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병철 “압도적 군사력 키워나갈 것” 美본토 겨냥 추가도발 위협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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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바이든 경고 이틀뒤 반박 담화

北 신포조선소서 포착된 수상한 움직임 북한 함경남도 신포조선소에서 2월 10일 인근 부두에 있던 부유식 드라이독(위쪽
 사진 원)이 3월 24일 잠수함 진수용 부두 옆으로 이동(아래쪽 사진 원)한 모습이 최근 위성에 포착됐다. 드라이독은 선박 건조
 및 수리를 위해 만든 시설로, 잠수함 진수 시설 옆에서 포착된 건 이례적이다. 위성사진을 공개한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새 탄도미사일(SLBM) 잠수함이 거의 완성돼 진수 준비를 하고 있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38노스 홈페이지 캡처
北 신포조선소서 포착된 수상한 움직임 북한 함경남도 신포조선소에서 2월 10일 인근 부두에 있던 부유식 드라이독(위쪽 사진 원)이 3월 24일 잠수함 진수용 부두 옆으로 이동(아래쪽 사진 원)한 모습이 최근 위성에 포착됐다. 드라이독은 선박 건조 및 수리를 위해 만든 시설로, 잠수함 진수 시설 옆에서 포착된 건 이례적이다. 위성사진을 공개한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새 탄도미사일(SLBM) 잠수함이 거의 완성돼 진수 준비를 하고 있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38노스 홈페이지 캡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상응 조치’를 경고한 지 이틀 만인 27일 북한의 핵·미사일 총책임자인 리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사진)이 “자위권에 대한 도발”이라며 미국 본토를 직접 위협할 수 있는 추가 도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새 대북정책 발표가 임박한 바이든 정부는 이번 주 후반 워싱턴에서 한미일 3국 안보사령탑 회의를 열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벼랑 끝 전술을 다시 꺼내들며 실제 추가 도발을 강행할 경우 미국이 추가 제재에 나서면서 북-미 간 강대강 대치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임기 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해 조속한 북-미 대화 재개를 강조해 온 문재인 정부의 구상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 北 “美, 좋지 못한 일 마주할 수도” 도발 예고

리병철은 27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담화에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미국 새 정권의 호전적인 자세는 우리가 어느 길로 가야 하는가를 다시금 가르쳐주고 있으며 우리에게 우리가 할 일의 정당성을 또 한 번 인식시켜 줬다”고 했다. 이어 “미국이 대양 건너 교전 일방의 앞마당에서 벌여놓는 전쟁 연습이 ‘방어적’인 것이라면 우리도 미국의 군사적 위협을 미국 본토에서 제압할 수 있는 당당한 자위적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앞뒤 계산도 못 하고 아무런 말이나 계속 망탕(마구) 하는 경우 미국은 좋지 못한 일을 마주하게 될 수도 있다”며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잘 알고 있다. 계속해 가장 철저하고 압도적인 군사력을 키워 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월 8차 노동당 대회에서 밝힌 ‘강대강, 선대선’ 원칙에 의해 추가 도발을 감행할 명분을 만든 것이다. 미국을 직접 위협할 수 있는 잠수함탄도미사일(SLBM)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리병철은 김정은 시대 핵·미사일 전략무기 개발의 총책임자이자 군사 부문에서 김 위원장에 이은 서열 2위다. 25일 북한의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참관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리병철의 담화가 김 위원장의 의중을 반영했을 수밖에 없다는 것. 리병철이 군사력 증강을 계속할 것임을 공언한 만큼 가까운 시일 안에 북-미 간 대화 재개 모멘텀이 만들어지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30일경 비공개 유엔 안보리 소집

이에 따라 이번 주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 마무리를 위한 한미일 안보사령탑 회의가 북-미 관계의 첫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6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우리는 여러 이해당사자 간 집중적인 대북정책 검토의 마지막 단계에 들어섰다”며 “한국과 일본의 안보 보좌관들과 3자 대화에서 이 검토 내용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의에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 일본 국가안보국장이 참석한다.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소집을 요구하는 등 대응에 착수했다. 26일(현지 시간) 열린 대북제재위 원격회의에서는 15개 안보리 이사국 중 대다수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우려를 표명했다. 또 모든 이사국이 동의해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AP통신 등 외신은 30일경 안보리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비공개 회의를 소집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안보리에서 북한 탄도미사일에 대한 규탄 성명 등이 발표될 경우 북한 미사일을 탄도미사일이라고 부르지 못하면서 안보리 결의 위반 여부도 밝히지 않은 우리 정부에도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쉽게 줄 의향이 없다는 걸 확인하자 북한이 곧바로 벼랑 끝 전술에 돌입했다. 당분간 북-미 간 강대강 대치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뉴욕=유재동 특파원

#리병철#군사력#추가도발#북한#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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