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앞서… 비상장株 투자나선 선학개미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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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위주로 상장前 투자 확산… 한국장외시장 시총 1년새 84% 급증
공모주 열풍 타고 내년에도 주목… 성장 가능성 높지만 변동성 유의해야

직장인 김모 씨(36)는 지난해 5월 장외시장에서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인 A사에 3억 원을 투자했다. 이 회사가 개발 중인 치매 치료제 소식을 듣고 결단을 내린 것. 당시 1만4500원이었던 주가는 70% 넘게 뛰었다. 그는 “이 회사가 내년 상반기(1∼6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면 주가는 더 크게 뛸 것”이라며 기대하고 있다.

올해 공모주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김 씨처럼 한발 앞서 비상장 주식에 투자하는 ‘선(先)학개미’들이 늘고 있다. 잠재력 있는 종목이 상장되기 전에 발 빠르게 사들여 상장 뒤 큰 수익을 거두려는 이들이다. 하지만 비상장 기업은 공시 정보가 부족한 만큼 투자 위험도 크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MZ세대가 밀어올린 비상장주 시장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한국장외거래시장(K-OTC)의 시가총액은 31조2732억 원으로 지난해 말(17조438억 원)에 비해 83.5% 급증했다. 비상장 주식거래 플랫폼인 ‘증권플러스 비상장’의 경우 이용자 수가 11월 말 현재 지난해 말(약 30만 명)의 3배 정도인 약 90만 명으로 불어났다.

연초부터 이어진 공모주 열풍에 비상장주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카카오뱅크 등 기업공개(IPO) 대어들이 잇따라 상장하며 공모주 투자가 활발해졌다. 이에 아예 상장 전에 유망한 종목을 찾아 투자해두려는 선학개미들이 늘어난 것이다. 최근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인 두나무 비상장 주식에 투자한 김모 씨(34)는 “개인투자자가 IPO 일반 공모 청약을 통해 배정받는 주식은 너무 적기 때문에 일찌감치 유망한 비상장 주식에 투자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특히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비상장주 투자가 활발하다. 10월 기준 증권플러스 비상장 이용자의 43.8%가 20, 30대로 나타났다. 이들은 두나무나 토스의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 케이뱅크 등 빅테크 관련주나 온페이스게임즈 등 메타버스 관련주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

모바일 플랫폼 등을 통한 비상장 거래에 주식시장 큰손인 중장년층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민아 증권플러스 비상장 매니저는 “중장년층이 모바일 거래에 취약하다는 통념과 달리 50대 고객 비율이 21%를 넘었다”고 설명했다.

○ “성장 가능성 높지만 변동성도 커”


내년에도 사상 최대 규모 공모주로 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하는 등 ‘IPO 풍년’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비상장주 시장의 성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투업계도 선학개미 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미국 장외주식에 투자하는 서비스를 내놨다. KB증권 역시 최근 비상장 기업 분석을 위해 신성장기업솔루션팀을 신설했다.

비상장주 투자 과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장외시장의 거래가격이 상장 이후의 주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올해 8월 카카오뱅크 주식은 상장 직전 장외시장에서 주당 9만 원대에 거래됐지만 현재 6만 원 수준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비상장 주식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같은 공시가 활발하지 않고 대부분의 플랫폼이 상한가가 없어 변동성이 크다”며 “투자할 때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선학개미들#비상장#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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