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사망 전 한 주 80시간 근무”… 회사와의 합의로 산재신청은 취하
고용노동부, 본사-지점 근로감독
초과 근로자 절반꼴로 “수당 없어”… 노동법 위반 사례 264건 달하기도
5년간 과로 등 산재 사망 1059건
올해 7월 16일 프랜차이즈 제과점 런던베이글뮤지엄(런베뮤) 인천점에서 근무하던 26세 청년이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유족 측은 청년이 사망 직전 일주일 동안 80시간 근무했다고 주장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근로시간은 주당 52시간을 넘지 않아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9일 런베뮤 본사와 인천점에 대한 근로감독에 착수했다. 유족 측은 과로사를 주장하며 지난달 22일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했으나 이달 3일 회사 측과 화해하기로 합의하고 산재 신청을 취하했다. 유족 측은 “회사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지속적인 대화 노력을 통해 유족과 회사는 오해를 해소했다”라고 밝혔다.
● 프랜차이즈 업계 과도한 과로 문화
런베뮤 직원 사망 사건은 프랜차이즈 업계 과로 문화와 부족한 근로 인식의 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 유족 측 김수현 공인노무사는 지난달 28일 고인이 사망 전 12주 동안 매주 평균 60시간 이상 일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근로복지공단이 정한 과로에 해당한다. 청년이 사망 전날 오전 9시경부터 밤 12시 무렵까지 약 15시간 동안 식사를 거른 채 계속 근무한 정황이 고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대화를 통해 전해졌다.
일부 매장에서는 관행처럼 연장 근무 등을 하고 있으며, 매출 집중기에는 식사 시간이 보장되지 않을 정도로 ‘몰아치기 근무’가 상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지난달 1∼14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초과근로 및 포괄임금제’를 설문 조사한 결과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근로자의 경우 47.7%가 초과 근로한 시간만큼 추가로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근무했던 전모 씨(28)는 “맥주와 피자를 팔던 가게였는데, 오후 4시 출근해 영업 준비를 하고 오전 4시 마감했다”며 “영업 준비나 마감 등 영업시간 이외 근무는 시급에 제대로 포함되지 않을 때가 많았다. 매니저급의 경우 주 6일 근무도 잦았다”고 전했다.
런베뮤에선 최근 3년간 산업재해 63건이 발생했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22년 1월∼올해 9월 런베뮤 사업장에서 63건의 산재가 신청돼 모두 승인됐다. 63건 중 60건이 업무 중 사고로 인한 산재다. 지난해에만 산재 29건이 신청돼 모두 인정을 받았다. 최근 중대 산업재해가 반복되는 SPC삼립의 경우 지난해 14건이 신청돼 11건이 승인됐다.
다른 프랜차이즈 매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노동부가 2022년 프랜차이즈 76곳을 감독한 결과 49곳(64%)에서 노동관계법 위반 264건이 적발됐다. 직원 328명에 대한 체불임금도 1억500만 원에 달했다. 서면으로 근로계약을 작성하지 않은 프랜차이즈도 37곳이나 됐다.
● 5년간 뇌심혈관계 산재 사망 1059명
최근 5년간 과로 등에 따른 뇌심혈관계 질환 산업재해로 숨진 근로자는 1000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월∼올해 8월 뇌심혈관계 질환 산재사망 승인은 1059건이었다. 뇌출혈, 뇌경색, 심근경색 등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 중 산재사망 승인을 받은 경우 과로사인 사례가 많다. 장시간 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 등으로 뇌혈관, 심장혈관이 막혀 사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전문가들은 과로를 하거나 스트레스에 지속적으로 노출됐을 때 몸 상태를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뇌혈관이나 심혈관계 질환에 가족력이 있다면 ‘피곤해서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 말고 의료진을 만나야 한다고 했다. 심장내과 전문의 봉정민 씨는 “과로사한 젊은 층의 경우 심장 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빨라지거나 늦어지거나 불규칙해지는 부정맥 등 심혈관 질환이 사망 원인일 때가 많다”며 “부정맥을 인지하지 못하고 스트레스 등에 오래 노출되면 큰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산재보험 등에서 과로성 질환을 판단할 때는 근무시간과 업무 부담 가중 요인에 무게를 둔다. 과로성 질환 발병 일주일 이내 업무 시간이 이전 12주 대비 30% 이상 늘었는지를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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