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공유
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오피니언

[특파원칼럼/김기용]중국이 한국보다 일본을 챙긴다면

입력 2022-09-26 03:00업데이트 2022-09-26 12:02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중일 수교 50주년 행사 공들이는 중국
日에 대한 노골적 반감에도 국익 우선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지난달 24일은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일이었다. 이달 29일은 중일 수교 50주년 기념일이다. 성격이 같은 두 행사가 한 달 간격을 두고 벌어진다. 비교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비교 대상이 일본이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중국 관료나 교수 기자들을 만날 때마다 그들은 일본에 대한 반감을 숨기지 않는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 미국 편들면서 대만 문제에 개입하는 행태, 일본이 실효 지배하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등을 얘기할 때는 목소리 톤이 높아진다. 여기에 ‘난징(南京)대학살’ 같은 역사 문제가 나오면 적개심까지 드러낼 정도다. 그들 얘기를 듣다 보면 일본은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원수다.

한국에 대해서는 우호적이다. 최근 불거진 고구려 발해 역사 왜곡 논란에 대해서도 “잘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김치나 한복 같은 전통문화 논쟁도 확산하지 않기를 바란다. 외교 분야 전문가들도 “현재 중일 관계는 역대 최악이다. 그 반사이익을 한국이 잘 활용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국가 간 행사에서 의전을 비롯한 형식은 매우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누가 참석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를 보면 여러 가지를 판단할 수 있다. 많은 중국 지식인이 일본보다 한국에 더 우호적이라는 점 등으로 미뤄 볼 때 한중 수교 30주년 행사와 중일 수교 50주년 행사는 다소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차이가 생각과는 거꾸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22일 중일 수교 50주년 기념행사 일환으로 일본 경제계 대표들과 화상 회담을 했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14명 이상의 일본 경제계 대표들이 리 총리와 대화했다. 리 총리는 “일본 경제계가 중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확장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고 일본 측 인사들은 “중국 업무를 확대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한 달 전, 리 총리는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은 지난달 24일 대한상공회의소와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 등이 공동 주관한 비즈니스 포럼에서 화상으로 축사를 전달했다. 당시 한국은 새 정부 들어 처음으로 한중 양국 총리가 동시에 기업인들에게 축사를 보냈다며 중국이 큰 관심을 나타냈다고 긍정 평가했다.

하지만 리 총리가 한국 기업인들에게 일방적인 축사를 전달한 것은 일본 경제인들과 대화하며 간담회를 진행한 것과 큰 차이가 있어 보인다. 더욱이 일본 행사는 기념일을 일주일 남기고 열렸고 한국 행사는 기념일 당일 오전에 열렸다.

중일 수교 50주년 기념일 당일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화상 정상회담을 할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분위기로 보면 불가능한 일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양국 정상회담까지 성사된다면 최근 한미, 한일 정상 회동에서 드러난 한국 외교 위기의 심각성이 또 한 번 실증적으로 증명되는 순간이 될 것이다. 한국은 끈끈한 미일 관계를 좇아가지도 못할뿐더러, 그동안 공들인 중국 관계 개선도 일본만 못 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국익이라는 원칙 없이 좌고우면한 결과다. 중일 수교 50주년 기념행사를 주목하는 이유다.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kky@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