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창덕]AI 자격증만 500종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4월 28일 23시 19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유튜브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다양한 무료 강연이나, 유료 교육 프로그램 광고를 손쉽게 접한다. 최근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건 역시 인공지능(AI) 활용법이다. 3시간 강의를 들으면 남들만큼 챗GPT를 유려하게 활용할 수 있다, 이틀 교육 수료 후 AI 비즈니스 기회를 찾게 해 준다 등의 문구를 보면 클릭을 참기 힘들어진다. 취업 준비생부터 은퇴를 앞둔 직장인, 그리고 전업주부까지 수강생 면면도 다양하다. AI 시대에 나만 뒤처질까 두려워 모여든 이들인데, 정작 교육이 끝나도 막막하기는 마찬가지인 게 함정이다.

▷조급함이 가시지 않는 이들이 자연스럽게 기웃대는 다음 단계가 민간 자격증이다. 2000년대 들어 이력서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 자격증 중 컴퓨터활용능력을 빼놓을 수 없다. 심지어 엑셀을 잘 다룬다는 인증만 받아도 뿌듯해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걸 기억하는 이들이 지금은 ‘AI 자격증’을 찾아보고 있다. 놀랍게도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 등록된 자격증 중 AI와 관련한, 정확히는 명칭에 ‘AI’가 들어가는 것이 500개가 넘는다. 대학, 온라인 교육기관, 협회, 민간 기업 등 등록기관도 다채롭다.

▷하지만 이 중에는 AI와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 아리송한 것들이 많다. ‘AI부동산권리분석가’, ‘AI탄소중립분석사’, ‘AI여행플래너’, ‘AI스포츠전문가’, ‘AI내부감사사’처럼 말이다. 각 직업군에 ‘AI’만 붙인 것과 무엇이 다른가 싶다. ‘활용능력’ ‘전문가’ 등 겹치는 용어를 피하다 보니 ‘AI조련사’라 이름 지은 것도 있다. 자격증을 등록한 기관도 AI 전문성과는 멀어 보이는 곳이 대부분이다. 그러니 500여 개 자격증 중 한 번이라도 검증 시험이 실시된 것은 50여 개뿐이고, 그마저도 절반 정도는 합격률이 100%였다.

▷‘자격 미달 자격증’ 문제가 AI에 국한된 건 아니다. 민간자격증은 운영 기관이 특별한 결격 사유를 갖지 않는 한 등록만 하면 된다. 2024년 말 기준으로 등록 민간자격증은 5만6000여 개에 달하는데, 이 중 국가공인을 받은 것은 96개에 불과했다. 국가공인 없이도 정상 운영되는 일부를 제외하면 사실상 ‘유령 자격증’이 수만 개에 이르는 셈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조만간 AI 자격증 실태조사에 나서기로 한 건 해당 분야 등록 건수가 너무 빨리 늘어나 소비자 피해도 덩달아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민간자격증 비즈니스를 얘기할 때 흔히 ‘불안 마케팅’이라는 말을 쓰곤 한다. 취업이나 재취업 전선에서 아무런 무기를 갖지 못한 이들의 불안을 타깃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AI의 이름을 달고 우후죽순 나오고 있는 자격증들도 그런 심리를 파고들고 있다. 이러다 AI 자격증 분별 능력을 검증하는 자격증까지 나오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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