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밀라노 겨울올림픽]
쇼트 3위 류, 프리서 역전 우승
“스케이팅 증오” 17세때 전격 은퇴… 등산-학업 일상생활속 의욕 찾아
메달 독식 노렸던 日, 銀-銅 차지… 이해인 8위 선전… 신지아 11위
미국 피겨스케이팅 대표 얼리사 류가 20일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얼굴 가득 미소를 지은 채 스핀 연기를 펼치고 있다. 류는 이날 프리스케이팅 개인 최고점(150.20점)을 경신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류는 앞서 열린 팀 이벤트(단체전) 금메달까지 더해 대회 2관왕에 올랐다. 밀라노=AP 뉴시스
“스케이팅을 증오한다”며 열일곱에 은반을 떠났던 ‘천재 소녀’가 꿈의 무대로 돌아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얼리사 류(21·미국)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챔피언에 올랐다. 류는 20일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프리스케이팅에서 클린 연기를 펼치며 개인 최고점인 150.20점(1위)을 받았다. 쇼트프로그램 3위(76.59점)였던 류는 단숨에 순위를 1위로 끌어올리며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류는 팀 이벤트(단체전)에 이어 대회 2관왕에 올랐다.
중국계 미국인으로 류메이셴이라는 이름도 쓰는 류는 2019년 미국선수권대회에서 역대 최연소(14세) 우승 기록을 세우며 이름을 떨쳤다. 그러나 3년 후 자신의 첫 올림픽 무대였던 베이징 대회 때 7위에 그쳤다. 메달 강박에 시달리던 류는 ‘번아웃’을 이겨내지 못하고 스스로 스케이트화를 벗었다.
류는 대신 등산화를 신고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 올랐다. 이듬해인 2023년에는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 입학해 심리학을 배우며 평범한 일상을 만끽했다. 류는 “빙판 밖의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알게 된 후 스케이팅이 내 삶의 전부가 아닌 일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2024년 3월 빙판 복귀를 선언했다. 그러고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정상에 오르면서 이번 올림픽 금빛 전망을 밝혔다.
류가 이날 프리스케이팅 연기의 배경 음악으로 선택한 노래는 도나 서머가 부른 ‘매카서 파크 스위트’였다. “이 케이크는 내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굽는 데 너무 오래 걸리거든요”라는 후렴구로 유명한 노래다. 류는 금메달을 목에 건 뒤 “나는 이 메달이 필요하지 않았다. 내가 필요로 했던 건 무대였고 나는 그걸 얻었다”면서 “오늘 모든 점프에서 넘어졌더라도 나는 이 드레스를 입고 있었으니 괜찮았을 것”이라며 웃었다.
금빛 드레스를 입고 나무의 나이테를 형상화한 탈색 헤어스타일을 한 류는 경기 내내 얼굴에 미소를 띤 채 연기를 펼쳤다. 류는 “나도 나무처럼 매년 나이테 하나를 더하며 성장하고 싶다. 앞으로도 매년 내 머리에 나이테를 하나씩 더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이 20세 6개월 12일인 류는 2006년 역시 이탈리아에서 열린 토리노 대회 챔피언 아라카와 시즈카(당시 25세·일본) 이후 20년 만에 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챔피언에 오른 20대 선수가 됐다. 미국 선수가 여자 싱글 챔피언에 오른 건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당시 세라 휴스(41) 이후 24년 만이다.
은, 동메달은 모두 일본 선수에게 돌아갔다. 쇼트프로그램 2위였던 사카모토 가오리(26)가 총점 224.90점으로 2위, 나카이 아미(18)가 총점 219.16점으로 3위를 차지했다. 일본 선수 두 명이 올림픽 시상대 위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대표로 출전한 이해인(21)이 시즌 최고점인 210.56점으로 8위를 했고, 신지아(18)도 프리에서 개인 최고점(141.02점)을 받으면서 11위(206.68점)로 대회를 마쳤다. 두 선수 모두 이번이 첫 올림픽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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