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어리딩 세계대회 향해, 행복한 삶 향해… 무한반복 단련”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치어리딩 국가대표 최원재-최민서
“호흡 맞춰 기술 성공하면 짜릿… 부모님 반대에도 ‘이게 내 길’ 느껴
스포츠로 인식 안돼 어려움 많아… 10월 서울 월드컵때 널리 알릴 것”

한국의 치어리딩 국가대표 베이스 최원재(아래)와 플라이어 최민서가 14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 앞 청계광장에서 스턴트 동작 중 하나인 ‘리버티’를 선보이고 있다. 스턴트는 베이스가 바닥에 서 있던 플라이어를 들어 올려 펼치는 각종 치어리딩 기술을 말한다. 2021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의 첫 메달(3위)을 합작했던 최원재와 최민서는 다음 달 20일부터 열리는 미국 올랜도 대회에서 우승에 도전한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한국의 치어리딩 국가대표 베이스 최원재(아래)와 플라이어 최민서가 14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 앞 청계광장에서 스턴트 동작 중 하나인 ‘리버티’를 선보이고 있다. 스턴트는 베이스가 바닥에 서 있던 플라이어를 들어 올려 펼치는 각종 치어리딩 기술을 말한다. 2021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의 첫 메달(3위)을 합작했던 최원재와 최민서는 다음 달 20일부터 열리는 미국 올랜도 대회에서 우승에 도전한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돈 많이 벌어서 나중에 엄마 집 사줄게.”

최원재(20·한국체대)는 경기 하남시 풍산고 1학년이던 2018년 부모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 남병숙 씨(51)는 “퍽이나 그러겠다”고 시큰둥하게 답했다. 최원재가 ‘치어리딩’으로 돈을 많이 벌겠다고 큰소리치는 게 영 못 미더웠던 것이다.

어머니는 이제 걱정이 줄었다. 최원재는 치어리딩을 시작한 지 2년 만인 2020년에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다. 이듬해에는 세계치어리딩연맹(ICU)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시니어(만 16세 이상) 국가대표 팀을 코에드(혼성) 엘리트 부문 3위로 이끌었다. 한국이 ICU 세계선수권에서 메달을 딴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대한치어리딩협회는 자체적으로 최원재를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뽑았다.

14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최원재는 “스포츠 종목으로서의 치어리딩이 널리 알려지지 않아 선수가 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치어리딩’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스포츠 치어리딩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아지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치어리딩을 개별 스포츠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 종목 종주국 미국에서도 찬반 논쟁이 이어졌다. 그러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021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열린 제138차 총회를 통해 치어리딩을 ‘잠정적 올림픽 종목’으로 분류하면서 논쟁은 사실상 끝이 났다. ICU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리는 2028년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 채택을 노리고 있다.

치어리딩은 16∼24명의 선수가 함께 하는 단체 종목이다. 진행 방식은 피겨스케이팅과 유사하다. 2분 15초간 음악에 맞춰 치어리딩 기술을 구사해 난이도와 완결성, 선수들 간 통일성 등을 평가받는다. 시작에 앞서 30초간 관객의 호응을 유도하는 능력과 무대에서 뛰어난 쇼맨십을 발휘하는 것도 평가 항목에 들어간다.

고등학교 시절 동아리 활동을 통해 치어리딩을 처음 접한 최원재는 “나는 원래 공부나 진로에 별 관심이 없는 학생이었다. 그런데 여러 명의 선수들과 호흡을 맞춰 치어리딩 기술을 성공해내면서 전에 느껴보지 못한 쾌감을 느낄 수 있었고 그때 ‘내 길은 치어리딩’이라는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최원재는 국가대표 간판 베이스로 활약 중이다. 베이스는 밑에서 다른 선수를 받쳐주거나 위로 띄워주는 역할을 한다. 베이스 위에 올라 중심을 잡거나 점프 후 회전하는 선수는 플라이어라고 부른다. 최원재와 함께 2021년 세계선수권 동메달을 합작한 최민서(22·한국체대)가 한국 간판 플라이어다.

최민서는 원래 서울 광신정보산업고(현 광신방송예술고)를 졸업하고 취업에 성공한 상태였다. 하지만 고교 시절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치어리딩의 매력을 잊을 수가 없었다. 퇴근 후 ‘블랙이글스’ 치어리딩 클럽에서 활동하던 그는 한국체대에서 국내 최초로 실시한 ‘치어리딩 전공’ 모집에 합격한 뒤 사표를 냈다. 최원재도 이때 한국체대 학생이 됐다.

최민서는 “부모님은 당연히 반대하셨다. ‘미래가 보장되지 않은 길’이라는 생각에 꿈을 고집하는 나를 보며 속상해하셨다”면서 “어렵게 시작한 치어리딩인 만큼 선수 생활을 하며 얻는 행복이 크다. 공부도 열심히 해서 전액 장학금도 받는 등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고 치어리딩 선수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치열하게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진우 한국 치어리딩 국가대표팀 감독(48)은 “원재와 민서는 기술을 완벽히 성공할 수 있도록 훈련을 무한 반복하는 선수들”이라며 “다음 달 20일 미국 올랜도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에서도 이들이 대표팀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10월에는 서울에서 제1회 ICU 월드컵도 열린다. 최민서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열리는 첫 월드컵인 만큼 꼭 우승해서 스포츠 치어리딩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치어리딩#세계대회#국가대표#최원재#최민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