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인이 재감정 법의학자 “살인 의도 있었거나 숨질 가능성 인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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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검 재감정 보고서 검찰에 제출
“양부모, 수일전 복부 가해뒤 재가격”
檢, 살인죄 추가기소 여부 곧 결론
文대통령 “경찰 기초수사 부실”

서울남부검찰청 앞 ‘추모 바람개비’ 학대로 숨진 16개월 여아 정인이의 양부모 재판을 이틀 앞둔 11일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이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앞 담장에 학대로 숨진 아동들을 추모하는 의미로 바람개비를 달고 있다. 뉴시스
서울남부검찰청 앞 ‘추모 바람개비’ 학대로 숨진 16개월 여아 정인이의 양부모 재판을 이틀 앞둔 11일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이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앞 담장에 학대로 숨진 아동들을 추모하는 의미로 바람개비를 달고 있다. 뉴시스
검찰로부터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입양아 정인이의 부검 재감정을 의뢰받은 법의학자가 “피해자에 대한 살인의 의도가 분명하게 있었거나 최소한 가해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할 가능성을 인지했을 것”이라는 내용으로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법의학자는 “피해자 복부에 수일 전 고의적 가격이 있었고, 재차 치명상을 입을 정도의 가격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같이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 “살인 의도 있었거나 최소 사망 가능성 인지”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부검 재감정을 의뢰받은 법의학자 A 교수는 ‘재감정 보고서’를 10일 서울남부지검에 이메일로 전달했다. 30년 넘게 부검 현장에서 활동한 A 교수가 작성한 보고서에는 “췌장이 절단될 만한 힘을 가했다면 양부모가 사망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담겼다고 한다. 검찰은 A 교수를 포함해 법의학 전문가 3명에게 부검 재감정 결과를 제출받았고, 나머지 2명도 A 교수와 비슷한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남부지검은 정인이 사인(死因)과 관련한 의문점을 10가지로 정리한 뒤 재감정을 의뢰했는데, 이 가운데 8가지가 직접 사인으로 추정되는 췌장 절단에 대한 질문이었다. ‘어떤 힘이 작용해야 췌장이 절단될 수 있는지’, ‘16개월 아기의 췌장의 강도는 어느 정도인지’ ‘165cm의 성인이 눈높이에서 던지지 않고 떨어뜨렸을 때 의자에 부딪히는 정도로 췌장 절단이 가능한지’ 등이다.

A 교수는 재감정 보고서에 정인이의 췌장이 절단된 상황에 대한 여러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A 교수는 동아일보에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줄 수 없지만 수많은 부검 경험과 문헌을 토대로 다양한 가능성을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A 교수는 정확한 감정을 위해 직접 소아과 전문의들에게 자문했다.

앞서 검찰도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에 정인이 사건에 대한 자문을 의뢰했다. 의사회는 검찰에 “췌장은 장간막, 대장, 소장이 먼저 손상된 뒤 마지막에 외력이 미치기 때문에 췌장까지 절단되는 것은 매우 드문 사례”라며 “사고가 아닌 고의에 의한 둔력(鈍力)이 가해졌을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는 내용을 의견서에 포함시켰다. ‘축구 경기 중 배를 발로 차인 경우’, ‘황소 머리에 배를 받힌 경우’ 등의 췌장 손상 등과 관련한 해외 사례를 제시하기도 했다.

의사회가 의견서를 작성하며 참조한 8개 해외문헌 가운데 미국법의병리학회에서 작성한 논문은 32개월 된 여아가 아동학대로 인한 췌장 절단으로 사망한 사례를 다루고 있다. 해당 논문은 “췌장 절단은 학대에 의한 부상임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라며 “실수로 아이를 떨어뜨리거나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생기기는 어렵다”고 명시하고 있다. 논문에는 “낙상(落傷)은 보호자가 복부 손상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숨기기 위해 가장 많이 드는 변명”이라는 내용도 있다. 정인이 양부모 측은 췌장 절단에 대해 “아이를 흔들다 떨어뜨려 의자에 부딪혔다”, “병원으로 이동 중에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다친 것 같다”고 주장하고 있다.

○ 文 대통령 “기초 수사 부실” 경찰 비판

검찰은 재감정 보고서를 바탕으로 13일 열리는 첫 공판 전까지 양부모를 살인죄로 추가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양부모를 기소하면서 아동학대치사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살인죄로 기소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한다. 검찰은 외부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검찰시민위원회를 소집해 양부모가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갖고 학대했는지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정세균 국무총리와의 올해 첫 주례회동에서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3차례 신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초기에 (양부모와 아이를) 분리하는 조치가 미흡했고, (경찰의) 기초 수사가 부실하게 진행되는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박종민 blick@donga.com·조응형·고도예 기자
#정인이 사건#부검 재감정 보고서#살인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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