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 깬 한동희 “정확도 높여 30홈런 쳐야죠”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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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부진 털고 작년 17홈런-67타점
롯데 선배 이대호 이을 거포 존재감
“기복 없이 내 역할 해내는 게 목표”

롯데 제공
롯데 제공
“인정해.”

지난해 시즌 전 프로야구 롯데 내야수 한동희(22·사진)는 허문회 감독에게 들은 이 한마디를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과거 아쉬움을 곱씹는 데 머물지 말고, 앞으로 해나갈 일에 집중하라는 의미였다. 2020시즌 한동희는 허 감독의 주문대로 행동했다.

효과는 컸다. 2018년 프로 데뷔 후 2년 동안 홈런 6개, 34타점에 그쳤던 그가 잡념을 지우고 공에만 집중한 지난해 135경기에 출전해 17홈런, 67타점을 올렸다. 타율은 개인 최고인 0.278까지 끌어올렸다.

야구 명문 부산 경남고 출신인 한동희는 입단 당시 고교 선배이자 프랜차이즈 스타 이대호(39)의 뒤를 이을 ‘거포’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이렇다 할 성적이 나오지 않자 마음은 더 조급해졌다. 프로 2년 차인 2019년에는 무릎 부상에도 시달렸다. 한동희는 “신인 때부터 선배들이 ‘편하게 하라’고 조언해줬는데 내가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경기 도중 실수를 되짚으며 자책하는 순간도 많았다.

껍데기를 스스로 깨고 나온 결정적인 계기가 된 건 지난해 7월 1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였다. 허 감독은 줄곧 4번 타자 이대호 뒤인 5번 타석에 서 왔던 한동희를 데뷔 후 처음 2번 타순에 배치했다. 좀 더 편한 마음으로 타석에 서게 하려는 허 감독의 배려였다. 한동희는 ‘공만 맞히고 오자’고 다짐하며 타석에 섰다. 8-10으로 뒤진 6회말 2사 2, 3루에서 그는 LG 구원투수 여건욱의 직구를 받아쳐 역전 결승 3점포를 쏘아 올렸다. 그는 “부담을 내려놓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면서 여유도 생기고 자신감도 생겼다”고 했다.

어느덧 프로 4년 차를 맞는 한동희의 새해 목표는 홈런 25∼30개다. 전년도의 2배에 달하는 개수지만 빠른 성장세를 감안하면 불가능할 것도 없다는 평가다. 팀 선배 전준우(35)는 “올해가 소의 해인 만큼 지난해 자신감이 붙은 동희가 소처럼 밀고 나간다면 앞으로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응원했다.

한동희가 더 원하는 건 ‘필요할 때 해주는 선수’가 되는 것이다. 그는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기복 없이 꾸준하게 자신의 몫을 해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확도를 높이다 보면 홈런도 안타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요즘 부산 사직구장에서 개인 훈련을 하고 있는 한동희는 매일 모서리나 가운데 특정 목표지점에 타구를 보내는 배팅에 집중하며 정확도를 높여가고 있다. 힘을 키우려고 몸을 숙여 바벨을 들어올리는 데드리프트 중량도 지난해 최대 140kg에서 200kg까지 크게 늘렸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한동희#내야수#롯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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