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우정엽]바이든 대북정책에 부담 주는 北 미사일 발사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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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동결은 비핵화 시작이나, 목표 될 수는 없어
트럼프식 톱다운 협상 꺼리는 바이든 정부
美위협 통한 존재감 과시는 北의 잘못된 선택

우정엽 객원논설위원·세종연구소 미국센터장
우정엽 객원논설위원·세종연구소 미국센터장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대북 정책 검토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때맞춰 북한은 연이어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이 실제로 미국의 셈법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이 별로 바뀐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는 말로 대신했다. 아마 북한은 미국에 대한 위협을 과시함으로써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을 감소시키는 협상이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을 확대하려 했을 수 있다. 이를 통해 바이든 정부가 그에 맞는 정책으로 전환하게 하자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문제는 미국이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점이다. 곧 마무리될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은 어떤 것일까?

바이든 정부는 임기 시작 후 두 달이 안 되어 대중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등 외교안보의 많은 영역에서 이미 나아갈 방향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유독 대북 정책은 포괄적인 검토를 하겠다고 했다. 아마도 지난 트럼프 정부 4년 동안 협상이 진행되다가 멈춘 배경이나 현 정부의 대북 정책 목표 지점을 어디에 둬야 할지 등을 두고 바이든 정부 내부에서 이견이 존재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선 전자는 트럼프 정부 기간 북한과의 협상에 참여했던 인사들이 함께 정책 검토에 나섬으로써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바이든 정부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대북 접근법에 대한 이견의 조정이다. 현실적으로 군축론적 접근을 해야 한다, 북한 인권을 빼고 협상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 등 여러 요소를 포괄적으로 놓고 고민하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 기간에 있었던 협상을 보면 북한은 비핵화의 최종 상태에 대해 미국과 협상하지 않았다. 싱가포르와 하노이에서 북한은 영변 핵시설과 제재 해제의 교환이라는 소위 ‘행동 대 행동’ 교환에 대한 협상을 원했다. 바이든 정부에서는 최종적인 북한 비핵화 목표에 합의한 후 이를 단계적으로 이행하는 방식과 그러한 최종 상태에 북한이 동의할 가능성이 없으니 위협 감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단계적 협상의 방식을 놓고 고민했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때에도 그랬지만, 북한이 모든 비핵화를 마친 후에야 제재 해제를 제공하는 방식은 이미 고려 대상이 아니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주요 인사들의 발언을 보면 단계적 협상 방식은 멀어진 것으로 생각된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북한의 비핵화’라는 단어를 사용하였고, 바이든 대통령은 ‘최종적인 비핵화의 전제하에’ 외교적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북한 핵 동결이 비핵화의 시작이 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에 대해서는 인정을 하나, 협상의 목표를 동결에 둘 것인가 하는 문제는 정치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미국 내에서 군축론적 접근, 혹은 위협 감소론적 접근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일단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합의와 일정 규모의 제재 완화를 교환하게 되면 그것이 모멘텀이 되어 보다 큰 비핵화 과정에 대한 합의가 가능할 것이라는 논리를 편다. 그러나 최종적인 비핵화에 동의하지 않는 단계적 협상 방식은 현재 바이든 정부의 정치적 입장을 고려할 때 너무도 많은 정치적 자산을 소모하게 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내부 저항이 강하다.

또 하나 고민한 부분은 바이든 대통령이 비판했던 트럼프 방식, 소위 ‘톱다운’ 접근법에 관해서일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선거 전 실무협상을 통해 북한이 핵 능력 축소에 동의를 해야만 김정은과 만날 수 있다고 했다. 그러한 비핵화 성과를 담보하지 못하는 김정은과의 만남은 김정은 정권 정당화에만 도움을 줬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 기간 북한과의 협상 경험은 북한에서는 김정은을 제외하고 그 누구도 비핵화에 대한 협상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만약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식의 정상회담, 다시 말해 사전에 전혀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정상 간 담판을 통한 방식을 고민한다면, 그것이 얼마나 성공 확률이 있을 것인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과는 달리 그 성공 확률이 매우 낮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결과가 담보되지 않는 정상회담은 정치적으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이 협상을 통한 북한 비핵화라는 원칙의 재확인이 될 것이라는 전제를 하면 결국 문제는 북한이 협상에 나올 것이냐에 달렸다. 미국 입장에서 북한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래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정치적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인식이 생겨야 보다 유화적인 접근으로의 전환이 가능할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그래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정엽 객원논설위원·세종연구소 미국센터장
#바이든#대북정책#미사일#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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