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불테러로 건재 과시한 IS…‘외로운 늑대’도 잠깨[글로벌 포커스]

카이로=황성호 특파원 , 김수현 기자 , 이은택 기자 입력 2021-09-04 03:00수정 2021-09-04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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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불테러로 건재 과시한 IS
카불공항 170명 살해 테러… IS 추종 ‘외로운 늑대’도 꿈틀
아프간서 조직 키운 IS 분파… 탈레반-IS, 아프간 주도권 다툼
아프간 IS 다시 활개 치자… 뉴질랜드서 추종세력 테러 12면
IS의 상징 ‘검은 깃발’ 앞에 총을 든 채 서 있는 IS 대원. IS의 한 분파인 호라산(IS-K)은 지난달 26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앞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가 본인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이 폭발로 미군 13명을 포함해 최소 170명이 사망했다. 트위터 화면 캡쳐
《미국이 떠난 아프가니스탄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들이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 3일 뉴질랜드에서는 이슬람국가(IS)를 추종하는 ‘외로운 늑대’가 대형마트에서 무차별로 칼을 휘둘러 6명이 다치는 사건이 벌어졌다. 카불 공항 테러로 존재감을 드러낸 IS가 세를 불리고 있는 가운데 다시 ‘테러의 시대’가 열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3일(현지 시간) 오후 2시 40분경 뉴질랜드 최대 경제도시 오클랜드의 카운트다운 대형마트 매장에서 테러리스트가 시민들에게 무차별로 칼을 휘둘러 6명이 다쳤다. 이 중 3명은 위독한 상태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사건 뒤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은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의 이념을 추종하는 스리랑카인 남성 한 명의 소행이라고 발표했다. IS를 추종하면서 홀로 테러를 저지르는 자생적 테러리스트를 ‘외로운 늑대’라고도 한다. 범인은 현장에서 경찰의 총에 맞아 사살됐다.

외신에 따르면 범인은 32세 남성으로 이전부터 뉴질랜드 경찰의 감시 대상이었다. 그는 과거 두 차례 대형 사냥용 칼을 구입하고 IS 추종 영상을 담은 비디오테이프를 소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IS 선전물을 소지한 혐의로 올해 5월 기소됐다가 최근 감옥에서 출소했다. 이후 뉴질랜드 경찰은 그를 위험인물로 판단하고 주시해 왔으나 이날 범행을 막지 못했다.

지난달 26일 IS의 아프가니스탄 지부 격인 ‘IS-K(Khorasan·호라산)’가 카불 국제공항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해 미군 13명을 포함해 최소 170명이 숨졌다. 2019년 3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IS는 궤멸됐다”고 한 지 불과 2년 만에 건재함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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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탈레반, 알카에다는 모두 서방을 배격하고 이슬람 원리주의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는 수니파 무장단체다. 자신들의 행위를 성전(聖戰)이라고 포장하는 것도 같다. 그러나 이들의 목표와 전략은 완전히 다르다. IS는 재집권한 탈레반이 미국과 협력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탈레반을 적대시한다. 미국이 떠나고 힘의 진공 상태가 된 아프간에서 IS 같은 극단주의 세력이 기승을 부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아프간은 테러리스트들과 극단주의자들, 급진주의자들의 라스베이거스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IS는 어떤 단체?


IS 설립자는 요르단 출신의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1966∼2006)다. 매매춘에 관여하고 알코올의존증에도 빠졌던 소위 잡범 출신이다. 1992년 집에서 총기와 폭발물이 발견된 혐의로 검거됐고 감옥에서 극단주의 사상을 접했다. 1999년 출소한 그는 IS의 초기 조직을 만들었고 2004년 알카에다에 충성을 맹세해 지부를 자처했다. IS는 한 해 뒤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테러를 자행해 50명이 숨졌다. 자르카위는 2006년 미군 공격으로 사망했다.

2대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1971∼2019)는 아예 국가 수립을 선포했다. 이라크에서 태어난 그는 이슬람 율법으로 박사학위까지 받은 엘리트였다. 그는 자신을 ‘칼리프’, 즉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의 대리인으로 지칭했다. 이라크와 레반트(시리아 레바논 요르단 팔레스타인 등을 아우르는 고대 지명)에 이슬람 율법을 따르는 신정일치 국가를 만들겠다며 자신들이 ‘ISIL(Islamic State of Iraq and the Levant)’이라고 주장했다.

IS는 2011년부터 세를 불렸다. 내전이 발발한 시리아는 사실상 무정부 상태였고 이라크 또한 고질적인 정정 불안에 시달려 IS가 활개 치기 좋은 토양을 제공했다. 파키스탄에 은신하던 빈라덴 또한 미군에게 제거돼 알카에다의 지도자 공백도 생겼다. 이에 IS는 시리아 동부 유전을 장악하고 이라크 2대 도시 모술의 은행을 습격해 수십억 달러의 든든한 돈줄을 확보했다. 골동품 밀매, 인신매매와 납치 등도 서슴지 않았다. 급기야 2014년 6월 시리아 북서부 락까를 수도로 삼고 국가 수립을 자처했다.

전성기였던 2015년 초 IS는 약 8만8000km²를 관할하며 800만 명을 통치한다고 주장했다. 각국의 극단주의자들이 IS 대원이 되겠다며 속속 몰려들었다. 이들의 특기는 잔혹한 테러와 소셜미디어 선전전이었다. IS는 2015년 2월 일본 언론인 고토 겐지(後藤健二), 요르단 공군 조종사 무아스 알 카사스베흐 중위 등을 처형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같은 해 11월 프랑스 파리 한복판의 바타클랑극장 등에서 총격 테러를 감행해 130명의 목숨을 앗았다.

미국의 지원을 업은 시리아와 이라크 정부군이 반격에 나서자 IS는 2017년 7월 모술을 빼앗겼고 3개월 후 락까도 잃었다. 2019년 3월에는 마지막 저항거점인 시리아 바구즈도 뺏겼다. 7개월 후 바그다디 또한 미군 공격으로 숨졌다.

뿔뿔이 흩어진 IS 잔당은 아프간과 파키스탄 접경지역을 노렸다. 험준한 산악지대여서 예전부터 양국 중앙정부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았고 아편 밀매 등이 성행해 자금을 마련하기 좋았다. 이들은 2015년 IS-K를 만들었고 지난달 테러를 자행했다.

○ 탈레반·알카에다와 뚜렷한 노선 차이


IS, 탈레반, 알카에다는 모두 극단적인 이슬람 원리주의를 추종하지만 이를 구현하려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1994년 설립된 탈레반의 시작은 종교의 이름으로 봉기한 민중이었다. 1979∼1989년 소련 침공, 이후 내전이나 다름없었던 각 군벌 간 대립에 지친 일부 아프간인이 피폐한 삶을 개선해 보겠다며 이슬람 사상을 들고나왔다. 이들의 시선은 아프간 안에만 국한돼 있다. 국경 밖에서 반대파와 싸우고 테러를 저지르는 것을 목표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연구교수는 “탈레반의 목표는 아프간을 신정일치 국가로 만드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들이 보기에 현재의 아프간은 국민 대다수가 무슬림일 뿐 이슬람 율법이 정치사회 제도로 뿌리내리지 못했다. 지난달 17일 재집권 후 첫 기자회견에서부터 줄곧 이슬람 율법 ‘샤리아’에 따라 통치하겠다고 강조한 것 또한 이 때문이다.

알카에다는 미국을 포함한 서방을 주적으로 간주한다. 이들은 현존하는 대부분의 이슬람 국가들이 자국 영토에 미군기지 건설을 허용하는 등 미국의 꼭두각시 노릇만 한다고 비판한다. 서방을 공격해 무너뜨리면 그들의 꼭두각시였던 이슬람 각국 또한 자연스럽게 붕괴되고 이슬람 원리주의 세상이 도래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미 최대 도시 뉴욕 맨해튼의 초고층 빌딩이 9·11테러의 대상이었다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식자층이고 서구와의 교류 경험도 많은 알카에다 지도부가 서구에 극렬한 반감을 보인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빈라덴은 사우디아라비아 대부호의 아들이다. 이복형은 영국 귀족 가문 여성과 결혼했고 소년 빈라덴 또한 영국을 종종 방문했다. 빈라덴 사후 알카에다를 이끈 아이만 알 자와히리(70)는 이집트 출신 외과의사로 영어와 프랑스어가 유창하다.

알카에다와 탈레반은 공존 관계다. 9·11테러로 미국에 쫓기는 신세가 된 빈라덴이 아프간으로 도망오자 탈레반 설립자 무하마드 물라 오마르는 그를 극진히 대접하고 ‘우리의 영웅’이라고 극찬했다. 빈라덴을 내놓으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해 침공을 당했다.

IS는 알카에다, 탈레반 모두와 반목한다. 특히 같은 무슬림은 공격하지 않는 알카에다와 달리 IS는 시아파나 자신과 뜻을 달리하는 모든 무슬림을 철저히 적으로 본다.

IS와 알카에다 모두 다국적이지만 상대적으로 IS 소속원의 교육 수준이 낮고 정식 율법 교육을 받은 적이 없어 이슬람 경전 꾸란에 위배되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지역센터장은 “중동 감옥에 수감됐던 알카에다 조직원이 옆방에 새로 들어온 IS 대원을 보며 이슬람에 대한 기본 지식은 물론이고 정치와 사회에 대한 진지함이 전혀 없어 놀랐다는 에피소드가 있다”고 전했다.

여성을 바라보는 관점도 다르다. 영국 엑서터대 연구진이 IS, 탈레반, 알카에다 등이 2013∼2020년 발행한 68개 영문 문서를 분석한 결과 IS는 여성의 성전 참여를 독려한다. 머릿수를 늘릴 수 있다면 여성이라도 개의치 않는다. 기혼녀에게는 “남편이 부인의 성전 참여를 반대해도 칼리프 국가의 일원으로 참여하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반면 탈레반은 여성을 남성이 보호해 줘야 하는 대상으로 여긴다. 이 같은 인식이 여성의 부르카 착용을 의무화하고 사회 활동을 제약하는 왜곡된 방향으로 번졌다.

○ IS-탈레반, 아프간 주도권 놓고 대립 불가피

영토에 대한 IS의 유별난 집착은 향후 아프간 주도권을 놓고 탈레반과 IS의 대립이 격화할 것임을 예고한다. IS가 독자적인 국가를 설립하려면 기존 이슬람 국가의 땅을 점령해야 한다. 카불 공항 테러를 자행한 ‘IS-K’의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다.

호라산은 페르시아어로 ‘태양의 땅’을 뜻한다. 아프간 북서부, 이란 동부 등을 아우르는 지역으로 이슬람 잠언집 하디스에 등장한다. 한 예언자가 ‘호라산에 검은 깃발이 올라오면 눈길을 기어가서라도 반드시 가담하라. 그러면 이슬람이 온 세상을 장악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데서 유래했다. IS와 IS-K가 모두 검은 깃발을 사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탈레반이 이를 용인할 리 만무하다. 탈레반은 수도 카불을 장악한 다음 날인 지난달 16일 카불 감옥에 있던 IS-K의 전직 지도자 아부 오마르 호라사니 등 IS-K 대원 8명을 처형했다. 지난해 5월 미군과 아프간 정부군에 체포됐던 호라사니는 수감 중 미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를 갖고 “탈레반이 재집권하고 그들이 좋은 이슬람교도라면 나를 석방시킬 것”이라고 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현재 탈레반 병력은 최대 약 8만 명, IS-K는 불과 4000명 내외다. 선전선동에 능한 IS는 탈레반이 미국이라는 외세와 협력해 자신들을 탄압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IS-K의 거점인 동부 낭가르하르는 옛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모두의 세력이 미치지 못하는 산악지대다. 탈레반처럼 집권세력은 못 돼도 테러 등 존재감을 과시할 행동은 얼마든지 계속할 수 있다. 설립 5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호라사니를 포함해 IS-K의 지도자를 자처한 사람만 7명. 미국, 아프간 정부, 탈레반 모두와 척을 졌음에도 끈질기게 생명력을 이어온 것이다.

IS-K란 ‘공동의 적’ 때문에 탈레반과 미국 또한 20년 원한을 뒤로하고 협력해야 하는 묘한 관계가 됐다. 황폐해진 아프간을 통치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으려면 세계 최강대국의 경제적, 외교적 지지가 절실한 탈레반과 당초 아프간 전쟁의 목적이었던 ‘테러 근절’을 위해서라도 탈레반의 힘에 기대 IS-K 같은 테러단체를 제거해야 하는 미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이웅현 고려대 융합연구원 교수는 “IS-K의 이번 테러는 미국과 서방 세계에 존재감을 과시하고 집권층이 된 탈레반에는 내각 참여 등 자신들의 지분을 요구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탈레반이 들어줄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탈레반 또한 IS-K나 암룰라 살레 전 부통령 등 반(反)탈레반 세력을 일거에 평정할 여력은 없는 만큼 현재의 혼란이 상당 기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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