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계부채 〉GDP… 세계 36國 중 유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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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GDP 대비 가계빚 비율 104%
주요국서 가장 높아… 경제 위협 우려


한국의 1분기(1∼3월) 가계부채가 세계 36개 주요국 중 유일하게 국내총생산(GDP)을 넘었다. 기업부채 증가 속도는 36개국 중 두 번째로 빨랐다. 지난해 말 4500조 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를 기록한 민간부채(가계부채+기업부채)가 금리 인상기에 한국 경제를 위협할 ‘폭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6일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4.3%로 집계됐다. 이는 유로 지역(유로존)을 포함한 조사 대상 36개국 가운데 가장 높다. 지난해 2분기(4∼6월)에 이어 또 가계부채 비율 1위에 올랐다. 한국 가계대출은 금리 인상, 대출 규제 등의 영향으로 올해 1∼3월 감소 추세를 보였지만 GDP와 비교할 땐 여전히 높은 수준이었다. 레바논(97.8%)과 홍콩(95.3%), 태국(89.7%), 영국(83.9%), 미국(76.1%) 등이 한국의 뒤를 이었지만 모두 100% 아래였다.

한국의 GDP 대비 기업부채(금융기업 제외) 비율은 116.8%였다. 1년 전보다 5.5%포인트 늘며 베트남(10.9%포인트) 다음으로 빠른 증가 속도를 보였다. 올해 금리가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이 커지면 소비와 투자가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민간부채 4540조… 금리 인상기 ‘경제위협 시한폭탄’ 우려



가계부채>GDP, 36개국중 유일
GDP대비 가계빚 비율 가장 높고, 기업부채 비율 증가폭은 2번째
기업부채 증가분 77%가 中企대출
만기연장-이자유예 지원 종료땐… ‘부실대출’ 수면위 떠오를 가능성




“올해 1분기(1∼3월) 유럽연합(EU) 국가들의 부채는 개선됐다. 하지만 베트남, 태국, 한국은 큰 폭의 부채 증가를 기록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최근 발표한 ‘세계 부채 모니터’ 보고서의 요약문에 한국의 부채 증가를 직접 거론하며 우려를 나타냈다. 실제로 조사 대상인 세계 36개 주요 국가 중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를 넘은 곳은 한국이 유일했다. 1년간 국내 모든 경제주체들이 생산 활동을 통해 만들어낸 부가가치로도 현재 쌓인 가계 빚을 다 갚지 못한다는 의미다.

한국의 기업부채는 계속 늘고 있을 뿐 아니라 증가 속도도 빠르다. 한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완화했던 각종 금융 규제를 정상화한다면 누적된 부채 문제가 한꺼번에 터져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한국,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가장 높아

6일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1분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104.3%)은 1년 전(105.0%)보다 0.7%포인트 떨어지긴 했지만 다른 주요 국가들에 비해 감소 폭이 현저히 작았다. 미국과 일본은 코로나19 위기가 정점을 지나면서 1년 전보다 가계부채 비율이 각각 4.7%포인트, 4.6%포인트 낮아졌다. 한국 다음으로 가계부채 비율이 높은 레바논(97.8%)의 경우 1년 전보다 비율이 41.9%포인트 급감했다.

한국의 기업부채(금융기업 제외) 비율은 더 늘어난 데다 증가 속도도 빨랐다. 1분기 한국의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116.8%로 홍콩(281.6%) 레바논(223.6%) 싱가포르(163.7%) 중국(156.6%) 베트남(140.2%) 일본(118.7%)에 이어 7번째로 높았다. 1년 전(111.3%)과 비교하면 5.5%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베트남(10.9%포인트)에 이어 두 번째로 증가 폭이 컸다.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44.6%로 조사 대상 36개국 중 25번째였다. 1년 전(45.8%)과 비교해 1.2%포인트 줄었다.
○ “금리 인상에 따른 부채 부실화 우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5월 말 현재 기업대출 잔액은 668조629억 원으로 올 들어 5개월 만에 32조1750억 원 늘었다. 이 중 77%가량이 중소기업(소상공인 포함) 대출이었다. 올 초까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여파가 이어졌고 2월부터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이 겹치며 특히 중소기업 경영이 어려워졌고, 이들이 대출에 대거 의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반기(7∼12월)엔 금리가 더 오르고, 코로나19에 따른 만기 연장, 이자 유예 등 금융 지원이 종료될 가능성이 높다. 자금 여력이 크지 않은 취약 가계와 기업은 은행 빚을 제대로 갚지 못할 수 있다. 올해 4분기(10∼12월) 본격적으로 부실 대출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 부채는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계(가계 및 비영리단체)와 기업(비금융법인) 부문 부채를 더한 민간부채는 사상 최대인 4540조 원으로 추산됐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GDP 대비 부채 비중이 높다는 것은 돈을 버는 속도보다 부채가 느는 속도가 빨라 빚을 갚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라며 “최근 금리가 오르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해지면서 가계나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돼 부실화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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