늘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국민 앞에 마땅히 해야 할 사과의 용기조차 내지 못하는 것인지, 아예 생각이 없는지, 강성 지지층 눈치를 보며 다음 공천만 눈 빠지게 기다리는 것인지 모를 다수 의원들이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민의힘은 계엄, 탄핵, 파면, 대선 때마다 번번이 새로 태어날 기회를 스스로 내던졌다. 그 뒤엔 ‘당이 어떻게 되든 내 의원 배지만 챙기면 된다’는 방관과 무책임이 있었다. 국민의힘 의원들 모두 알면서도 말하지 않는 비밀 아닌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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