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화제작사 워너브러더스가 미디어 기업 파라마운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제안 거부를 주주들에게 권고할 예정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 전했다. 또 파라마운트가 도움을 기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파라마운트와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세계 최대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 넷플릭스의 워너브러더스 인수가 한층 더 유리해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WSJ에 따르면 워너브러더스 이사회는 1080억 달러(약 158조6000억 원) 규모의 파라마운트 인수 제안을 받아들이지 말라고 주주들에게 17일 권고하기로 했다. 또 이사회는 넷플릭스 인수를 지지하는 내용도 전달키로 했다. 앞서 5일 워너브러더스는 830억 달러(약 122조 원)에 스튜디오 및 스트리밍 부문(HBO맥스)을 넷플릭스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에 파라마운트는 사흘 뒤 개별 주주들에게 주식 매각을 제안하는 적대적 M&A에 나섰다.
워너브러더스 이사회는 파라마운트가 제시한 금액이 크지만, 전체 사업부문 인수 등의 거래 조건이 넷플릭스보다 불리하다는 점을 주주들에게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파라마운트의 자금 조달 방식도 감점 요인이다. 워너브러더스 이사회는 데이비드 엘리슨 파라마운트 최고경영자(CEO) 집안이 신탁으로 지분 투자를 보증하기로 한 데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 신탁을 취소하고 자산을 빼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
반독점 심사 등 인수 최종 결정권을 쥔 트럼프 대통령이 파라마운트에 최근 불만을 표시한 것도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엘리슨 CEO 부자와 친밀하다고 알려져있다. 16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내가 CBS의 새 소유주들과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건대, 이른바 ‘인수’ 뒤 ‘60분’ 프로그램이 나를 그 어느 때보다 훨씬 더 나쁘게 대했다”며 “그들이 친구라면, 내 적들은 도대체 어떨지 생각하기도 싫다”고 했다.
앞서 올 8월 미국 지상파 방송사인 CBS를 보유한 파라마운트는 엘리슨 CEO가 소유한 영화제작사 스카이댄스에 인수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CBS의 시사프로그램 ‘60분’이 자신에게 우호적이지 않다고 불만을 내비치며 파라마운트 인수 지원설을 일축한 것이다. 파라마운트의 적대적 M&A에서 투자자로 참여할 예정이던 쿠슈너의 사모펀드 어피니티 파트너스도 이날 거래에서 발을 뺐다.
넷플릭스는 여론전에 집중하고 있다. 워너브러더스 인수 뒤에도 스트리밍에만 집중하지 않고 극장 개봉 사업에 적극 나서겠다며 헐리우드 달래기에 나섰다. 넷플릭스의 공동 CEO인 그렉 피터스와 테드 사란도스는 15일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 같이 밝히며 “합병 회사의 경쟁 대상은 유튜브”라고 강조했다.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를 거론해 워너브러더스 인수에 따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 독점 논란을 피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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