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화감독 웨스 앤더슨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2014년)은 강박적 대칭 구도와 선명한 파스텔 색감, 독특하면서도 정교한 문양이 어우러진 미감을 잘 보여준다. 그 아름다움에 심취한 저자는 영화 사랑에 그치지 않고 앤더슨 영화에 등장할 법한 장소를 찾기 시작했다. 2017년 인스타그램에 ‘@AccidentallyWesAnderson(우연히 웨스 앤더슨)’이라는 계정을 열고 세계 각국에서 ‘앤더슨스러운’ 사진을 제보받았다. 현재 146만 명이 팔로잉하고 있는 이 페이지에는 1438장의 이색 사진이 올라왔는데, 여기서 200여 장을 선별해 책으로 엮었다.
이 중 스위스 알프스 산맥에 자리 잡은 ‘벨베데레 호텔’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과 비슷한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설산을 배경으로 산악도로 한가운데 떡하니 자리 잡은 이 호텔은 생뚱맞지만 녹색과 붉은색의 아기자기한 색감이 눈길을 잡아끈다.
앤더슨 감독은 책 서문에서 “사진들은 내가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이들이, 거의 예외 없이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장소와 사물을 찍은 것이다. 솔직히 내가 찍고 싶은 사진들”이라고 썼다.
저자는 각 사진에 장소가 조성된 시기와 여기 얽힌 뒷이야기들을 실었다. 예컨대 프랑스 샤모니의 몽블랑에 자리 잡은 ‘몽블랑 카지노’ 사진에는 내기 등산에 나섰다가 목숨을 잃은 등산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시각에 따라 여행서로도 읽히는 이 사진집은 팬데믹으로 여행길이 막힌 상황에서 답답한 마음을 달래기에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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