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서 석달 업무, 금요일 격주 휴무… IT업계 파격근무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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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업무시간만 맞출수있다면 근무장소 ‘재량껏 선택’ 속속 도입
재택근무 넘어 ‘디지털 노마드’ 가속… 국내 ‘다른 지역 근무’ 도입한 라인
이달부터 ‘3개월 해외근무’ 허용… 배민도 내년부터 ‘근무지 자율선택’
“IT 기업들, 고연봉 출혈경쟁 대신 근무환경 앞세워 ‘집토끼’ 지키기”

메신저 ‘라인’으로 잘 알려진 정보기술(IT) 기업 라인플러스의 직원 A 씨. 그는 회사가 이달 도입한 ‘하이브리드 워크 2.0’ 근무제에 따라 올해 여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일하겠다고 신청했다. 국내 업무 시간에만 맞춰 일에 집중할 수 있다면 근무 장소를 재량껏 선택할 수 있도록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최장 체류 기간은 석 달. A 씨는 휴가 겸 발리에 갔다가 아예 장기 체류하면서 휴양지에서 업무를 이어갈 계획이다. 라인플러스에는 일본, 대만, 말레이시아 등으로도 해외 근무 희망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미 회사 승인을 받아 태국 방콕에서 근무 중인 직원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IT 기업들이 속속 파격적인 근무제를 새로 도입하며 직원들의 근무 형태도 각양각색으로 다양화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집에서 일하는 재택근무가 일상이 된 데 이어 한발 더 나아가 국내든 해외든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옮겨 다니며 일하는 이른바 ‘디지털 노마드’(디지털과 유목민의 합성어)가 현실이 된 것이다.

요즘 이런 기류에 앞서간다고 평가받는 회사가 라인플러스다. 라인플러스는 이미 지난해 7월부터 국내 다른 지역에서도 근무가 가능한 ‘하이브리드 워크 1.0’을 도입했다. 엔지니어, 개발자 같은 IT 전문직뿐만 아니라 경영, 기획 업무를 맡는 직원들도 최근 1년간 제주, 부산, 충북 청주, 강원 강릉 등 다양한 지역에서 근무했다. 최근 제주에서 빌라를 빌려 한 달간 생활한 개발자 B 씨는 “서울에서 할 수 없는 제주 맛집 탐방이나 스킨스쿠버 등의 활동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었다”며 “남들보다 더 좋은 회사를 다니고 있다는 자부심도 들고 열심히 일할 맛이 났다”고 말했다.

다른 IT 기업들도 앞다퉈 직원들을 위한 새 정책을 내놓고 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내년 1월부터 ‘근무지 자율선택제’를 도입해 직원들이 정해진 근무시간만 준수한다면 해외에서도 일할 수 있도록 했다. NHN은 직원들이 매주 금요일 원하는 곳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마이오피스’ 제도를 신설했다. 네이버는 매주 신청을 받아 추첨한 10명의 직원이 강원 춘천 연수원에서 최대 5일간 근무하는 ‘워케이션(업무+휴가)’ 제도를, 카카오는 격주 금요일을 쉬는 날로 지정한 ‘놀금(노는 금요일)’ 제도를 도입했다.

이처럼 실험적인 근무제가 속속 도입되고 있는 이유는 요즘 직원들이 근무환경이나 복지 강화 등의 조건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라네카’라는 신조어도 회자되고 있다. 취업준비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업이라며 지난해 만들어졌던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라는 용어에서 복지가 좋다는 라인이 가장 상위의 평가를 받게 된 것이다. 지난해 파격적인 임금 인상 등으로 직원 확보에 열을 올렸던 IT 기업들은 이제는 인건비 부담을 과도하게 키우는 대신 기존 직원 유출을 최소화하는 ‘집토끼’ 지키기에 총력전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 됐다.

취업 플랫폼 캐치의 김정현 소장은 “비슷한 처우라면 돈을 조금 덜 받더라도 근로 조건이 좋은 데를 찾아가는 게 요즘 흐름”이라며 “무작정 큰 기업, 유명한 기업을 좇기보다는 내부 문화가 유연하고 자유로운 곳이 더 선호되는 분위기”라고 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it업계#파격근무제#디지털 노마드#근무지 자율선택#라인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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