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탓 업무 과중”… 美할리우드 노동자, 128년 만에 파업 결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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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조합원 투표서 98%가 찬성… OTT 시장, 4년새 2.5배 성장 불구
A급 감독-프로듀서만 막대한 보상… 일반 스태프 근무여건은 열악해져
NYT “카메라 안돌아가면 다 멈춰”… 美콘텐츠-영화제작 전면중단 위기

미국 할리우드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과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128년 만에 파업을 결의하면서 넷플릭스를 비롯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와 영화 등의 제작이 미국에서 전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OTT 플랫폼 산업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성장한 데 반해 노동자 처우는 산업 초기인 10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파업을 결의하게 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촬영 음향 영상 기술자와 무대 소품 메이크업 의상 담당자 등으로 구성된 노동조합 ‘국제극장무대종사자연맹(IATSE)’은 조합원 6만여 명 가운데 투표자 98% 이상의 찬성으로 무기한 파업을 승인했다고 5일 밝혔다. IATSE의 전국 단위 파업 의결은 연맹 결성 128년 만에 처음이다.

IATSE는 고용주를 대표하는 ‘영화·방송제작자연합(AMPTP)’에 제작 스태프들의 임금 인상과 휴식 및 식사시간 보장, 안전한 노동 환경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매슈 러브 IATSE 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수조 달러 가치의 거대 회사들이 스태프들의 충분한 수면이나 주말 보장 등 기본적인 요구도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특히 넷플릭스와 애플TV, 아마존프라임, 디즈니플러스, 훌루, HBO맥스 등 거대 스트리밍 서비스 회사들이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IATSE는 주장하고 있다. 독일의 시장조사 회사 슈타티스타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비디오 스트리밍 시장 규모는 2017년 282억200만 달러에서 올해 708억4500만 달러(예상치)로 성장했다. 급속히 성장한 이들 플랫폼은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해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이지만 스태프 임금은 기존 제작사들이 지급하는 것에 비해 오히려 적다는 것이 IATSE의 불만이다. WP는 “기존 TV시리즈가 시즌제로 제작돼 휴지기가 있었던 데 반해, 스트리밍 서비스는 연중무휴로 제작되면서 스태프의 노동 강도가 눈에 띄게 높아진 것도 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여파도 파업 결의의 배경이 됐다. NYT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인기 많은 시리즈의 제작이 지연되면서 넷플릭스 등 OTT 회사들의 가입자 증가세가 둔화했다”며 “이들 회사는 구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A급’ 감독과 프로듀서에게 막대한 급여를 지급하면서 스태프 임금 등에서 비용 절감을 꾀해 왔다”고 지적했다.

협상이 최종 결렬돼 IATSE가 실제 파업에 돌입하면 즉각 그 여파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NYT는 “2007년 작가노조 파업 당시 제작사들은 여분의 대본으로 촬영을 진행할 수 있었지만 할리우드에서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했다. 제작자 출신인 글렌 윌리엄슨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는 “(파업이 시작되면) 단기적으로는 모든 것이 중단될 것”이라고 WP에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ott#업무과중#할리우드 노동자#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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