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기업집단국 정규 조직화… 재계, 규제족쇄 강화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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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재벌개혁” 4년전 만들어… 대기업 규제전담 ‘재계 저승사자’
일감 몰아주기-부당 내부거래 등… 15건 처리해 과징금 2153억 부과
공정위 “안정적으로 재벌정책 추진”… 재계 “경영효율성 고려 않고 규제”

일감 몰아주기 등 대기업 규제를 전담해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이 출범 3년 8개월 만에 재수 끝에 한시 조직에서 정규 조직이 됐다. 공정위의 대기업 규제가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재계에선 “철 지난 대기업 규제 대못 박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어제 행정안전부로부터 공정위 기업집단국이 정규 조직으로 확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정규 조직이 됐으니 안정적인 법 집행체계를 바탕으로 대기업 소유·지배구조 개선이란 본연의 업무를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집단국은 문재인 정부 초대 공정위원장이었던 김상조 전 대통령정책실장이 ‘재벌개혁’ 기치를 내걸고 2017년 9월 한시 조직으로 신설했다. 중앙부처의 신규 조직이 정규 조직으로 승인을 받으려면 3년 안에 행안부의 성과 평가를 받아야 한다. 기업집단국은 2019년 한 차례 고배를 마신 뒤에 ‘재수’ 끝에 올해 정규 조직이 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기업집단국은 신설 이후 지금까지 대기업의 부당 내부거래 등 15건을 처리해 2153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총수 일가를 포함해 21명을 고발했다.

공정위 기업집단국의 전신은 1992년 신설된 조사국이다. ‘대기업 전담 부서’라는 타이틀을 얻었던 조사국은 대기업을 지나치게 압박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2005년 폐지됐다. 2017년 기업집단국이 신설되기 전까지 대기업 담당 부서는 기업집단과로 축소 운영됐다.

이번에 정규 조직이 된 기업집단국은 기업집단정책과, 지주회사과, 공시점검과, 내부거래감시과, 부당지원감시과 등 5개 과로 구성된다. 인원은 54명 규모다. 다만 행안부는 기업집단국에서 지주회사과만 한시 조직으로 남겨두고 성과를 지켜본 뒤 1년 후 정규 조직화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기업집단국이 정규 조직이 되더라도 규제가 강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재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이 완화되는 추세인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급감한 일자리를 창출하고 해외 기업과 경쟁하기도 버거운 상황에서 규제 족쇄가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상위 30개 기업집단 매출 비중은 2012년 37.4%에서 2019년 30.4%로 줄었다. 유정주 전경련 기업제도팀장은 “계열사라고 해도 각자도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똑같은 기업집단으로 묶어 규제하는 건 맞지 않는다. 경영 효율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내부거래를 불분명하게 규제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의 대기업집단 규제와 관련해 최근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한 전자상거래 회사 쿠팡의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외국인이란 이유로 동일인(총수)에 지정되지 않자 제도의 실효성과 내국인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조 위원장은 이에 “개선 방안을 제도화한 다음 외국인이 실질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하는 경우 제도상 요건에 해당한다면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것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했다.

세종=남건우 기자 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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