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식품의 과학적 근거 확보해 김치 종주국 위상 높이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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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해춘 세계김치연구소장 인터뷰
김치종균 27종 개발해 中企에 보급…저장기간 늘리고 맛과 품질은 향상
양념 속 넣기 자동화 장치 상용화…대기업과 중소기업 동반성장 도와

7일 취임 100일을 맞는 장해춘 세계김치연구소장은 김치 산업의 핵심 기술을 산업계에 보급하고 김치의 과학적 문화적 가치를 정립해 김치 종주국의 위상을 더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세계김치연구소 제공
7일 취임 100일을 맞는 장해춘 세계김치연구소장은 김치 산업의 핵심 기술을 산업계에 보급하고 김치의 과학적 문화적 가치를 정립해 김치 종주국의 위상을 더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세계김치연구소 제공
한국인에게 김치를 담그는 ‘김장’은 특별하다. 2013년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김장문화는 한국이 김치 종주국이라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리는 기회가 됐다. 김치는 한류 문화 콘텐츠인 그룹 방탄소년단(BTS), 영화 ‘기생충’,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으로 이어지는 인기와 화제성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면역력을 높여주는 건강식품이라는 인식 확신으로 해외 수요가 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85개국에 김치를 수출한다. 올 1월부터 10월까지 김치 수출은 1억 3611만 달러, 수입은 1억900여만 달러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흑자가 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세계김치연구소는 김치문화의 ‘세계화’의 중심에 서 있다. 7일 취임 100일을 맞은 장해춘 세계김치연구소장(60)은 “연구소를 김치 산업 허브로 도약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유산균 전문가로서 바라보는 김치는….


“김치가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꼽히는 비결은 발효다. 김치는 배추와 고춧가루 마늘 생강 등을 섞어 발효시켜 독특한 맛과 풍미를 낸다. 원래 재료에 없던 새로운 영양물질과 유산균이 가득하다.

1990년대 미국·일본 유학시절, 선진국들이 미생물을 미래자원으로 투자하는 것을 보고 미생물 연구에 뛰어들었다. 반평생 김치와 된장 간장 등 전통 발효식품 속 미생물을 규명하고 자원화하는 데 힘썼다.

1996년부터 올해 8월까지 조선대 교수로 있으면서 김치연구센터를 이끌었고 한국미생물생명공학회 부회장을 지냈다. 10월 연구소 조직개편을 통해 연구·경영 활성화와 효율화에 노력하고 있다. 김치산업을 이끌 수 있는 연구기능을 강화하고 산업계와 융합해 세계적 연구소를 만들겠다.”

―세계김치연구소의 역할은….

“미향 광주에 자리한 세계김치연구소는 2010년 설립됐다. 연구소는 김치 발효에 관여하는 미생물·유전자원·건강기능뿐만 아니라 김치산업 발전을 위한 김치종균, 저장유통, 포장 등을 연구한다. 또 김치 세계화를 위한 관련 문화도 연구한다. 앞으로 김치 발효의 과학적 근거를 확보하는 등 총체적 품질 관리기술을 개발하겠다. 김치의 우수성을 밝혀내고 미생물, 부산물 가치를 높이는 연구도 할 것이다.”

―김치 종주국 지위를 계승 및 발전시키려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김치의 우수성이 세계에 알려졌지만 중국 일본 등 김치 후발국의 추격이 무섭다. 한국이 김치 종주국 자리를 지키기 위해 김치의 맛, 위생 등 식품 요건에 충실하고 건강 기능적 연구가 필요하다.

세계김치연구소 연구진은 프랑스 몽펠리에대 장 부스케 명예교수 연구팀과 함께 ‘김치의 재료인 배추 고추 마늘 등에 함유된 각종 영양 성분이 인체 내 항산화 시스템을 조절해 코로나19 증상을 완화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과 함께 일부 김치 추출물, 유산균이 폐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출량을 80%가량 감소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김치종균을 지원하던데….

“국내 김치 대기업은 자본력을 바탕으로 연구투자를 해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김치의 맛과 위생, 품질을 유지시킬 수 있는 기술력이 부족하다. 연구소는 중소기업을 위한 기술 개발과 보급에 힘쓰고 있다.

김치종균이 대표적 사례다. 김치는 계절별로 재료 품질이 일정하지 않아 같은 조리법으로 제조하더라도 발효를 주도하는 유산균의 종류가 달라진다. 유산균은 김치 맛을 좌우하는 비밀 중 하나다.

연구소는 2013년부터 전국 김치에서 유산균 3만5000종을 모아 우수한 김치종균 27종을 개발했다. 김치종균은 저장 기간을 늘리고 맛을 향상시키며 품질을 안전하게 유지한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와 협력해 김치종균 2t을 만들어 중소기업 23곳에 무상 보급했다. 김치종균 2t으로 김치 2000t을 생산할 수 있다. 올해는 김치종균 4t을 무상 보급했다.”

―김치 자동화 장치가 눈길을 끈다.

“연구소는 2017년 김치양념 속 넣기 자동화 장치를 개발한 뒤 지난해에 상용화했다. 이 장치는 김치 제조 공정 투입 인력을 4분의 1로 줄이고, 시간당 김치 생산량은 수작업의 9배가 넘는다. 레미콘 모양의 장치에 채소, 양념을 넣고 버무리는 방식인데 제조원가 절감, 품질 균일화에 효과가 크다.

김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돕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EU)의 식품 수입 규정이 개정돼 김치에 동물성 젓갈이 소량이라도 들어갈 경우 인증서 제출을 의무화했다. 국내 대기업은 EU 젓갈인증서를 확보했지만 중소기업은 불가능했다. 연구소가 대기업에 협조를 요청해 EU 인증 젓갈을 중소기업에 공급하도록 도왔다.”

― 앞으로의 운영 포부는….

“연구소는 김치산업에 적용될 수 있는 차별화된 원천기술을 개발해 고품질의 김치를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한국이 김치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지켜 나갈 수 있도록 김치의 우수성을 과학적으로 증명해 세계에 알릴 생각이다. 세계인의 건강한 삶에 김치가 함께하도록 노력하겠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발효식품#김치 종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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