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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횡설수설/장택동]獨 극우 쿠데타 음모

입력 2022-12-10 03:00업데이트 2022-12-1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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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미국 국회의사당에 난입한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 가운데에는 극우 단체 큐어논(QAnon) 신봉자들이 많았다. 이들은 “의원들을 체포해서 처형하자”고 목소리를 높이며 시위를 주도했다. 독일에서도 6일 의회를 점령하고 총리를 살해하겠다는 음모를 꾸민 극우 세력 일당이 체포되는 일이 벌어졌다. 큐어논의 영향을 받은 이들은 미 의사당 난입 사건을 모델로 삼아 쿠데타를 계획했다고 한다.

▷9월 독일 수사당국에 ‘극우 세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익명의 제보가 접수됐다. 검찰과 경찰은 ‘그림자(Shadow)’라는 작전명 아래 은밀하게 용의자들의 통화 내역과 온라인 채팅을 추적했다. 그 결과 이들이 ‘X데이’를 정해 의회와 발전소 등을 무력으로 빼앗고, 혼란을 부추겨 정부를 전복하려는 계획을 세운 사실이 드러났다. 독일 정부는 6일 경찰 3000여 명을 투입해 130여 곳을 동시에 급습한 끝에 25명을 체포했다.

▷쿠데타 시도의 주축 세력은 ‘제국 시민’이라는 극우 집단이다. 1871년 독일 통일 이후 1918년 제1차 세계대전 패전 이전까지 존재했던 ‘제2제국’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다른 극우 세력인 네오나치와 구분된다. 1980년대부터 존재하던 ‘제국 시민’이 과격해진 것은 미국에서 건너온 큐어논의 음모론이 접목되면서부터다. 현재의 정부는 독일 정보기관이나 서방 정부 등 딥스테이트(숨은 권력집단)가 쥐고 흔드는 꼭두각시에 불과하므로 속히 타도해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

▷이들이 무력 사용을 철저하게 준비한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전직 공수부대 지휘관, 특수부대 대령 출신 등 체포된 사람들 가운데 적어도 15명이 군과 직간접으로 관련된 인물들이다. 경찰이 수색한 장소들 가운데 약 50곳에서 무기가 발견됐다. 총과 탄약, 테이저건, 석궁, 칼 등 종류도 다양했다. 올라프 숄츠 총리를 비롯한 정치인과 언론인 18명의 명단도 발견됐다. 쿠데타가 실행됐다면 표적이 됐을 가능성이 높은 인물들이다. 독일 정부로서는 가슴을 쓸어내렸을 것이다.

▷이번에 쿠데타를 막아냈다고 해서 안심할 일은 아니다. 경제위기를 틈타 앞으로 극우 집단이 세력을 확장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1923년 봉기했다가 실패한 히틀러가 10년 뒤 집권한 것도 인종 우월주의 등을 앞세워 대공황으로 흉흉해진 민심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근래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에서 극우 세력이 약진하는 이유도 비슷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극단주의 세력은 결국 민생을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국민에게 더 큰 부담만 남기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삶이 팍팍하더라도 그들의 달콤한 말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장택동 논설위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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