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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아베 참배하는 日 젊은이가 우리의 상대다 [특파원칼럼/이상훈]

입력 2022-09-28 03:00업데이트 2022-09-2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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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아베 국장 찬성률, 70대 배 웃돌아
국익 챙기려면 日 현실 정확히 읽어야
이상훈 도쿄 특파원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 국장이 열린 27일 일본 도쿄 부도칸 인근 공원에는 20, 30대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많았다. 유모차를 끌고 온 아기 엄마, 아직은 양복이 어색한 젊은 회사원, 큰 책가방을 짊어진 학생…. 2개월 전 피살 직후 때도 그랬다. 가족장이 열렸던 조조지(增上寺)의 인파 상당수는 젊은층이었다.

단편적 인상이 아니다. 아사히신문이 이달 10, 1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아베 전 총리 국장에 대한 18∼29세 찬성률(58%)은 70대 이상(26%)의 배가 넘었다. 찬성률이 30%대인 50, 60대와도 달랐다. 국장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센 일본에서 젊은층은 자민당 정권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아베 전 총리 국장 반대 시위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년층이 대부분이었다. 전쟁을 경험했거나 부모 세대에게 직접 들은 이들이다. 평화헌법 개정과 방위력 증강 반대에도 이들이 목소리를 높인다. 양심 세력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일본 내에서는 엄중한 안보 현실을 외면한다는 평가가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중장년과 시골 거주자가 자민당을 지지하고 젊은이와 대도시는 야당을 지지한다는 일본 정치의 공식은 아베 정권 때 깨졌다.

일본 젊은이들이 아베 전 총리를 지지하는 요인을 하나로 요약하긴 어렵다. 2기 아베 정권이 출범한 2012년 말 1만 엔 수준이었던 닛케이평균주가는 2만 엔대를 훌쩍 넘겼다. 대졸 취업률은 98%(2018년)에 달했다. 올림픽도 유치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실책을 연발하며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처하지 못한 야당은 선택지에 없다. 무엇보다 철이 든 뒤로 아베 전 총리 외에 다른 총리를 제대로 경험하지 못했다.

구조개혁이 뒷전으로 밀리며 세계 최대 국가채무와 엔저의 굴레에 빠지고 코로나19로 올림픽은 반쪽이 됐지만 젊은이들은 웬만해선 아베노믹스 탓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1990년대 중반 취직 빙하기를 거친 40대가 지금까지 고통받는 걸 보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역사 수정주의, 헌법 개정 논란에는 관심이 없거나 일본이 제자리를 찾는 과정이라고 여긴다. 일본 내 만연한 반한 분위기에는 이런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다.

여기까지 말하면 ‘그런 일본이 옳다는 거냐’ ‘쪼그라드는 일본을 따라가잔 말이냐’라는 지적이 나온다. 알자는 것과 편들자는 건 다른데도 일본에 대해 유독 이런 반응이 많다. 아베 전 총리가 남긴 ‘적반하장’식 역사 인식은 한국으로서 말문이 막히고, 반짝 효과에 그친 아베노믹스는 벤치마킹 모델이 되기 어렵다. 그렇다고 감정적으로 분노하고 비웃기만 해서는 오늘날의 일본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일본과 잘 지낼 필요가 없고 한국이 세계를 주도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외면해도 된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많은 전문가들과 국민들은 한일 관계 개선이 새롭게 재편되는 국제 정세에서 국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본다. 정부도 그렇게 외교 정책을 펴고 있다.

그렇다면 일본의 오늘을 읽어야 한다. 일본이 저물어 간다면 왜 그런지 파악해 전략을 가다듬어야 한다. 일본을 알려면 주류 정치를 이해해야 하고 이를 가장 지지하는 젊은층의 생각을 알아야 한다. ‘총리가 온건파이니 보수파를 제치고 한국 편이 될 것이다’ ‘한류 열풍으로 젊은이는 모두 한국에 빠졌고 극우파만 한국을 싫어한다’는 식의 생각은 안타깝지만 일본의 참 모습과 거리가 있다. ‘한국은 곧 망할 것’이라는 망상에 빠진 일본 내 혐한론자들의 실책을 우리가 따라가선 안 된다는 뜻이다.

이상훈 도쿄 특파원 sang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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