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명절 만들어 줄 안전벨트[기고/김창룡]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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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룡 경찰청장
김창룡 경찰청장
11일부터 민족 최대 명절인 설날 연휴가 시작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예전에 비해 고향 방문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줄었다고 해도 한국교통연구원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연휴 기간에 2192만여 명이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설 명절 당일은 최대 545만여 명의 이동이 예상된다고 한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모두가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운전 습관이 하나 있다. 교통사고 발생 시 나와 동승자의 안전을 지켜주는 최후의 보루, 안전벨트 착용 습관이다. 대형 교통사고가 일어났을 때 안전벨트 착용으로 운전자와 탑승자가 큰 부상이 없었다거나 반대로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아 치명상을 입었다는 소식은 이제 낯설지 않다.

지난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안전띠 미착용으로 확인된 사망자 수는 108명(13%)이다. 최근 당진∼영덕고속도로에서 나들목을 급하게 빠져나가던 승합차가 미끄러지며 7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을 입은 사고도 마찬가지다. 탑승자 대부분이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안전벨트 착용이 중요한 이유는 교통사고로 인한 충돌 시 탑승자에게 미치는 관성력 때문이다. 자동차 주행 속도가 시속 20km인 상황에서 충돌했을 때의 관성력은 탑승자 몸무게의 7배가 된다. 속도가 증가함에 따라 관성력은 더 커진다고 하니 안전벨트 착용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안전벨트가 교통사고 피해를 줄이는 데 높은 효과가 있다는 점은 충분히 입증됐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안전벨트 착용률이 1% 높아질 때마다 136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한국 보험개발원에서 실시한 충돌 실험에서도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경우 착용한 상태보다 머리 부위의 상해 정도가 170%가량 증가한다. 6시간 이상 의식 불명에 빠질 확률도 60∼90%로 높아진다.

2018년 9월 뒷좌석 안전벨트 착용 의무화를 전후해 경찰청에서는 안전벨트 생활화를 위한 단속과 홍보를 꾸준히 병행해 왔다. 하지만 최근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2020년 교통문화지수를 보면 운전석이나 조수석과 달리 고속도로에서 차량 뒷좌석의 안전벨트 착용률은 48.6%에 그친다. 2명 중 1명은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안전에 대한 불감증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무리 노력해도 모든 차량의 안전벨트 착용 여부를 단속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운전자와 탑승자 모두가 스스로 안전벨트 착용의 필요성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선택이 아닌 의무임을 잊지 말고 실천에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안전벨트 착용은 본인의 안전만이 아니라 주변 탑승자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습관이다. 이번 연휴에는 성숙한 교통 문화 정착을 위해 착용률이 낮은 차량 뒷좌석, 대형버스 승객의 안전벨트를 한 번 더 살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창룡 경찰청장


#김창룡#안전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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