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막에 스미고 영혼을 잠식하다

임희윤 기자 입력 2021-07-01 03:00수정 2021-07-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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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송라이터 천용성 2집 ‘수몰’
1집 ‘김일성…’ 대중음악상 2관왕
새음반서 슬프고 처절한 노래선봬
수익금까지 밝힌 제작에세이 첨부
26일 서울 마포구에서 만난 싱어송라이터 천용성은 “기타 연주와 작곡 모두 독학했다. (특유의 독특한 악곡 진행은) 못 배워서 나온 게 아닐까”라며 웃었다. ⓒ김소라
“엄마, 나… 죽어?”

귀엽고 섬뜩한 내레이션이 여는 포크송 ‘어떡해’에서 조동진의 ‘제비꽃’(1985년)의 그늘을 본다. 산울림의 ‘안녕’(1986년)의 서글픔이 스친다.

“어릴 때부터 동요가 슬프다고 생각했어요. 슬픈 노래를 만들어야겠다, 진짜 포크송 같은 노래를, 하고 생각했죠.”

24일 발매된 싱어송라이터 천용성(34)의 2집 ‘수몰’은 고막으로 스며 어느새 영혼 일부를 잠식하는 음반이다. 예쁘다. 무섭다. 덤덤하다. 처절하다. 낮게 너울대는 노래 사이로 뜻밖의 음표와 단어와 화성이 나타나 귀와 가슴을 찔러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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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교 없이 부르는 ‘있다 있다’(‘있다’) ‘반만 반만’(‘반셔터’) 같은 멜로디를 기타, 플루트, 클라리넷, 콘트라베이스가 휘감을 때 그런다. 조규찬의 ‘무지개’(1989년)처럼 아련한 7분여의 대곡 ‘중학생’에서 ‘세상의 예쁜 것들은/모두가 거짓인가요’라 질문할 때 천용성의 나직한 노래는 음률의 경계를 불태우고 비상한다. 쓸쓸한 트럼펫 소리를 배경으로 ‘거북이가 되고 싶어요/내 친구 기댈 수 있는’이라 읊조리는 ‘거북이’는 장애인 활동가 고 우동민 씨를 향한 헌가.

천용성은 이번에도 앨범 제작 과정을 담은 에세이 ‘내역서 Ⅱ’를 음반에 붙였다. ‘종합소득세 신고’라는 장에는 1집의 수익금 액수를 원 단위까지 적었다. 총 177만3126원.

“자료로 남겨 공유하고 싶었어요. 다른 음악가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돈이 안 벌린대도 돈을 노린 음악은 하고 싶지 않았다. 숫자에 가둘 수 없는 예술의 가치를 믿기 때문이다. 천용성은 1집 ‘김일성이 죽던 해’(2019년)로 지난해 한국대중음악상 2관왕이 됐다. 전작의 세 배에 달하는 제작비를 투입해 완성한 2집의 풍성한 편곡은 그의 시적인 노래와 부딪쳐 또 한번 간단치 않은 여울을 만들어낸다.

천용성은 물에 잠겨 보이지 않는 일상의 아이러니를 노래의 랜턴으로 비춘다. 잠수부처럼.

“수몰민 가족 이야기를 환상적으로 그린 ‘수역’이란 만화를 봤어요. 무너지는 세계, 비가시화(非可視化)된 존재들에 대해 노래할 제 앨범에 어울리겠다 싶었어요. ‘수몰’이라는 제목이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천용성#수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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