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방러 직전 한미 정보 당국의 시선은 북-러 군사협력 가능성에 주파수가 맞춰졌다. 핵잠수함·위성 등 러시아의 첨단 기술이 필요한 북한과 북한이 보유한 포탄 등 재래식무기 지원이 절실한 러시아의 입장이 맞물리면서 북-러 군사협력의 서막이 될 거란 우려가 나왔다.
북-러는 이번 정상회담 내용을 철저히 비공개로 했다. 다만 북한의 무기 지원은 이번 방문 전부터 이미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으로부터 꽤 많은 분량의 무기가 수개월 전 러시아로 유입됐고, 최근 양국은 아예 협정까지 맺고 본격적으로 무기를 주고받은 정황까지 포착됐다.
북한의 무기 지원은 우크라이나 정세를 흔든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대러 초강경 대응도 부를 수 있다. 다만 우리 입장에선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무언가를 받는 장면이 훨씬 우려스럽다. 러시아가 조금만 거들어주면 북한은 올해만 두 차례 실패한 정찰위성을 당장 실전 배치할 수 있다. 재진입과 다탄두 등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핵추진잠수함 건조 시기도 대폭 앞당길 수 있다.
러시아가 북한에 무기 설명서를 보낸 구체적인 정황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푸틴이 떠들썩하게 김정은을 초대한 것만으로 ‘포탄을 받은 답례’는 다한 거란 해석도 나온다. 러시아 사정을 잘 아는 당국자는 “정찰위성에 달릴 렌즈 정도면 몰라도 민감한 기술까지 북한에 쉽게 내주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래도 불안하다. 우크라이나 전황이 불리해져 포탄 하나가 더욱 절실한 상황이 되면 푸틴이 금단의 기술을 내줄 가능성은 충분하다. 북한에서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지만 김정은은 이번에 러시아의 인도적 지원 의사를 거절했다. 군사기술 지원부터 받아내겠다는 노골적인 야욕이다.
우리 정부의 대러시아 관계 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미국 등 국제사회와 공조해 압박하되 고위급 채널 가동 등 독자적인 외교적 접근 타이밍도 재야 한다. 정부 핵심 당국자는 “압박과 관리의 황금 밸런스를 찾아야 할 때”라고 했다. 푸틴을 방치해 두면 자칫 김정은에게 황금 열쇠를 쥐여주는 장면을 눈뜨고 지켜봐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신진우 정치부 차장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