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단 한 대… 부가티의 우아함에 희소성 더한 ‘시롱 프로필레’[류청희의 젠틀맨 드라이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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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xury Car
구매자 요구에 맞춰 생산되는 ‘시롱’ 모델
우아한 디자인에 주행 특성 유지해 탄생
빠른 가속 성능에 민첩한 코너링까지 갖춰
내달 1일 프랑스 소더비 경매에 출품 예정

시롱 프로필레는 경매를 통해 곧바로 손에 넣을 수 있는 유일한 부가티 시롱이다. 부가티 제공
시롱 프로필레는 경매를 통해 곧바로 손에 넣을 수 있는 유일한 부가티 시롱이다. 부가티 제공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부가티는 자동차 분야에서 특별한 존재감을 가지는 브랜드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기술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브랜드로 모터스포츠에서 활약하며 이름을 날렸고, 20세기 말 부활한 뒤로는 차원이 다른 호화로움을 고성능 스포츠카에 담아 독보적 입지를 차지해 왔다. 21세기 들어서는 W형 16기통 엔진에 네 개의 터보차저를 달아 1000마력이 넘는 힘을 내는 초고성능 엔진을 얹은 양산차를 만드는 유일한 브랜드로 특별함을 과시해 왔다.

2016년부터 생산되고 있는 시롱은 부가티의 성격과 기술, 자동차 만들기의 뼈대를 이루는 모델이다. 시롱은 구매자들의 요구에 따라 부분적으로 조율하고 꾸밈새를 달리한 모델로 가지를 친 것은 물론, 특별한 디자인과 의미를 담은 파생 모델의 바탕이 되기도 했다. 물론 자동차 업계의 전동화 흐름을 따라 W16 엔진을 얹은 모델은 2024년부터 주문자에게 인도되는 99대의 W16 미스트랄을 마지막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W16 미스트랄뿐 아니라 시롱도 이제는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차가 되었다. 500대로 예정된 전체 생산물량에 대한 예약이 일찌감치 끝났기 때문이다. 오래전 시롱을 주문했어도 아직 완성된 차를 받지 못한 사람이 많다. 그러나 예외가 있다. 최근 공개된 시롱 프로필레가 그 주인공이다. 단 한 대가 완성된 시롱 프로필레는 지금 시점에서 완성된 부가티를 곧바로 손에 넣을 수 있는 유일한 차다.

시롱 프로필레는 탄생 배경부터 특별하다. 부가티는 철저하게 구매자의 주문에 맞춰 차를 만들고 차마다 다른 꾸밈새와 특징을 담는다. 뼈대와 기본 구성은 같아도 완전히 같은 차는 하나도 없는 이유다. 구매자들의 요구에 따라 성능을 높이거나 호화로움을 강조하는 등 성격을 조금씩 달리한 차를 적게는 한 대, 많게는 수십 대 단위로 한정 생산하는 것이 전부다.

가는 가죽띠를 직조해 만든 우븐 레더 내장재가 실내를 더 화려해 보이게 만든다.
가는 가죽띠를 직조해 만든 우븐 레더 내장재가 실내를 더 화려해 보이게 만든다.
2020년 공개된 시롱 푸르 스포르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시롱 푸르 스포르는 일반 시롱의 강력함을 바탕으로 주행 특성을 더 민첩하게 만들었다. 겉으로는 경주차 분위기를 자아내는 대형 스포일러를 달았고, 안으로는 더 빨리 가속할 수 있도록 변속기 기어비와 서스펜션을 조절하는 등 적잖은 변화를 거쳤다. 그 덕분에 시롱 푸르 스포르를 최고속도는 낮아졌지만 가속은 더 빨라졌고 더 빠른 속도로 커브를 돌 수 있게 되었다.

시롱 푸르 스포르가 선보이자 한 구매자가 특별한 주문을 했다. 그가 원한 것은 시롱 푸르 스포르의 가속 능력과 핸들링을 경험할 수 있으면서 더 편하게 몰 수 있는 차였다. 즉 덜 급진적인 성격의 시롱 푸르 스포르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었다. 그런 성격의 시롱은 존재하지 않았기에, 부가티는 일종의 틈새 모델을 새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엔지니어들은 오리지널 시롱의 우아한 겉모습은 크게 바꾸지 않은 채 주행 특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갔다.

한창 개발이 진행되는 사이 시롱의 주문량은 예정된 500대에 이르렀다. 개발이 끝나더라도 더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없었지만, 부가티는 특별한 시롱의 개발을 중단하지 않고 완성시키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로 탄생한 차가 시롱 프로필레다. 그래서 시롱 프로필레는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단 하나의 특별한 차가 되었다.

지난해 12월 완성된 시롱 프로필레의 모습은 여러 면에서 특별하다. 아르장 아틀란티크라는 이름이 붙은 특별한 차체 색은 파란빛이 은은하게 감도는 은색으로, 오로지 시롱 프로필레에만 쓰인다. 뒷바퀴 주변 차체는 위아래를 다른 색으로 처리했는데, 아래쪽은 차체를 이루는 탄소섬유 소재가 그대로 드러나면서 우아한 느낌을 주도록 처리했다. 합금 소재로 만든 휠은 차체의 탄소섬유 부분과 색감을 통일하는 한편 알루미늄 색으로 부가티 고유의 말발굽 형태를 돋보이게 만들었다.

우아한 차체 형태에 주행 특성을 민첩하게 만드는 요소를 접목한 것이 시롱 프로필레의 가장 큰 특징이다.
우아한 차체 형태에 주행 특성을 민첩하게 만드는 요소를 접목한 것이 시롱 프로필레의 가장 큰 특징이다.
차체 앞뒤 모습도 여느 시롱과는 다르다. 앞부분 한가운데의 말발굽 형태 그릴은 더 넓어졌고, 고속에서 차체를 더 안정시킬 수 있도록 범퍼의 공기역학 요소들을 손질했다. 차체 뒤쪽에는 부드러운 차체 곡면과 잘 어우러지는 모습의 스포일러를 달았다. 시롱 푸르 스포르에 쓰인 것과는 달리 차체에서 곧바로 이어지는 형태로 만들었지만, 여전히 고속에서 차체 안정성을 높이는 한편 엔진의 뜨거운 공기가 쉽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세심하게 형태를 다듬었다.

부가티 아틀리에의 장인들이 꾸민 실내의 호화로움도 예사롭지 않다. 지금까지 완성된 시롱에 쓰인 적 없는 특별한 마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실처럼 얇고 길게 가공한 가죽 띠를 수작업으로 직물처럼 엮어 만든 우븐 레더로 실내 주요 부분을 감싼 것이다. 센터 콘솔, 대시보드 주변, 도어 내부 등에 쓰인 우븐 레더 내장재를 만드는 데에 쓰인 가죽 띠의 길이는 2665m에 이른다. 두 가지 색 가죽이 대조를 이루는 시트에도 독특한 퀼팅 패턴이 들어간다.

성능을 나타내는 숫자들은 차의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가속 능력은 시롱 푸르 스포르의 특성을 이어받아, 모든 시롱 가운데 가장 빠른 가속 성능을 자랑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겨우 2.3초가 걸릴 뿐이다. 나아가 정지 상태에서 5.5초면 시속 200km, 12.4초면 시속 300km의 벽을 넘길 수 있다. 그러면서도 최고속도는 시롱 푸르 스포르보다 높은 시속 380km에서 제한된다. 또한 민첩한 코너링을 위해 스티어링과 서스펜션도 조율한 덕분에 운전자는 고속에서도 민첩함과 안정감을 함께 느끼면서 차를 몰 수 있다.

시롱 프로필레는 2월 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릴 RM 소더비 경매에 나올 예정이다. 부가티는 시롱 프로필레가 유럽 일반 도로를 달리기 위해 필요한 형식승인도 받았고 출고 전에 거치는 시험주행과 최종 품질 검사도 마친 상태로, 경매에서 낙찰받은 사람은 차를 인수하는 즉시 차를 몰고 도로로 나설 수 있다. 예상 낙찰가는 420만∼550만 유로(약 56억∼74억 원)로 경매 수익의 일부는 자선기금으로 쓰인다고 한다. 낙찰자가 정해지는 순간, 시롱 프로필레의 주인은 특별한 브랜드의 하나뿐인 특별한 차를 손에 넣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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