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邪)가 낀 정부의 시장 개입[오늘과 내일/김광현]

김광현 논설위원 입력 2020-12-17 03:00수정 2020-12-17 03:20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간편결제, 배달앱 시장에 정부가 선수로 뛰어
과정은 불공정하고, 결과는 세금낭비 비효율적
김광현 논설위원
비단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에서도 정부 여당의 일방통행이 도를 넘었다. 과연 이 나라가 시장경제 체제가 맞는 것인가 혹은 사회주의 경제로 가는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인 정책이 여럿 있다. 여기에는 정치 문제에서와 마찬가지로 항상 좋은 의도라고 포장하지만 실제로는 자신들의 철저한 이해관계에 입각한 것들이 많다. 가장 나쁜 것은 이런 정책들에 막대한 세금까지 투입되는 일이다.

대표적인 예로 제로페이, 공공배달앱 같은 것들이다. 일단 포장은 그럴싸하다. 수수료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를 대통령, 장관이나 시장, 도지사가 나서 도와주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때는 대개 독점 등에 의해 누군가 폭리를 취하고 있는데 이를 막을 길이 없다거나, 시장에만 맡겨둬서는 환경보호 등 공공의 이익을 보장할 수 없을 때다.

지금 시장에서는 핀테크 열풍이 불어 신용카드 외 각종 간편결제 수단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그리고 배달의민족을 비롯해 수많은 배달앱 서비스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렇다면 중앙이든 지방이든 정부가 할 일이 이런 업자들에게 경쟁을 더 부추겨 수수료를 낮추게 만들고, 수수료를 왕창 낮출 수 있는 혁신적인 벤처가 나올 수 있도록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 걸림돌은 없애주는 것이다.

실제는 정반대다. 심판이어야 할 정부가 직접 운동장에 뛰어들었다. 공무원들이 핀테크에 대해 자체 기술력이나 경영 노하우라곤 눈곱만큼도 있을 리가 없다. 가진 것이라곤 세금과 규제 권한뿐이다. 아니나 다를까 여태 제로페이에 들어간 세금만 500억 원이 넘는다. 제로페이가 아니라 세금페이인 셈이다.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수수료 절감 효과는 작년부터 올해 6월까지 가맹점당 최대 9000원 남짓이다. 과정은 불공정하고 결과는 비효율적이다.

주요기사
며칠 전 문재인 대통령이 자영업자의 임차료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찾아보라고 주문한 같은 날 한 여당 의원이 황당한 법안을 발의했다. 정부가 집합 금지 혹은 제한 조치를 내린 업종의 자영업자들에 대해서는 임대인이 임대료를 아예 못 받게 하거나 대폭 삭감하게 하는 일명 ‘임대료 멈춤’ 법안이다. 임대료는 일종의 시장가격이자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 재산권이다. 만약 이 법이 시행되면 일시적 혜택은 있을지 모르나 그에 못지않은 부작용이 닥쳐올 게 뻔하다. 임대차보호법이 가져온 작금의 전월세 대란을 보면 알 수 있다.

정부의 지나친 개입이 불러온 대표적 참사는 소득주도성장을 위한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부동산정책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곳에 원하는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간단한 시장원리를 무시하니 온갖 억지스러운 대책과 이를 수습하기 위한 발언들이 쏟아진 것이리라. 예컨대 서울 요지의 재개발 재건축은 꽁꽁 묶어 놓고 주변 지역에 공공임대주택을 늘리겠다는 것이나 호텔을 개조해 도심의 임대주택으로 활용하겠다는 발상들이다. 대통령, 여당 간부가 나서 공공임대주택 빌라도 살기 좋은 곳이라고 치켜세우는데 싸고 질 좋은 정부미를 놔두고 왜 일반미만 찾느냐고 묻는 격이다.

공공임대주택 확충은 서민의 주거 안정이라는 측면에서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정책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민간주택 수급까지 정부가 억지로 틀어막으니까 온갖 대책에도 약발이 안 통하는 것이다. 근본적인 이유는 제로페이, 공공배달앱과 마찬가지로 부동산정책 역시 정치적인 의도 때문이다. 집단적 사(邪)가 잔뜩 낀 시장 개입 정책들은 그 자체로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고 설령 일시적 성과를 거둔다고 해도 세금 지원이 끊기면 금방 무너질 모래성들이다.

김광현 논설위원 kkh@donga.com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