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기업 속 이해충돌 방지, 보상-처벌 명확한 윤리강령 갖춰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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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연구팀, 행동경제학적 해법 제안

회계 전문가가 감사 업무를 수행할 때 이해 충돌이 발생하면 편향된 의사결정이 이뤄질 위험이 있다. 회계 전문가의 독립성이 훼손돼 회계 기준과 윤리 강령에 충실한 판단을 내리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영국 에식스대 마리아 이샤크 교수팀은 이해 충돌이 회계 전문가의 독립적, 원칙적, 윤리적 의사결정 가능성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진은 영국 4대 회계법인에 근무하는 파트너, 경영진, 감사 등 회계 전문가 105명에게 이해 충돌의 네 가지 유형과 관련된 가상의 상황을 요약한 글을 읽게 한 후 온라인 설문을 진행했다. 네 가지 이해 충돌의 유형으로는 △사적 이익 침해 △위력을 이용한 위협 △사적 이익 침해, 감사의견 상충의 동시 발생 △사적 이익 침해, 위력을 이용한 위협, 감사의견 상충, 친밀성 오류 동시 발생이 포함됐다.

연구 결과 이해 충돌은 회계 전문가가 최적의 의사 결정을 할 가능성을 현저히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이해 충돌로 발생하는 편향성이 의사결정의 독립성, 원칙성, 윤리성을 침해했다는 뜻이다. 물론 개인이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어떤 기질을 가지는지에 따라 일부 이런 부정적 영향이 상쇄되기는 했다. 해당 전문가가 최적의 의사결정에 따른 긍정적 결과를 기대하고 있거나, 최적의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고 판단하거나, 이것이 매우 윤리적이라고 평가한다면 이해 충돌에도 불구하고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릴 확률이 높아졌다.

나아가 연구팀은 이해 충돌이 유발하는 부정적 파급 효과를 최소화하고 개인의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는 다섯 가지 행동경제학적 접근법을 제안했다. 첫째, 이해 충돌을 개선하는 기업 지배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보상과 처벌이 명확한 윤리 강령과 기업 문화를 구축하는 것이 좋은 예다. 둘째, 이해 충돌 평가 단계부터 개인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다시 말해, 개인이 업무 수행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높은지, 비윤리적 행위에 대한 거부감이 큰지 등의 특성을 이해 충돌 평가에 반영하는 것이다. 셋째, 최적의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을 정확히 평가해 이해 충돌 상황을 관리해야 한다. 최적의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이 크면 이해 충돌의 위험을 수용하거나 완화하는 정책을 펴도 괜찮지만, 최적의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이 작으면 이해 충돌을 처음부터 회피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넷째, 의사결정 과정에서 인지적 편향 등을 비롯해 최적의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각종 소음을 제거해 편향적 의사결정 사례를 줄여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네 가지 이해 충돌 위험 관리 이슈를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개선해야 한다.

이해 충돌은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유무형의 비용을 유발한다. 이로 인한 기업 스캔들의 발생과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행동경제학적 접근법을 십분 활용해 회계 업무의 실질적 독립성과 최적의 의사결정 가능성을 개선해야 한다. 인지적 편향을 제거하기 위해 기업의 전략적 판단 주체를 인간에서 인공지능이나 알고리즘으로 대체하는 것도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 외양간은 소를 잃기 전에 고쳐야 한다.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정리=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
#dbr#윤리강령#기업#행동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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