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중대재해법 처벌조항 부적절”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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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발의안 검토의견 전달
“피해자 수 따라 처벌 가중, 구체 사안에 타당할지 검토 필요
양형에 피해규모 반영이 합리적”

부상자 수가 늘면 법정형도 늘어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제정안에 대해 법원행정처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또 정부안은 처벌 대상에서 장관, 지방자치단체장을 제외했지만 30일 국회 논의 과정에서 다시 포함됐다.

국회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최근 중대재해법 제정안 검토 의견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전달했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검토 의견서에 따르면 법원은 정부안과 더불어민주당 발의안(박주민 의원안)의 문제점을 각각 지적했다.

정부안은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에서 장관과 지자체장을 제외했지만 법원은 이를 모두 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켰다. 여기에 경제계를 중심으로 “기업인만 처벌 받으라는 것이냐”는 반발이 일면서 여야는 이날 법안소위 논의 끝에 장관, 지자체장도 포함시키기로 했다.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장관과 지자체장을 제외할 합리적 이유가 없어서 책임지는 지위로 되돌렸다”고 말했다.

또 법원행정처는 부상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의 처벌과 법정형을 규정한 민주당안(제6조)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법원행정처는 “피해 인원수만을 기준으로 법정형을 다르게 정하는 것이 구체적인 사안에서도 타당할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주의나 책임의 경중이 아니라 사상자 수에 따라 법정형을 다르게 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

당초 민주당은 6개월 이상 입원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4명 발생하는 사고의 경우 책임자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부상자가 5명 이상일 때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억 원 이하의 벌금으로 정해 부상자 수에 따라 처벌의 수위를 다르게 했다. 그러나 이근우 가천대 법대 교수는 “사고 당시 현장에 몇 명이 있을지는 거의 운에 가깝다. 부상자 수에 따라 양형 기준이 달라지는 법은 없다”고 지적했다. 법원행정처 역시 “양형기준에 피해 규모를 반영하는 방향이 더 타당하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이처럼 정부안과 민주당안에 대한 지적이 계속되고 있지만 민주당은 중대재해법 입법을 서두르겠다고 공언했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매일 회의를 열어서라도 이번 임시국회 회기 내 입법을 완료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중대재해법#처벌조항 부적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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