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불 테러 IS-K “예루살렘-백악관에 깃발 올리는게 목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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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카불 테러] 9·11 저지른 알카에다서 독립
탈레반보다 더 극단주의 추종… 탈레반도 “IS-K는 악의 무리”
조직원 1500… 2000명 추산
유엔 “극단세력들 규합 가능성”

충격과 공포 vs 탈출의 기쁨 26일(현지 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인근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로 부상을 입은 여성이 병원에 도착해 눈물을 흘리고 있다(위쪽 사진). 이날 한 남성은 카불을 탈출해 미국 워싱턴 인근 덜레스 공항에 무사히 도착한 가족을 감싸 안은 채 안도하고 있다. 카불=AFP·덜레스=AP 뉴시스
충격과 공포 vs 탈출의 기쁨 26일(현지 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인근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로 부상을 입은 여성이 병원에 도착해 눈물을 흘리고 있다(위쪽 사진). 이날 한 남성은 카불을 탈출해 미국 워싱턴 인근 덜레스 공항에 무사히 도착한 가족을 감싸 안은 채 안도하고 있다. 카불=AFP·덜레스=AP 뉴시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부근에서 26일(현지 시간)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 직후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한 분파인 ‘IS-K’(Khorasan·호라산)는 이번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이날 영국 BBC와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보고서에 따르면 IS-K는 2015년 IS가 호라산 지역으로 확장하며 만든 지역 조직이다. 호라산은 현재 아프간 북부와 투르크메니스탄, 파키스탄 등을 아우르는 옛 지명이다.

IS는 2001년 9·11테러를 저지른 알카에다에서 이라크를 근거로 한 세력이 2014년 독립해서 만든 단체다. 알카에다, IS, 탈레반은 모두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로 같은 뿌리를 두고 있다. 수니파는 전 세계 이슬람 신자의 약 90%를 차지한다. IS-K는 탈레반 지도부에 불만을 품은 이들이 가담하면서 탈레반보다 더욱 폭력적인 이슬람 극단주의를 추종하고 있다. 이들은 탈레반을 두고 “너무 온건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BBC는 “IS-K는 아프간에서 가장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무장조직”이라고 전했다.

탈레반이 아프간 지역에만 관심 있는 것과 달리 IS-K는 아프간 외의 중앙아시아 국가 등에서도 이슬람국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노선 차이도 보이고 있다. IS-K의 목표는 “예루살렘과 미국 백악관 위로 깃발을 올리겠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미국 등 서방 국가와 타협하지 않고 비이슬람권을 상대로 계속해서 ‘성전’(지하드)을 벌이기를 원하고 있다. 이 때문에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한 이달 중순 알카에다는 탈레반에 축하 메시지를 보냈지만 IS-K는 “미국과의 거래로 지하드 무장세력을 배신했다”고 탈레반을 비난했다.

탈레반도 IS-K를 적대시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탈레반은 아프간 바그람 미 공군기지 내 감옥에 있던 수백 명의 죄수를 풀어주면서 IS-K의 전 지도부를 포함해 대원 8명은 사형시켰다. 탈레반은 현재 국제사회의 인정을 원하는데 아프간에서 극단적인 테러를 자행하는 IS-K의 존재를 걸림돌로 보고 있다. 탈레반은 이번 테러에 대해 “카불 공항 민간인 폭격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악의 무리(Evil Circle)는 엄중히 저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달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IS-K의 현재 조직원은 1500∼2000명으로 추산된다. 이는 2016년 3000∼4000명 정도로 분석됐던 규모에 비해선 다소 줄어든 수치다. 미국은 IS를 괴멸 직전까지 몰아넣었지만 완전히 뿌리 뽑진 못했다. CSIS에 따르면 IS-K는 2017년 1월부터 이듬해 말까지 아프간에서 84차례, 파키스탄에서 11차례 민간인에 대한 공격을 감행해 아프간에선 819명이 사망했다.

이번 테러 배경을 놓고서는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간의 주도권 다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탈레반이 아프간 점령으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자 IS-K가 많은 이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자살폭탄 테러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지역센터장은 “미국 통제 지역을 콕 집어 목표로 삼은 것은 확실한 과시효과, 홍보효과를 노린 것 같다”고 분석했다.

테러 이후 이슬람 극단주의를 추종하는 세력들이 IS-K에 가담해 세력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알카에다·IS 및 탈레반 제재위원회 모니터링팀은 6월 “(IS-K가) 아프간에서 ‘순수 저항주의 조직’으로 자리매김해 탈레반 내 불만세력과 무장요원들을 규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아프간 카불 테러#is#is-k.#자살폭탄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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