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륙 전·착륙 후 미세먼지 이럴수가…반전 실험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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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가 지상에 머무는 동안 승객들이 심각한 수준의 초미세먼지에 노출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프랑스 파리 시테대·개발연구원·국립보건의학연구소 등 공동연구팀은 샤를드골 공항에서 출발하는 유럽행 항공편 16개를 대상으로, 탑승 시작부터 하차까지 기내 초미세먼지 농도를 측정·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국제 환경(Environment International)’ 12월호에 게재했다.

공동연구팀은 객실 앞쪽의 빈 좌석이나 기내 앞부분 주방 구역에 측정 장비를 설치한 뒤, 실제 승객들과 함께 비행하며 탑승부터 하차까지 전 구간에서 초미세먼지 농도를 관측했다.

그 결과, 승객이 탑승하는 과정과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동할 때, 착륙 후 주기장에 정차할 때 기내 초미세먼지 농도가 급격히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탑승구에서 승객을 태울 때는 2만2784개/cm³, 이륙 전 활주 중에는 2만964개/cm³, 착륙 후 기체를 주기장에 세울 때는 1만5448까지 치솟았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기준치의 평균 두 배를 넘는 수준이다. 공동연구팀은 열린 탑승구나 에어컨 시스템을 통해 오염된 외부 공기가 기내에 유입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반면 항공기가 상공을 비행하는 동안에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비교적 낮았다. 순항 고도에서는 외부 공기가 상대적으로 깨끗해 기내 오염 공기가 서서히 배출되지만, 착륙을 위해 공항에 접근하면 항공기 엔진과 기내 보조 동력 장치로 인해 오염된 외부 공기가 다시 유입되면서 농도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초미세먼지는 WHO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유해 물질로, 호흡기뿐 아니라 심혈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쳐 노약자에게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화석연료가 불완전 연소할 때 발생하는 검은색 그을음인 ‘블랙카본’ 역시 초미세먼지와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 항공기가 지상에 머무를 때 농도가 가장 높았고, 상공을 비행할 때는 감소했다. 블랙카본은 입자가 매우 작아 폐 깊숙이 침투하고 혈관으로 유입돼 심혈관 및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공동연구팀은 “초미세먼지 배출을 줄이기 위한 엔진 설계 개선의 중요성을 시사하는 결과”라며 “항공기가 지상에 머무는 동안 객실 공기를 보다 효과적으로 여과·정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면 승객과 승무원의 오염 노출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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