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의 유쾌한 변신 뒤엔 ‘젊은 지휘봉’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33세 부지휘자 데이비드 이
캐럴연주-대중음악과 콜라보
내달 5일 정기연주회 첫 지휘

성탄 캐럴 8곡 연주와 저작권 무료 개방, EBS 홈페이지에 공개한 초중고 음악 영상교재, SM엔터테인먼트와 콜라보로 제작한 레드벨벳 ‘빨간 맛’과 고 샤이니 종현의 ‘하루의 끝’ 연주….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지난해 여러 가지 색다른 시도를 했다. 그때마다 지휘대엔 33세의 젊은 부지휘자 데이비드 이(사진)가 있었다.

1년간의 첫 임기를 마치고 올해 1월 재임용된 그가 처음 서울시향 정기연주회 무대에 선다. 3월 5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서울시향 임지영의 스코틀랜드 환상곡’ 콘서트다. 베버 ‘마탄의 사수’ 서곡과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이 협연하는 브루흐의 스코틀랜드 환상곡, 멘델스존의 교향곡 1번을 연주한다.

그는 지난해 9월 서울시향 온라인 콘서트에서도 멘델스존 현악8중주와 현악 교향곡 11번을 지휘한 바 있다.

“원래 큰 관심을 가졌던 작곡가는 아닙니다. 지난해 두 곡을 지휘하면서 멘델스존을 가깝게 알게 된 느낌이 들었죠.”

교향곡 1번은 멘델스존이 불과 15세의 나이로 쓴 곡이다. 그의 교향곡 중에서도 자주 연주되는 곡은 아니다. “트롬본을 쓰지 않는 등 편성이 간소해요. 코로나 상황에서 무대 위 거리 두기도 중요한 만큼 이 기회에 ‘신동 작곡가’가 쓴 덜 알려진 곡을 선보이는 것도 좋겠다 싶었죠. 나이는 잊어도 좋을 만큼 짜임새가 단단하고 꽉 찬 곡이에요.”

지난해 서울시향이 시도한 대중음악과의 콜라보에 놀란 음악팬도 많았다. “음악계가 어떤 식으로든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찬성이에요. 언젠가는 시작했어야 할 일들이죠.” 가장 좋았던 일로는 ‘캐럴 공개’를 꼽았다. “사회 분위기가 가라앉은 상황에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서울시향 유튜브에서만 20만 뷰가 넘어 단원들도 신나했거든요.”(웃음)

그는 음악을 전공한 부모 아래 유년기는 한국에서, 청소년기 이후는 미국에서 보냈다.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휴 울프를, 예일대에서 피터 운지안을 사사했다. 2016년 경기도문화의전당이 기획한 ‘이탈리아 오페라 아카데미’에선 지휘 거장 리카르도 무티에게 발탁돼 다른 두 지휘자와 함께 ‘라 트라비아타’ 공연에 참여했다.

가장 관심 있는 분야는 ‘고(古)음악’이라고 했다. 고전주의 이전, 바로크나 르네상스 음악을 당시의 악기와 연주 관습을 살려 연주하는 것을 뜻한다. 지난해 서울시향 ‘퇴근길 콘서트’에서 직접 쳄발로(피아노의 원형 격인 건반악기)를 치며 고음악 연주를 이끌기도 했다. 앞으로도 서울시향에서 고음악의 시도를 늘려볼 생각이다.

미래의 희망을 묻자 그는 ‘엉뚱할지도 모르지만…’이라면서 ‘큰 그림’을 보였다. “우리나라에 오케스트라 전문 교육 시스템을 만들고 싶어요. 음악을 전공한 학생들이 직업을 찾아서 자신의 미래를 체계적으로 찾아나갈 수 있는 시스템이죠. 그런 일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서울시향#지휘봉#데이비드 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