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김용석]AI 시대를 맞이하는 법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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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도로, 인터넷 같은 경제·사회 인프라
접근성 높여 가치 극대화 방안 고민해야

김용석 산업1부장
김용석 산업1부장
미국 오픈AI가 공개한 인공지능 챗GPT(chat GPT)에게 ‘인공지능(AI)에 대한 칼럼을 써보라’고 요청했다. “AI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술 중 하나로, 우리 생활과 비즈니스를 극적으로 바꾸어 줄 것이다”라는 문장을 시작으로 논리 정연한 글이 술술 흘러나왔다.

높은 수준의 대화와 문서 작성이 가능한 챗GPT가 일반에 공개되면서, 말 그대로 ‘극적인 변화’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인간의 지적 능력을 기르고 평가하는 교육, 연구 분야에서 먼저 파장이 일었다. 챗GPT를 엄격히 금지해야 한다는 쪽과 오히려 활용을 장려해야 한다는 쪽이 엇갈리는 양상이다. AI 혁명이 이어지며 논란과 시행착오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AI 시대를 맞이하는 데 있어 두 가지를 꼭 염두에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인터넷과 컴퓨터가 없는 교육, 업무 환경을 상상하기 어려운 것처럼 AI 역시 누구나 활용하는 인프라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교실에서 AI를 금지하는 것이 지금은 당연해 보일 수 있지만, 머지않은 미래엔 마치 교실에서 컴퓨터 사용을 금지하는 것처럼 생경한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녹지 공원이 대도시에서 꼭 필요한 인프라로 받아들여지고 그 가치를 인정받은 과정에 빗대 설명하려 한다. 19세기 말 근대도시 개념이 처음 생겨났을 때만 해도 공원은 도로와 철도, 상하수도, 전기 같은 꼭 필요한 인프라에 속하지 않았다. 160여 년 전 미국 첫 도심공원인 센트럴파크를 만들 때 뉴욕 시민들은 비용 부담을 거부했다. “공원을 만들지 않으면 100년 뒤 같은 크기의 정신병원을 지어야 할 것”이라는 설득까지 나왔다. 이후 공공성과 자유·민주에 대한 생각이 발전하면서 도시에 공원이 필요하다는 것은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게 됐다.

둘째는 접근성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서울 한강변의 한강공원은 많은 시민들이 혜택을 얻는 중요한 사회 기반시설이다. 처음 만들어진 1980년대엔 공원으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녹지와 체육시설을 갖췄지만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에 가로막힌 구조로 접근성이 낮았기 때문이다. 그저 홍수에 대비해 확보된 치수 목적의 둔치였던 그곳을 우리는 한강고수부지라고 불렀다. ‘한강고수부지’가 ‘한강공원’으로 가치를 높인 것은 많은 지하·지상 연결 통로를 만들어 접근성을 높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사람처럼 대화하고, 그림을 그리거나 작곡하는 생성AI는 AI의 잠재력을 이해하게 만드는 첫 단계일 뿐이라고 말한다. 진짜 AI 혁명은 교육, 산업, 생활 등 각 분야 서비스와 제품에 AI가 최적화된 상태로 적용되면서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AI도 접근성을 높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는 얘기다. 모두가 사용할 수 있도록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에 AI를 적용시킬 역량을 갖춘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의 국민 삶의 질은 얼마나 차이가 날까. 국가 경쟁력은 격차가 얼마나 벌어질까. 인터넷과 컴퓨터가 보급된 국가와 그렇지 않은 곳의 차이와 비슷할 것이다.

‘AI로 인해 세상이 급변할 것’이라는 챗GPT 답변은 스스로 자유의지를 담아 말한 것이 아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데이터의 통계 값이다. 즉, AI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건 인간 스스로의 생각이며 그 의지로 인해 펼쳐질 미래라는 얘기다. 정해진 미래와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우리 운명이 달려 있다.


김용석 산업1부장 yong@donga.com


#ai시대#접근성#극대화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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