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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오늘과 내일/이정은]중국의 ‘악성 영향력’ 대응 압박 커진다

입력 2022-12-06 03:00업데이트 2022-12-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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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공세 벼르는 美 공화당 강경파들
기존 외교 협상만으로 韓 해법 못 찾아
이정은 논설위원이정은 논설위원
외교부 출입기자 시절 한중 언론인 교류 프로그램에 참가해 베이징을 방문한 적이 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과의 간담회 도중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둘러싼 중일 간 영토 분쟁에 대해 질문했다. 중국명이 아니라 일본명 ‘센카쿠’로 열도를 언급해놓고 ‘아차’ 하는 순간, 그는 “우리의 친구 한국의 기자가 어찌 그런 단어를 쓰느냐”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펑유(朋友)’라는 단어에 특히 힘을 주던 그의 답변이 기억에 남아 있다.

10년 전 장면이 새삼 떠오른 건 최근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소속 공화당 의원들이 발간한 ‘중국공산당의 악성 영향력 폭로’ 보고서를 들여다보면서였다. 보고서는 중국이 대외적으로 ‘악성(malign) 영향력’의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며 군사, 경제, 사회, 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의 침투 방식을 나열했다. 국가별 사례도 구체적으로 거론돼 있는데 한국의 경우 미디어 투어 등 ‘언론 협력을 가장한 프로파간다 주입’이 시도된 것으로 나온다. 이 기준에 따르면 기자는 그때 이미 중국의 악성 영향력에 노출된 셈이다.

해외 언론이 중국 인사의 인터뷰 기사나 기고문을 싣는 것도 중국이 악성 영향력을 시도하는 방식이라는 게 보고서의 주장이다. ‘공공외교’의 영역에 속한다고 볼 수도 있는 사실상의 모든 활동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미국 의회 내에 이런 시각을 갖고 있는 의원들이 있고 이들이 만드는 보고서가 보란 듯이 발간되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마이클 매콜 의원은 의회 내 대표적인 대중 강경파다. 수년 전부터 반복된 그의 중국 공격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그가 하원 외교위원장이 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장악한 뒤 가장 유력한 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이가 매콜 의원이다. 그의 매파적 대중 관점이 하원 전체의 입법 활동에 고스란히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공화당 의원들은 벌써부터 대중 압박 강도를 높이겠다고 벼르고 있다. 다음 달 하원 내에 중국 문제를 전담하는 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겠다며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민주당과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정책은 “너무 약하다”고 비난하고 있다. 백악관이 중국의 백지시위를 지지하는 내용으로 낸 성명에 대해서는 “톈안먼 광장에 탱크가 등장하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면 훨씬 더 세야 한다”고 몰아붙이는 식이다. “민주당은 중국공산당 앞잡이”라는 비난도 거침없이 내놓는다.

경제, 기술 분야에서 가시화할 이들의 대중 압박은 한국에 직격타가 될 것이다. 반도체 등 핵심 전략물자의 대중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무역거래에서 중국의 최혜국(MFN) 자격을 박탈하는 방안이 하원에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년 뒤 대선을 앞두고 대중 정책의 선명성 경쟁이 벌어지는 분위기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반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 대관식을 끝낸 중국이 본격적인 반격에 나서면 미중 갈등은 전례 없는 수준과 양상으로 치달을 수 있다.





미국 의회가 대중 견제를 목표로 내놓는 법들은 외부 국가가 협상을 통해서 풀 여지가 많지 않다. 이미 ‘반도체·과학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목격한 바다. 주로 행정부를 상대로 해온 기존의 외교적 협상만으로는 한국에 미칠 부정적 여파를 막아내기가 점점 힘들어진다는 의미다. 악성이든 양성이든 미중 양국의 영향력 모두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입법 동향까지 면밀히 들여다보면서 전방위 대응 수위를 높이는 수밖에 없다.

이정은 논설위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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