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자산 10억 만들기, 나도 도전해볼까[서영아의 100세 카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10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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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주택연금 동원하면 10억 연금자산 가능
50대 이상 직장인 대부분은 퇴직연금 중간정산, 쥐꼬리 수익률
앞으로는 퇴직연금 운용 수익률도 기대할 수 있어
젊은 세대는 복리의 마법 노리고 시간 레버리지 잘 활용해야

코앞에 닥친 퇴직과 미흡한 노후준비, 부모부양과 자녀교육 부담 사이에서 쫓기며 살아온 50대는 이른바 ‘100세 시대’가 황망하다. 부쩍 늘어난 수명은 부모와 자신, 두 세대의 노후라는 부담을 안겨주고 있지만 막상 손에 쥔 자산은 별로 없다. “그나마 국민연금이 있어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리고, 뒤늦게 퇴직연금에 관심을 기울여보지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대단한 자산 없이 퇴직과 100세 시대를 마주해야 하는 중장년 세대의 마음은 불안하다. 그래도 두려움을 딛고 노후 연금자산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할 때. 이들이 얼마나 행복하고 여유있게 살아가느냐는 우리 사회 전체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동아일보 DB
대단한 자산 없이 퇴직과 100세 시대를 마주해야 하는 중장년 세대의 마음은 불안하다. 그래도 두려움을 딛고 노후 연금자산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할 때. 이들이 얼마나 행복하고 여유있게 살아가느냐는 우리 사회 전체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동아일보 DB

● ‘파이어’족의 목표 100만 달러, 4%룰의 의미
미국에서는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 ‘백만장자로 퇴직하기’가 유행 중이라고 한다. 실제로 401K 퇴직연금 계좌 중 지난해 2분기 기준으로 금융자산 100만 달러(약 12억 8300만 원) 이상을 확보한 근로자가 41만 명이 넘는다는 소식도 들려온다(피델리티자산운용).

‘경제적 자유’를 추구하는 파이어족들이 흔히 100만 달러(편의상 환율변동성 무시하고 10억 원으로 계산) 달성을 목표로 하는 이유는 이 돈이 ‘4%룰’을 따르면 여생을 파산하지 않고 여유있게 사용할 수 있는 액수이기 때문이다.

4%룰이란 1990년대 캘리포니아의 재무관리사 윌리엄 벤젠이 고안한 노후자산 관리법칙. 1년 생활비의 25배 은퇴자금이 있으면 돈 걱정 없이 은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은퇴 시점에 자산 10억 원이 있다면 원금의 4%인 4000만 원 정도를 은퇴 1년차 생활비(월 333만원)로 쓰고 2년 차부터는 4%에 물가상승률을 더한 금액을 빼 쓰면 30년 이상 유지할 수 있다는 것.

이때 자산을 연 4% 수익률을 거두는 상품에 투자해둔다면 원금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고, 수익률이 그 이상이라면 원금은 오히려 늘어나게 된다.

그래픽=강동영 기자 kdy184@donga.com
그래픽=강동영 기자 kdy184@donga.com


● 국민연금 + 주택연금
한국에서도 연금자산 10억원 은퇴가 가능할까.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은 “퇴직연금만으로는 어렵지만 국민연금을 포함한다면 일정 조건 하에서 가능하다. 나아가 한국인의 자산이 주택에 쏠려 있는 현실에서 주택연금을 일부 활용한다면 연금자산 10억 원은 쉽게 달성할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의 퇴직연금 401K가 회사 지원을 합쳐 수입의 13%가 넘는 액수를 적립하고 연평균 수익률 10% 이상을 올리며 복리로 운영되는 것에 비해 한국의 퇴직연금 사정은 미약하기 짝이 없지만, 대부분의 직장인이 국민연금만은 착실하게 ‘강제적으로’ 붓고 있다.

물가상승률에 연동되고 종신 지급되는 국민연금은 한국인의 노후보장에 굉장히 큰 힘을 갖는다. 예컨대 A씨 부부가 은퇴 후 연간 4000만 원의 소득이 필요하고 국민연금으로 2400만 원을 받는다면 추가로 필요한 자금은 연간 1600만 원이다. 1600만 원의 25배는 4억 원. 이 4억원이 은퇴시점까지 모아야 하는 목표금액이 된다. 부부의 국민연금 연 2400만원은 현금자산 6억원을 가진 것과 같다는 뜻이기도 하다. 만일 B씨 부부도 연간 4000만원 생활비를 써야 하는데 국민연금은 1200만 원에 그친다면 2800만원의 소득이 더 필요하다. B씨 부부는 연금자산 7억 원을 모아야 한다는 계산이 된다.

● 맞벌이, 5% 이상 수익률, 60세 이후 퇴직, 주택연금 활용이 조건
지난달 29일 열린 동아 모닝포럼을 위해 김 고문은 남성 28세(연봉 2900만원) 여성 26세(연봉 2700만원)에 직장생활을 시작할 경우 퇴직연금(임금의 8.3%), 개인연금(연소득 4000만 원 미만은 연 400만원, 4000만 원 이상은 700만 원 저축) 및 국민연금 등을 넣은 시뮬레이션을 돌려봤다. 그 결과에 따르면 외벌이의 경우 65세까지 일해도 연금 운용수익률이 8% 이상을 유지해야 은퇴시점에 연금자산 10억 원을 마련할 수 있었다. 맞벌이는 5% 이상 운용수익률을 유지하며 부부 모두 60세까지 일한다면 가능했다. 여기에 주택을 연금으로 활용하면 목표 달성은 훨씬 쉬워진다.

“결론적으로 연금자산 10억 만들기의 조건은 맞벌이, 5% 이상 수익률, 60세 이후 퇴직, 주택을 연금으로 활용할 때 가능하다.”(김경록)

지난달 ‘제31회 동아 모닝포럼-디폴트옵션도입, 연금 백만장자시대 열릴까’에서 ‘연금자산 10억 만들기와 과제’를 주제로 발표하는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지난달 ‘제31회 동아 모닝포럼-디폴트옵션도입, 연금 백만장자시대 열릴까’에서 ‘연금자산 10억 만들기와 과제’를 주제로 발표하는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직장생활 초입의 청년세대라면 맞벌이 등으로 수입을 늘리고 가급적 오래 일하며 연금자산의 운용수익률을 높인다면 퇴직 무렵 노후걱정 없는 연금 자산규모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젊은 층은 시간 레버리지를 사용한 복리 효과를 최대한 살릴 수 있다. 마침 ‘쥐꼬리 수익률’이라 힐난 받던 한국의 퇴직연금도 7월부터 디폴트옵션 도입 등을 통해 수익률 제고에 나설 기세다.

하지만 이미 지나온 세월이 긴 50대 이상은 운용수익률을 높이고 일하는 기간을 길게 가져가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현실에서는 더욱 빠른 은퇴 압박을 느끼기도 한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 2020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50대 직장인들의 가계 순자산은 5.9억원 수준이고 이중 주택이 71%(4.2억)을 차지한다. 퇴직연금은 6100만 원 수준이다. 대부분 교육비와 집값 등으로 쓰기 위해 퇴직금 중간정산을 해버린 데다, 운용수익률은 낮고 근무기간도 짧기 때문이다. 다른 자산 없이 살고 있는 집 한 채가 전부인 5060세대는 당장은 아니라도 주택연금을 적극 고려해볼 만하다.

● 주택연금, 가급적 늦게 집값 높을 때 들어야 유리
주택연금은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매월 연금을 받는 금융상품이다. 내 집에 살면서 부부 모두가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받을 수 있으니 노후 주거와 생활비가 동시에 해결된다. 공시가격 9억원 이하(시세 약 12억 원) 주택을 소유한 부부 중 한 사람이 55세 이상이면 가입할 수 있다. 매달 받는 연금액수는 가입시점의 집값과 가입자의 연령을 기준으로 정해진다(표 참조).

그래픽=강동영 기자 kdy184@donga.com
그래픽=강동영 기자 kdy184@donga.com

그래픽=강동영 기자 kdy184@donga.com
그래픽=강동영 기자 kdy184@donga.com
연금은 배우자중 한쪽이 사망하면 남은 배우자에게 승계된다. 가입자가 장수해 주택가격보다 더 많은 돈을 받아가도 사망할 때까지 약정된 연금은 보장된다. 그 반대의 경우 주택을 처분해 그간 받은 연금과 이자 등을 뺀 나머지 금액은 자식에게 상속된다. 자식들이 그간의 비용을 대신 갚고 집을 돌려받을 수도 있다.

주택연금 가입자는 2007년 500가구에서 시작해 2022년 5월 현재 9만 7600여 가구(누적)로 늘었다. 전국평균으로 보면 72세에 가입해 3억4500만원의 주택을 담보로 내놓고 월 112만 원씩을 받는다.

● “주택연금 가입의 최대장벽은 자식들”이란 지적도
주택연금을 꺼리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우선 집 한 채는 갖고 있다가 자식들에게 남겨줘야 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주택연금 가입의 최대장벽이 자식들”이란 말도 돈다. 자식들 입장에서는 가만히 있으면 ‘내 것’이 될 집을 왜 건드리느냐는 반발을 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인지 주택연금에 가입하는 부모 중 상당수가 자식에게 미안해한다고 한다. 하지만 30년 뒤 집을 주기 위해 30년간 생활비를 자식에게 손을 벌리게 된다면 이 또한 서로에게 힘든 일이 될 것이다.

둘째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다. 주택연금은 가입 당시 집값에 기초해 연금액이 고정되고 집값 변동이나 물가상승분을 반영하지 않는다. 실제로 집값 상승이 가팔랐던 지난해와 올초 주택연금 해지가 많았다. 3억 원이던 주택이 2년 사이 6억 원으로 오른 경우를 예로 들면, 70세 기준 월 수령액은 92만 원과 180만 원의 차이가 있다. ‘지금 가입한다면 연금을 두 배로 받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다만 주택연금은 해지 뒤 해당주택으로 재가입하려면 3년을 기다려야 한다(다른 주택으로 이사해 그 집을 담보로 가입할 수는 있다).

셋째 주택연금은 ‘역(逆)모기지’ 개념의 대출로 이자 등의 비용이 복리로 계산된다. 정산 해보면 떼이는 비용이 생각보다 많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늦게 가입하고 집값 상승이 기대되지 않는 주택을 활용하는 게 좋다. 또 가입당시보다 집값이 하락한다 해도 연금은 그대로 유지되다보니 요즘처럼 집값이 많이 올랐을 때 가입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제주 세종 대전 등 그간 집값 고점론이 나온 지역을 중심으로 가입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고 한다.

● 30년 뒤 집을 남길까 VS 30년 간 용돈 주는 할머니가 될까
주택연금 체험수기 중 하나. 70세에 남편을 잃은 C씨도 주택연금을 알아볼 때 가장 마음에 걸린 게 아들이었다. 아들은 “엄마는 건강해서 100세까지 사실 텐데, 내가 30년 뒤 그 집 받아봤자 도움이 안 될 것 같다”며 가입에 찬성해줬다고 한다.

“매달 일정 금액이 통장으로 들어오니 마치 월급을 받는 것처럼 든든하다. 전에는 차비가 아까워 움직이지도 못했는데 지금은 마음에 여유가 생겨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친구들과 어울려 외식도 한다.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운동도 열심히 하고…”(C씨의 수기에서)

다른 수기에는 딸에게 병원비와 생활비 부담을 주며 무거운 마음으로 살다가 주택연금에 가입한 뒤 마음의 빚을 털어버린 어르신, 79세에 주택연금에 가입해 당당한 월급쟁이로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어머니를 보며 기뻐하는 아들, 명예퇴직한 아들의 생활비 부담을 덜어주고 ‘연금 받는 부자 할머니’의 자부심으로 살아가는 어르신 등의 인생스토리가 이어진다.

노후에 필요하다는 돈과 건강, 행복 중에서도 어찌보면 가장 현실적인 두려움을 안겨주는 게 ‘돈’이다. 국민연금 외에는 별다른 노후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5060세대라면, 그래도 집 한 채는 가지고 있다면 두려움에 시달리기보다 주택연금이란 선택지도 한번 고려해볼 만하다. 혹자는 국가가 주택연금 가입자격을 까다롭게 제한하는 이유야말로 혜택이 크다는 방증이라고 진단하기도 한다.

※ 인생 후반, 더 중요해지는 ‘돈 건강 행복’
풍요로운 100세 인생을 맞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돈과 건강, 그리고 행복입니다. 이 모든 것은 어느 날 갑자기 갖춰지는 게 아니고 30~40대부터 차근차근 조금씩 준비해나가야 합니다. ‘100세 카페’에서는 특히 인생 2막을 잘 맞이하기 위해 미리미리 준비해야 할 돈과 건강 행복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서영아 기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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