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권순일 ‘이재명 사건’ 대법 심리때 “토론회 李발언 처벌안돼” 주도

박상준 기자 , 김태성 기자 , 배석준 기자 입력 2021-09-29 03:00수정 2021-09-29 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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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논란] 캐스팅보트 그 이상의 역할
권순일 전 대법관
지난해 7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결론을 내린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 판결문에 권순일 전 대법관(62·사법연수원 14기)의 의견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전 대법관은 지난해 9월 퇴임 이후 최근까지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고문을 지냈다.


28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권 전 대법관은 당시 주심 대법관이 아니었지만 전합 심리 과정에서 ‘캐스팅보트’ 이상의 역할을 하며 무죄 취지의 법리를 주장했다. 권 전 대법관이 이 지사에 대한 전합에서 무죄 취지로 별개 의견을 냈고 회의를 거치며 권 전 대법관의 별개 의견이 다수의견이 돼 전합 판결문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이후 권 전 대법관은 전합 최종 회의 중 5 대 5인 상황에서 무죄 의견을 냈고, 김명수 대법원장이 다수의견에 서면서 7 대 5로 무죄 취지 결론이 났다. 이 판결로 이 지사는 2심 판결을 뒤집고 도지사직을 유지하게 됐다.

○ “토론회 발언, 허위라도 처벌 안 돼” 權 의견 판결문 반영

당시 대법원 전합 판결의 쟁점은 2018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지사가 방송 토론회에서 “친형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일이 없었다”는 취지로 답한 것을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전합 판결문 중 권 전 대법관의 의견이 다수의견으로 반영된 부분은 ‘토론회 중 후보자의 발언에 엄격한 법적 책임을 부과해서는 안 된다’는 법리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수의견은 “토론 과정의 모든 정치적 표현에 대해 맥락을 보지 않고 엄격한 법적 책임을 부과하면 후보자는 법적 책임을 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활발한 토론을 하기 어렵다”고 적시했다. 이 지사가 방송 토론회에서 “친형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일이 없었다”는 취지로 답한 것은 허위로 밝혀졌지만 이를 처벌할 수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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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발언을 수사하면 민주주의가 훼손되고, 의도적으로 허위사실을 표명했을 때에만 처벌한다’는 법리도 권 전 대법관이 낸 의견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수의견은 “후보자 토론회 발언에 수사권이 개입되면 수사권의 중립성 논란을 피할 수 없다”며 “선거 결과가 검찰과 법원의 사법적 판단에 좌우돼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로 대표자를 선출한다는 민주주의 이념이 훼손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의도성에 대해서도 “토론회에서 허위사실을 알리려는 의도로 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표명한 것이 아니면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

방송 토론회 발언이 법리상 ‘publish’(공표, 출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권 전 대법관의 의견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수의견은 “공표란 사전적 의미대로 ‘여러 사람에게 널리 드러내 알림’, 즉 공개 발표를 뜻한다”며 “모든 의사소통을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하면 선거운동의 자유가 제한돼 공직선거법의 목적인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한 선거’를 실현하기 어렵다”고 했다.

○ 權 “화천대유 내용 전혀 알지 못했다”
권 전 대법관은 대법관 재임 당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 안팎에선 두 사람의 관계와 이 지사의 판결을 연결짓는 시각도 있다.

권 전 대법관은 화천대유 고문을 맡은 사실이 논란이 되자 “친분이 있던 언론인 김 씨로부터 회사 고문으로 위촉하겠다는 제안이 와서 공직자윤리법이나 김영란법 등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한 후에 받아들였다”며 “(이 지사 판결) 당시 주심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권 전 대법관은 퇴임 전 출간한 저서에서 이 지사 사건을 주요 판결로 소개하며 “의견 형성이나 집필 과정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판결문을 모은 것”이라고 밝혔다.

권 전 대법관은 화천대유와 관련해 “그 회사와 관련된 최근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한다”고 했다. 하지만 권 전 대법관이 심리한 이 지사 재판에선 ‘대장동 개발 업적 과장’ 의혹이 주요 쟁점 중 하나였고 당시 재판자료에는 화천대유와 성남시의 계약 관계 등이 포함됐다. 결국 변호사단체가 권 전 대법관을 변호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해 권 전 대법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불가피해졌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권순일#이재명 사건#캐스팅보트#대법원 판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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