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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정치

日징용 피해자측 “日기업과 직접 협상”… 정부 “다양한 의견 검토”

입력 2022-07-05 03:00업데이트 2022-07-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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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징용배상 민관협 12명 모여 첫 회의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제29회 한일 재계회의’를 시작하기 전 도쿠라 마사카즈 일본 경단련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앞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부터) 등 양국 기업인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회의는 2019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후 3년 만에 재개됐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외교부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민관협의회를 출범하고 4일 첫 회의를 열었다. 피해자 측은 “일본 기업을 직접 만나 논의하는 것이 순리”라면서 피해자와 일본 기업 간 직접 협상이 성사된다면 현금화를 미루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는 즉답하지 않고 “다양한 의견을 검토하겠다”고만 했다. 협의회 출범 자체가 꼬인 한일 관계를 풀 실마리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지만 피해자 측과 일본 정부 간 입장차가 여전히 큰 만큼 갈 길이 멀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 피해자 측 “일본 기업과 직접 협상하겠다”
외교부는 이날 조현동 1차관 주재로 협의회를 출범하고 첫 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협의회에는 정부와 민간 전문가, 피해자 측 관계자 12명이 모여 2시간 40분가량 의견을 공유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회의와 관련해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논의가 되지는 않았다”면서 “(참석자들이) 각자 위치에서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두 달 만에 협의회까지 가동하며 논의를 서두르는 것은 이르면 올가을 한국 내 일본 기업 자산 현금화 절차가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2018년 일본 기업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손해 배상을 해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피해자들은 한국 내 일본 기업 자산을 현금화하는 강제매각 절차를 진행해 왔다. 일본은 이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기업 자산 현금화가 사실상 한일 관계의 ‘레드라인(금지선)’이란 입장을 내비쳤다.

이날 협의회에서는 이미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3건을 우선 논의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밝혔다. 이 3건을 먼저 해결하면 현재 계류돼 있어 아직 판결이 나오지 않은 다른 피해자 1000여 명의 재판도 유사한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확정판결을 받은 3건의 원고 15명 중 생존자는 3명이다. 참석자들은 고령인 원고들의 상황을 고려해 논의에 속도를 내자는 점에선 공감대를 이뤘다고 한다.

핵심은 피해자들과 일본이 모두 받아들일 만한 방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다.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우선 배상하고 이후 일본 기업들에 이를 청구하는 ‘대위변제안’이 거론된다. 배상금은 한국이나 일본 기업, 양국 시민들이 참여해 기금을 조성하는 방식이다. 다만 피해자 측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기금 조성을 통한 대위변제안에 대해선 “그동안 정부로부터 전혀 고지 받지 못한 내용”이라고 일축했다. 피해자 측은 일본 기업이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피해자 측은 또 ‘일본 기업들과의 직접 협상’을 요구하며 그럴 경우 현금화 절차를 미루기 위한 집행절차 조정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는 “검토하겠다”고만 했다.
○ 일본, 공식 반응 無
일본 정부는 민관협의회와 관련해 공식 반응은 내놓지 않았다. 내부적으론 윤석열 정부 출범 2개월여 만에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최대 현안인 강제동원 배상 문제를 풀기 위한 실질적인 첫 단추를 끼웠다는 평가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한편으론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강하게 반발해 역풍이 불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에 정통한 소식통은 “자칫 한국 내부 반발이 커질 경우 일본으로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는 점을 일본 정부가 인식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결과물을 내놓기 전에는 어떤 메시지도 밝히지 말아야 한다는 내부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 측이 대위변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방침을 전하면서도 “피해자 중 1명이라도 거부하면 실현되기 어려울 수 있다”며 피해자들을 설득하는 일이 최대 과제라고 보도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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