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이상한 구석 하나쯤 있지 않나요?”

김태언 기자 입력 2021-06-22 08:00수정 2021-06-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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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TV서 방영한 드라마, ‘이 구역의 미친 ×’의 이태곤 PD
상처 품고 살아가는 두 주인공, 특유의 따뜻한 시선으로 연출
“무시당하는 사람들 돌아봤으면”
이태곤 PD(가운데)가 ‘이 구역의 미친 X’ 촬영 현장에서 정우(왼쪽), 오연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작품은 이 PD의 첫 디지털 드라마로, 30분 내외 13회 차다. 이 PD는 “추후 시트콤이나 로드무비 제작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4년 전 극본 공모전 심사위원이던 이태곤 PD(53)의 눈에 낙선작 하나가 걸렸다. 그대로 지나치기는 아쉬운 마음에 작가를 따로 만나 보완할 부분을 세세히 알려줬다. 이로부터 3년여에 걸쳐 수정 작업이 이뤄졌다. 21일 종영한 카카오TV 드라마 ‘이 구역의 미친 ×’는 이렇게 나왔다. 이 PD가 이 작품에 관심을 가진 데에는 간혹 홀로 집에 있을 때 누군가에 대한 알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른 경험도 한몫했다. 1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인간에게는 다 이런 이상한 면이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구역의 미친 ×’에는 미친 사람처럼 보이는 두 인물이 등장한다. 분노조절장애를 가진 노휘오(정우)는 다짜고짜 대로변에서 소리를 지르고, 망상장애에 시달리는 이민경(오연서)은 누군가 자신을 쫓아온다며 두려워한다. 일견 이해할 수 없지만 이들에겐 그럴 만한 사연이 있다. 휘오는 강력계 형사로 마약사범을 검거하려다 룸살롱에 출입했다는 누명을 쓰고 파면당한다. 애인이 유부남인 걸 뒤늦게 안 민경은 주변 사람들에게 모욕을 당하고 헤어지려 하지만 몰래 촬영한 동영상으로 애인에게 협박을 당한다.

이 PD는 “남이었을 땐 범죄자나 미친 사람 같지만 만나서 이야기해 보면 정말 다른 사람인 때가 있다. 외모나 언행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건 그만둬야 한다”고 했다. 극중 취미로 여장을 즐기는 아파트 주민이 나오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를 두고 주인공들은 손가락질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의 ‘이상한’ 모습을 내보이면서도 서로를 존중하고 치유받는다.

드라마는 앙숙이던 휘오와 민경이 싸우다 사랑에 빠지는 정통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을 따르지만, 휴먼 장르의 특색이 강하다. 사회에서 소외된 자에 대한 이 PD의 애정이 작품 전반에 깔려 있어서다. 이들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으면 비정상적인 상황과 인물들이 정상으로 보이면서 ‘우리는 모두 이상한 면이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된다. 이 PD는 “시청자들이 쉽게 캐릭터에 동화되는 것도 이들의 모습에서 자신과 비슷한 면모를 발견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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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성장기를 담은 ‘청춘시대 시리즈’(2016, 2017년)를 통해 따뜻한 연출을 선보인 이 PD는 ‘코믹하자’는 철학을 갖고 작품에 임한다고 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부산에서 진행한 이 드라마 촬영 현장 분위기도 즐거웠다고. 그는 “제작 과정에서 배우, 관계자들 모두 만족스러워해 잘될 거라고 예상했다”며 웃었다. 드라마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에서 6월 국내 콘텐츠 중 1위(21일 기준)를 차지했다.

작품은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이 PD는 “세상을 살면서 상처받는 것도 사람, 치유받는 것도 사람 때문이라고 하지 않나. 그럼 이왕이면 치유로 나아가는 게 더 낫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드라마가 사회에서 무시당하는 이들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그는 주인공 휘오와 민경을 향한 애정 어린 시선을 잊지 않았다. “무엇을 하든 이제는 서로가 있기에 견딜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두 사람이 그러길 바랍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이 구역의 미친 ×#이태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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