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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낮엔 직장인, 밤엔 대학생… 시간 쪼개가며 만든 차로 대회 휩쓸어

입력 2022-12-08 03:00업데이트 2022-12-28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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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사이버대 동아리 ‘망치모터스’
출전 팀 중 유일한 사이버대팀
자작자동차대회 3개 상 석권… 놀이기구 설계-자동차 업체 등
직장인 출신 학생들 이력 다양… “졸면서 연구했지만 마냥 행복”


“직장과 학교를 함께 다니면서 자동차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는 우리도 상상하지 못했어요.”

8월 전북 군산시에서 열린 2022년 한국자동차공학회(KASE) 대학생 자작자동차대회에서는 ‘이변’이 일어났다. 한양사이버대 자동차 제작 동아리 ‘망치모터스’ 팀이 3개 부문에서 상을 휩쓴 것이다. 이들은 사이버대 중에서 유일한 출전 팀이면서, 사이버대로는 처음으로 자작자동차대회에서 수상했다. 망치모터스는 10월 전남 영광군에서 열린 대학생 스마트e모빌리티 경진대회에서도 수상하며 다시 한 번 실력을 입증했다.

자작(自作)자동차는 학생들이 설계부터 정비에 이르는 모든 제작 과정에 참여한다. 그만큼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해 일반적으로 학업과 일을 병행하면서 준비하는 게 어렵다. 망치모터스 팀원들은 이러한 한계를 깨고 도전했다. 망치모터스 소속 신명준(41), 장희수(29), 이수성 씨(26)와 지도를 담당한 염광욱 한양사이버대 자동차IT융합공학과 교수를 2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동아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 “학업 잇겠다” 사이버대 입학한 직장인들
2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동아일보 사옥에서 한양사이버대 자동차 제작 동아리 ‘망치모터스’ 소속 이수성, 장희수 씨, 지도교수인 염광욱 자동차IT융합공학과 교수, 신명준 씨(왼쪽부터)가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2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동아일보 사옥에서 한양사이버대 자동차 제작 동아리 ‘망치모터스’ 소속 이수성, 장희수 씨, 지도교수인 염광욱 자동차IT융합공학과 교수, 신명준 씨(왼쪽부터)가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망치모터스 소속 학생들은 기계 관련 분야에서 일을 해 온 직장인들이다. 신 씨는 놀이기구 설계 및 정비 회사, 장 씨는 자동차 회사에서 일했다. 이들은 대학 졸업 이후 직장을 다니다가 이론과 실무를 함께 배우기 위해 한양사이버대에 다시 입학했다. 이 씨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 프린터 관련 회사에서 일했다.

기계 분야를 더 배우고 싶다는 마음으로 학업과 일을 병행하던 이들은 자작자동차에 관심을 갖게 됐다. 2015년 12월 한양사이버대 기계자동차공학부 내 동아리로 만들어진 망치모터스는 한양사이버대 학생들에게 ‘꼭 해봐야 하는 동아리’로 꼽힌다.

현재 학생 40명이 활동하는 망치모터스에서는 자동차 제작의 처음부터 끝까지 배울 수 있다. 학생들이 직접 자동차를 설계하고, 핸들을 비롯한 부품 제작과 용접도 한다. 시운전을 하면서 오류를 발견하고 정비를 하는 것도 학생들의 몫이다. 자작자동차 대회는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바하’ △아스팔트 위를 달리는 ‘포뮬러’ △전기자동차 등 3개 부문으로 나뉜다. 망치모터스는 모든 부문의 자동차를 제작해 2016년부터 다양한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 낮에는 일, 저녁에는 자동차 제작
망치모터스는 올해 대회 출전을 위해 지난해 8월부터 1년 동안 구슬땀을 흘렸다. 학생들이 생업을 가진 직장인이다 보니 자연스레 평일 퇴근 이후와 주말 등 휴식 시간을 쪼개 만났다. ‘맏형’ 신 씨는 “평일에 퇴근하고 경기 안산시 시화공단 안에 있는 실습실에 가면 오후 8시 정도 되는데, 대회에 임박해서는 새벽 2, 3시까지 작업을 했다”며 “주말에는 오전 10시에 모여서 오후 10시쯤 헤어지는 생활을 반복했다”고 회상했다.



체력적인 어려움은 이들에게 장애물이 되지 못했다. 장 씨는 “집에 갈 때는 매번 졸면서 돌아갔지만 그 순간도 행복했다”고 했다. 학교는 망치모터스를 위해 용접기 등 고가 기계를 갖춘 실습실을 제공해 줬다. 자작자동차 1대당 1500만∼2000만 원씩 제작비도 지원했다.

망치모터스가 처음부터 완벽한 자동차를 만든 것은 아니다. 대회 3개월 전에 완성된 초기 완성품은 차가 똑바로 나가지 못하고, 제동이 제대로 안 됐다. 끊임없이 수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노하우를 익힐 수 있었다. 신 씨는 “이론만 배우면 실무에 접목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직접 자동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기어의 활동성을 높이면서 안전하게 조합할 수 있을지 등을 배웠다”고 전했다.
○ 직접 만든 자동차로 대회 휩쓸어
망치모터스는 8월 전북 군산시에서 열린 ‘2022년 한국자동차공학회(KASE) 대학생 자작자동차대회’에 출전해 3개 부문에서 상을 휩쓸었다. 한양사이버대 제공망치모터스는 8월 전북 군산시에서 열린 ‘2022년 한국자동차공학회(KASE) 대학생 자작자동차대회’에 출전해 3개 부문에서 상을 휩쓸었다. 한양사이버대 제공
올 8월 27일. 장 씨는 팀원들과 함께 만든 자동차를 타고 전북 군산시 자동차경주장 오프로드 코스 출발점에 섰다. 그가 출전한 종목은 바하. 포장되지 않은 흙길을 80km 속력으로 달리며 물웅덩이를 뛰어넘고, 언덕을 낙하해야 하는 험로다.

장 씨는 자동차를 믿고 달렸다. 망치모터스는 험로를 주행해야 하는 바하의 특성에 맞춰 차량이 웅덩이에서 잘 뛸 수 있도록 차체를 가볍게 만들었다. 운전자인 장 씨의 체격에 맞춰 운전석도 기존보다 넓게 만들었다.

망치모터스는 2022 KASE 대학생 자작자동차대회 바하 부문 장려상을 수상했다. 장 씨는 “내가 생각한 대로 자동차가 따라와 줄 때의 기분은 자동차를 만들어 본 사람이 아니면 아무도 모를 것”이라며 “이날 하루를 위해 1년을 하얗게 불태웠다”고 말했다. 포뮬러 부문에서도 동상을 수상했다. 이 씨는 “1년간 함께 고생한 동료들과는 전우애가 생겼다”며 “팀워크가 좋은 팀에 주는 ‘베스트 활동상’도 수상해 더욱 뜻깊었다”고 했다.

학생들은 졸업 이후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신 씨는 “최선을 다한다면 마음먹은 일, 계획하고자 하는 일을 이룰 수 있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장 씨는 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염 교수는 “기계나 자동차는 이론적 지식도 중요하지만 눈으로 보고 손으로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배우겠다는 의지가 있는 학생이라면 언제든지 지원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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