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황금종려상에 프랑스 영화 ‘티탄’…한재림 감독 ‘비상선언’도 폭발적 호평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18일 14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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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와 인간의 사랑을 다룬 스릴러 ‘티탄’(Titane)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17일(현지시간) 프랑크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4회 칸영화제 폐막식에서 티탄을 연출한 프랑스 여성 감독 쥘리아 뒤쿠르노(38)가 최고영예상인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손에 쥐었다. 뒤쿠르노 감독은 1993년 ‘피아노’의 제인 캠피언 감독에 이어 28년 만에 황금종려상을 받은 두 번째 여성감독이 됐다.

황금종려상은 폐막식 맨 마지막에 발표하지만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인 스파이크 리 감독이 ‘첫 번째 상’(First Prize)이 무엇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을 1등상을 묻는 걸로 착각해 황금종려상을 가장 먼저 발표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리 감독은 “행사를 망쳤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사과했고, 무대에 오른 뒤쿠르노 감독은 “오늘 밤은 완벽하지 않아서 더욱 완벽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티탄은 어린 시절 자동차 사고를 당한 소녀 알렉시아(아가사 루셀)의 뇌에 티타늄 조각이 남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알렉시아는 댄서를 하며 돈을 벌지만 남성 팬들의 변태적 구애를 참지 못하고 남자 분장을 한 채 도망친다. 이후 빈티지 캐딜락과 사랑에 빠지면서 반은 인간, 반은 자동차인 아이를 임신한다. BBC는 “성, 폭력, 현란한 빛, 쿵쾅거리는 음악으로 점철된, 악몽과 같은 판타지”라고 평가했고, 리 감독은 “캐딜락이 여성을 임신시키는 영화는 내 생에 처음”이라고 언급했다. 뒤쿠르노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내 영화가 괴물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다양성을 불러내고 괴물을 받아들여 준 심사위원들에게 감사하다. 내가 이 상을 받은 두 번째 여성이기에 제인 캠피온이 수상했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지 많이 생각했다.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성 수상자가 뒤를 이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금종려상 다음으로 권위 있는 상인 심사위원대상(그랑프리)은 이란의 거장 아스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영웅’과 핀란드의 유호 쿠오스마넨 감독의 ‘컴파트먼트 넘버6’가 공동수상했다. 감독상은 ‘아네트’를 연출한 레오 카락스 감독에게, 각본상은 ‘드라이브 마이 카’를 쓴 일본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과 오에 다카마사에게 돌아갔다. 심사위원상은 이스라엘 감독 나다브 라피드의 ‘아헤드의 무릎’, 태국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메모리아’에 수여됐다. 여우주연상은 ‘더 워스트 퍼슨 인 더 월드’에 출연한 노르웨이 배우 레나트 라인스베에게, 남우주연상은 미국 영화 ‘니트람’에 나온 케일럽 랜드리 존스에게 돌아갔다.

황금종려상 외에도 주요 부문 최고상을 여성 감독들이 휩쓰는 ‘여풍’도 두드러졌다. 단편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세상의 모든 까마귀들’의 탕이 감독, 주목할만한 시선 그랑프리 수상작 ‘움켜쥐었던 주먹 펴기’의 키라 코발렌코 감독, 황금 카메라상 수상작 ‘무리나’의 안토네타 알라맛 쿠시야노비치 모두 여성이다.



이번 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된 홍상수 감독의 ‘당신 얼굴 앞에서’와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도 호평을 받았다. 미국 연예매체 할리우드리포터는 “홍상수는 올해 ‘인트로덕션’에 이어 이번 영화까지 연출, 각본, 촬영까지 모든 걸 하는 ‘원맨쇼’를 보여줬다”고 평했다. 16일(현지시간) 영화제 메인 상영관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선보인 비상선언의 경우 상영 중 4번의 박수가 나왔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환호와 박수가 10여분 동안 이어지며 반응이 뜨거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송강호는 신상옥 감독, 이창동 감독, 배우 전도연, 박찬욱 감독에 이어 한국 영화인 중 다섯 번째로 심사위원이 돼 영화제에 참여했다. 이병헌은 한국 배우 처음으로 시상자로 선정돼 무대에 섰다. 송강호는 “한국 영화의 위상, 한국 영화를 바라보는 시각, 한국 영화인들에 대한 존중이 함축돼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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