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색으로 물든 5·18묘역… 빗속 추모열기 고조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기억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
묘비 901기에 연두색 스카프 둘러
민중항쟁 41주년 추모제 어제 거행

5·18민주화운동 41주년을 하루 앞둔 17일 경북 경주시 위덕대 학생들이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5·18민주화운동 41주년을 하루 앞둔 17일 경북 경주시 위덕대 학생들이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5·18민주화운동 41주년을 하루 앞둔 17일 국립5·18민주묘지는 새 희망을 상징하는 연둣빛으로 물들었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는 올해 ‘기억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문구가 새겨진 연두색 스카프를 묘비 901기에 둘렀다. 스카프는 미래 세대에게 5월 정신을 전달하자는 뜻과 행방불명자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말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5·18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5·18민중항쟁 제41주년 추모제가 17일 오전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렸다. 5·18유족회 주관으로 열린 추모제는 유가족들이 올리는 전통 제례와 추모사, 추모시 낭송,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헌화 및 분향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추모제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에 따라 99명만 참석했다. 광주시낭송협회 회원 19명은 ‘80년 5월! 광주의 그날을 기억합니다’라는 시 낭송공연을 17분간 진행하며 추모열기를 고조시켰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추모사에서 “5·18민주화운동은 세계사에 빛나는 위대한 역사”라며 “오월 영령들의 고귀한 희생과 광주 시민들의 나눔, 연대의 힘은 민주주의의 굳건한 뿌리가 됐다”고 말했다. 김영훈 5·18유족회장은 “41년 세월이 1980년 5월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자리를 넘어서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는 걸음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국립5·18민주묘지에는 전국 각지에서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경북 경주의 위덕대 학생 15명과 교직원 2명은 이날 오후 ‘위덕대 총학의 진정한 용서와 화해의 순례길’이라는 현수막을 들고 참배했다.

학생들은 이 대학 박훈탁 교수가 비대면 강의에서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하는 주장을 하자 사과 의미에서 5·18민주묘지를 찾았다. 이다영 위덕대 총학생회장(25)은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책으로만 읽다가 직접 현장에 와서 보고 느끼니 가슴이 뭉글하며 그 아픔을 공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제41주년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는 이날 오후 7시 반부터 10시까지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 등 금남로 일대에서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됐던 전야제를 개최했다. 전야제는 ‘오월 시대와 눈 맞추다, 세대와 발맞추다’라는 41주년 슬로건처럼 불평등과 양극화 시대를 오월 정신으로 타개하고 다양한 세대와 조화를 추구하는 행사로 치러졌다.

전야제도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미리 초청받은 99명만 참석했다. 시민 참여형 주요 행사인 민주평화대행진과 시민 난장은 취소됐다. 대신 인원 제한을 둔 음악, 연극 공연 행사가 열렸다. 초청받지 못한 시민들은 금남로에 설치된 3개의 전광판과 유튜브를 통해 전야제를 관람했다.

올해 전야제는 1980년 5월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무대로 꾸며졌다. 전야제는 연대의 장, 항쟁의 장, 계승의 장 등 총 3부로 구성됐다. 합창, 연극, 미디어아트, 노래패, 랩, 일렉트로닉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통해 미얀마 민중에 대한 연대의 마음과 무명열사에 대한 감사의 마음, 5월의 희망 메시지를 전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5·18민주화운동#5·18민주화운동 41주년#국립5·18민주묘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