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건 신부 열연한 윤시윤… 교황도 극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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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세 순교전 10년 담은 영화 ‘탄생’
상영시간 2시간 31분… 길고 묵직
암 투병 안성기, 역관 유진길 맡아

영화 ‘탄생’에서 조선 최초의 사제가 된 김대건 신부(윤시윤)가 1846년 은이성지(경기 용인)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민영화사 제공
영화 ‘탄생’에서 조선 최초의 사제가 된 김대건 신부(윤시윤)가 1846년 은이성지(경기 용인)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민영화사 제공
러닝타임 151분. 영화는 길고 어렵다. 천주교에 대한 해박한 지식 없이 보면 용어들이 매우 낯설게 들린다. 10년간 조선, 청나라, 마카오, 필리핀 등 아시아 곳곳에서 일어난 일을 채워넣은 데다 수많은 인물이 나와 머리가 복잡해진다. 그런데 끝 무렵 가슴에 뜨거운 것이 번진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자 혼신의 힘을 다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는지 뒤돌아보게 된다. 스물다섯 청년의 죽음은 신념과 다소 어긋날지라도 “사는 게 다 그렇다”는 이유로 적당히 타협하며 살아온 이들을 부끄럽게 만든다. 한국 천주교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1821∼1846)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탄생’ 이야기다. 30일 개봉한다.

김 신부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이 영화는 1836년 한국에 온 최초의 서양인 신부인 프랑스 출신 모방 베드로 신부가 압록강 일대 설원을 지나 밀입국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천주교 박해를 피해 경기 용인에 살던 댕기 머리 도령 15세 김대건은 모방 신부에게 세례를 받는다.

영화는 그가 한국 최초의 신학생으로 선발된 뒤 7개월에 걸쳐 마카오의 파리외방전교회 신학교에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필리핀을 오가며 교육받는 과정, 1842년 프랑스 군함을 타고 온 첫 번째 귀국길, 잠시 조선에 밀입국했다가 청나라를 거쳐 1845년 천신만고 끝에 조선에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을 한 청년의 위대한 모험기 형식으로 담았다. 서양인 사제들을 조선으로 데려오려고 큰 뗏목 수준의 ‘라파엘호’로 서해를 횡단하며 고군분투하고, 1845년 8월 중국 상하이에서 사제품을 받는 모습 등을 시간 순서대로 보여준다. 1846년 6월 체포돼 9월 순교하기까지 그의 10년을 한순간이라도 더 담아내려 한 흔적이 역력하다.

앞서 ‘탄생’팀은 16일(현지 시간) 바티칸 교황청을 찾아 프란치스코 교황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시사회를 열었다. 배우 윤시윤의 김대건 연기를 보고 교황은 “성인(聖人)의 얼굴을 가졌다”며 극찬했다고 한다. 윤시윤은 “성인 김대건을 연기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며 “새로운 세상을 탐험하고 꿈꾼 불같은 청년의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했다”고 했다.

영화는 종교인 김대건 외에도 언어학자이자 측량가, 지리학자, 무역가로서의 면모도 두루 담았다. 배우 안성기는 혈액암 투병 중에도 김 신부의 조력자이자 수석역관인 유진길(1791∼1839) 역을 맡아 열연했다. 안성기는 암 선고를 받은 뒤 촬영에 들어갔지만 암 투병 중이라는 사실이 전혀 표 나지 않을 정도로 건강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는 1839년 기해박해로 투옥돼 칼을 차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결코 배교(背敎)하지 않는 등 심지 굳은 모습을 초연하게 소화해낸다. 11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박흥식 감독은 “안성기 배우는 투병 중에도 최선을 다해 연기에 임했다”며 존경을 표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영화#탄생#김대건 신부#윤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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