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쉬는 날에도 온라인배송 가능해진다… ‘月 2회 의무휴업’은 그대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28일 19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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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유통업계가 28일 대형마트의 영업제한 시간에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대·중소유통 상생 발전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의무휴업일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2.12.28. 뉴시스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유통업계가 28일 대형마트의 영업제한 시간에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대·중소유통 상생 발전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의무휴업일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2.12.28. 뉴시스
대형마트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새벽(자정~오전 10시) 배송이 가능해지고 의무휴업일에도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있게 된다. 2012년 관련 규제가 시작된 지 10년 만이다. 다만 소비자들의 불편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됐던 월 2회 의무휴업은 유지돼 ‘반쪽짜리’ 규제완화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무조정실은 28일 전국상인연합회,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등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대·중소유통 상생발전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정원 국조실 국무2차장은 “대형마트의 온라인 배송을 전면 허용하는 데 상호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합의 실행을 위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가 운영하는 인터넷쇼핑몰은 한 달에 2번인 일요일 의무휴업일에도 배송을 할 수 있게 됐다. 새벽시간에도 오프라인 점포에서 배송이 가능해진다. 대형마트 업계는 이번 조치로 온라인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정부 출범 이후 규제개혁 1순위로 꼽혔던 의무휴업 폐지에서는 한 발 물러난 것이어서 규제완화 의미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7월 대통령실이 실시한 ‘국민제안 TOP10’ 투표에서는 의무휴업 폐지가 57만여 표를 받아 1위를 차지했지만 중복투표 논란으로 무산되기도 했다.

대형마트 규제 받는 동안… 이커머스는 ‘급성장’


대형마트 업계는 쿠팡과 컬리, 오아시스 등 이커머스 기업과의 형평성 문제를 들어 온라인 배송이 상시 허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혀왔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 규제 기간 동안 의무휴업이 없는 이커머스 업체들은 1년 365일 24시간 주문을 받으며 급성장했다”며 “일요일이나 야간에 온라인 배송이 가능해지면 기존 이커머스 업체와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일부 대형마트의 경우 이번 규제 완화에 따라 배송 차량 증차와 인력 충원으로 주말, 새벽 배송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슬아 컬리 대표가 24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신기업가정신 선포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2.5.24/ 사진공동취재단
다만 대형마트와 관련한 또 다른 핵심 규제인 일요일 의무휴업제가 유지되는 데 대해서는 ‘반쪽짜리 규제 완화’라는 불만이 나온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 의해 의무휴업일이 결정되는데, 대부분의 대형마트가 2주차, 4주차 일요일 의무휴업 대상이다. 현재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한 지자체는 전국 177곳 중 51곳으로, 전국 대형마트 3사(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점포 382개 중 93곳(24%)만이 평일 휴업 대상이다.

유통업계는 최근 지자체 차원의 평일 의무휴업일에 주목하고 있다. 전국 220여개 지자체 중 평일에 의무휴업을 하거나 평일, 주말을 합해 의무휴업을 하는 곳은 50여 곳이다. 최근 대구시가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바꿨고, 경기도에선 14개 시·군이 평일 휴업 중이다. 울산도 중구, 남구, 북구는 매월 둘째 수요일, 넷째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했다. 제주도는 매월 둘째 주 금요일과 넷째 주 토요일에 의무휴업 중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주말이 평일보다 2배 정도 매출이 많기 때문에 일요일 휴무에 따른 매출 타격이 상당하다”며 “의무휴업제 폐지는 법 개정 사항인 만큼 좀 더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최소한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는 방안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휴무일을 맞은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셔터가 내려가 있다. 2021.1.24/뉴스1
휴무일을 맞은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셔터가 내려가 있다. 2021.1.24/뉴스1
반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소상공인들은 대형마트 규제완화 움직임에 즉각 반발했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약 165㎡(50평) 미만의 중소 슈퍼마켓에서는 하루 매출 1만 원도 아쉬운 상황인데 유통 대기업의 사업 범위가 확장되면 골목상권은 또다시 무너져 내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진정한 대·중소 유통 상생이 이루어지려면 주변 상권에 대한 과학적 데이터를 근거로 실태를 파악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이 소상공인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과학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규제 완화를 논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청과물시장을 찾은 많은 시민들이 제수용품을 둘러보고 있다. 2022.9.7/뉴스1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청과물시장을 찾은 많은 시민들이 제수용품을 둘러보고 있다. 2022.9.7/뉴스1
부산의 한 전통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지금도 온라인 플랫폼 때문에 방문객이 떨어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대형마트마저 새벽배송에 뛰어들면 전통시장 상황이 더 어려워 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상인들 사이에서는 아예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 물량 중 일정 비율을 시장 상품으로 할당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나마 의무휴업일이 유지된 것에 대해선 안도하는 분위기다. 서울의 한 슈퍼마켓 사장은 “한 달에 두 번 대형마트 휴무일에 몰아서 매출을 올리는 식으로 겨우 버티고 있는데 의무휴업일이 없어지면 가게를 접으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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