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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美모바일결제 급성장… 30년 뉴욕 명물 메트로카드 사라진다[글로벌 현장을 가다]

입력 2022-08-18 03:00업데이트 2022-08-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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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허드슨야드 지하철 역사에 붙어 있는 ‘탭 하면 요금이 할인된다’는 광고. 스마트폰 등 비접촉식 결제를 독려하기 위한 프로모션이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김현수 뉴욕 특파원
《1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허드슨야드역을 찾았다. 7호선이 지나는 이 역은 관광객과 출퇴근족이 몰리는 맨해튼 남부의 교통 요지다. 이곳에서 승객들은 두 가지 방식으로 지하철 요금을 내고 있었다. 바로 ‘긁기(swipe)’와 ‘찍기(tap·탭)’다.》


과거 뉴욕 지하철에서는 1993년 도입 후 약 30년간 뉴욕의 명물로 자리 잡은 노란색 플라스틱 카드, 즉 ‘메트로카드’로만 요금을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초 시 당국은 모든 역사에 ‘옴니’로 불리는 비접촉 결제 체계를 도입했다. 이로 인해 이제 어느 곳에서든 ‘애플페이’ ‘삼성페이’ 등을 쓸 수 있다. 스마트폰이나 근거리무선통신(NFC)을 지원하는 신용카드를 단말기에 찍고 지하철을 탈 수 있는 것이다. 메트로카드 또한 2024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예정이다.

역사 곳곳에는 ‘탭 하면 요금을 할인해준다’며 옴니 이용률을 높이기 위한 광고가 붙어 있었다. 기자도 역 입구에 설치된 단말기에 스마트폰을 ‘탭’ 했다. ‘고(Go)’라는 글씨가 화면에 떴다.

두 정거장을 이동해 맨해튼의 중심인 5번가로 가봤다. 버스 정류장 광고판마다 ‘애플페이’ 광고가 보였다. 지하철과 마찬가지로 뉴욕의 모든 버스에서도 모바일 결제가 가능하다. 맨해튼에 사는 직장인 에이드리언 씨는 “지하철을 탈 땐 아이폰을 탭 하고, 페리를 타고 강을 건널 땐 전용 앱에서 애플페이로 결제한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뉴욕의 모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디지털 결제 가속
한국에선 이미 신용카드를 교통카드로 활용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그간 미 주요 대도시는 변화에 보수적이었다. 아직 ‘스크린도어’조차 없는 뉴욕 지하철이 대대적인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배후에 애플페이, NFC 같은 정보기술(IT) 산업의 빠른 발전이 있다.

애플은 2014년 미 시장에 ‘애플페이’를, 삼성은 2015년 ‘삼성페이’를 출시했다. 초기만 해도 식당이나 슈퍼마켓 등 신용카드 가맹점의 4∼5% 정도에서만 모바일 결제가 가능했다. 이때까지 결제 기술의 표준이 기존 마그네틱보안전송(MST)이 될지, 새로운 NFC가 될지 아무도 예측하기 어려웠다. 대다수 유통업체들은 따로 돈을 들여야 하는 NFC 단말기 설치를 꺼렸다.

그러나 애플이 꾸준히 NFC 방식을 밀고 비자와 마스터카드 등이 NFC 지원 신용카드를 속속 선보이자 상황이 급변했다. 백화점, 식당, 대형마트뿐 아니라 최근에는 뉴욕 곳곳의 길거리 푸드트럭까지 속속 NFC 단말기를 도입하고 있다. 애플에 따르면 현재 미 오프라인 매장의 85%에서 애플페이를 쓸 수 있다.

이에 따라 미 주요 도시의 대중교통 운영사들도 모바일 결제 체계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최대 도시 뉴욕은 2019년부터 시범사업을 실시해 지난해 전면 전환을 실시했다. 수도 워싱턴 역시 2020년과 지난해 각각 애플페이, 구글페이를 도입했다. 현재 2대 도시 로스앤젤레스, 3대 도시 시카고 외에도 샌프란시스코, 포틀랜드 등도 모바일 결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뉴욕에서는 이미 미술관, 야구장, 뮤지컬 극장 등 생활 전반의 모든 활동 영역에서 모바일 티켓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코로나19로 급성장
이처럼 모바일 결제 시장이 급성장한 또 다른 계기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꼽힌다. 전대미문의 전염병이 창궐하자 최대한 타인과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 너도나도 비접촉 결제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경제매체 포브스는 전염병 대유행(팬데믹) 이전에는 스타벅스 앱 결제가 모바일 결제 시장을 장악했지만 이제 애플페이, 삼성페이 등 스마트폰 결제 플랫폼이 주력 사업자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시장조사기업 ‘이마케터’에 따르면 코로나19 발발 첫해인 2020년 한 해 동안 미 모바일 결제 시장은 한 해 전보다 29% 커졌다. 또 최소 1억500만 명의 미국인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모바일 결제를 이용했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업 ‘인사이더 인텔리전스’는 2025년까지 미 인구의 절반에 육박하는 1억2500만 명이 모바일 결제를 이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쇼핑 및 앱 서비스가 급증한 것도 모바일 결제 확대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선 길거리 주차 요금도 앱 결제가 가능하다. 과거 길거리에 설치된 주차요금 계산 장치에 일일이 25센트짜리 ‘쿼터’ 동전을 넣어 결제한 후 해당 영수증을 뽑아 자동차 대시보드에 올려놓던 번거로움이 사라진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주요 도시에서는 앱으로 원하는 주차 시간을 미리 정하고 결제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아마존은 자사의 쇼핑 앱 QR코드로 식료품 전문 기업 홀푸드 등의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결제가 가능한 체계를 확대하고 있다.

애플 독점 뚜렷
미국 뉴욕 맨해튼의 중심 지역인 5번가 버스 정류장의 ‘애플페이’ 광고. 뉴욕에서는 버스, 지하철 등 전 대중교통의 모바일 결제가 가능하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 사회 전체가 빠른 속도로 디지털화하면서 선제적으로 모바일 금융 서비스에 투자한 애플이 시장을 독점하는 경향도 보인다. 올리버와이먼 컨설팅에 따르면 2020년 모바일 지갑을 통한 미 직불카드 거래 건수는 한 해 전보다 51% 증가한 20억 건에 달했다. 이 중 애플페이가 무려 92%를 차지하고 있었다. 구글페이(5%), 삼성페이(3%)의 비중은 애플에 비해 현격히 미미했다.

페이팔, 아마존페이, 스타벅스 앱 등 전체 모바일 결제 시장으로 확대해도 애플이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애플은 아직도 공격적인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손잡고 ‘애플카드’를 내놓는 등 금융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으며 올 연말 아이폰이 NFC 단말기 노릇을 하는 ‘탭 투 페이’ 서비스도 선보이기로 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줄곧 “아이폰만 있으면 수백만 자영업자 또한 비접촉 결제를 도입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배경이다.

애플페이의 장악력이 워낙 큰 탓에 일부 업체와 조직은 애플페이로만 모바일 결제가 가능한 것처럼 소비자를 호도한다. 실제 뉴욕 지하철에서는 삼성페이를 쓸 수 있지만 결제 단말기 화면에는 애플페이와 구글페이 등 미 업체의 결제 체계만 표시돼 있다. 이에 삼성 또한 ‘삼성월렛’ 등 삼성페이의 진화형 서비스를 출시하고 그간 미 결제 체계에 비해 다소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금융 서비스 또한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 모바일 결제의 급성장이 ‘디지털달러’ 같은 미래 화폐의 도입을 앞당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세계 각국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발행 경쟁에 돌입한 가운데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또한 디지털달러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 일각에서는 이미 2020년 디지털화폐 시범 운영에 돌입한 중국과의 금융 패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도 모바일 결제 활성화 및 디지털달러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현수 뉴욕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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