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현실에서 만난 ‘앤더슨스러운 풍경’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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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웨스 앤더슨/월리 코발 지음·김희진 옮김/368쪽·2만9000원·/웅진지식하우스

체코 프라하에는 14세기 르네상스 양식의 분홍색 ‘오페라 호텔’이 남아 있다. ⓒSheryl Cababa
체코 프라하에는 14세기 르네상스 양식의 분홍색 ‘오페라 호텔’이 남아 있다. ⓒSheryl Cababa

미국 영화감독 웨스 앤더슨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2014년)은 강박적 대칭 구도와 선명한 파스텔 색감, 독특하면서도 정교한 문양이 어우러진 미감을 잘 보여준다. 그 아름다움에 심취한 저자는 영화 사랑에 그치지 않고 앤더슨 영화에 등장할 법한 장소를 찾기 시작했다. 2017년 인스타그램에 ‘@AccidentallyWesAnderson(우연히 웨스 앤더슨)’이라는 계정을 열고 세계 각국에서 ‘앤더슨스러운’ 사진을 제보받았다. 현재 146만 명이 팔로잉하고 있는 이 페이지에는 1438장의 이색 사진이 올라왔는데, 여기서 200여 장을 선별해 책으로 엮었다.

세네갈의 ‘다카르 철도역’은 과거 프랑스로부터 식민 지배를 당한 역사를 반영하듯 유럽 양식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Valentina Jacks
세네갈의 ‘다카르 철도역’은 과거 프랑스로부터 식민 지배를 당한 역사를 반영하듯 유럽 양식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Valentina Jacks
이 중 스위스 알프스 산맥에 자리 잡은 ‘벨베데레 호텔’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과 비슷한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설산을 배경으로 산악도로 한가운데 떡하니 자리 잡은 이 호텔은 생뚱맞지만 녹색과 붉은색의 아기자기한 색감이 눈길을 잡아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휴양지 오션사이드의 방갈로 ‘로버츠 코티지’는 인형의 집을 방불케 한다. ⓒPaul Fuentes
미국 캘리포니아주 휴양지 오션사이드의 방갈로 ‘로버츠 코티지’는 인형의 집을 방불케 한다. ⓒPaul Fuentes
앤더슨 감독은 책 서문에서 “사진들은 내가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이들이, 거의 예외 없이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장소와 사물을 찍은 것이다. 솔직히 내가 찍고 싶은 사진들”이라고 썼다.

1846년 세워진 영국 런던의 ‘마셜 스트리트배스’ 수영장은 런던 지하철 ‘튜브’를 닮았다. ⓒSoo Burnell
1846년 세워진 영국 런던의 ‘마셜 스트리트배스’ 수영장은 런던 지하철 ‘튜브’를 닮았다. ⓒSoo Burnell
저자는 각 사진에 장소가 조성된 시기와 여기 얽힌 뒷이야기들을 실었다. 예컨대 프랑스 샤모니의 몽블랑에 자리 잡은 ‘몽블랑 카지노’ 사진에는 내기 등산에 나섰다가 목숨을 잃은 등산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시각에 따라 여행서로도 읽히는 이 사진집은 팬데믹으로 여행길이 막힌 상황에서 답답한 마음을 달래기에 안성맞춤이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앤더슨#부다페스트#사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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