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공정 메시지’ 90분만에… 법무부, 징계위 2번째 미뤄

신동진 기자 , 위은지 기자 입력 2020-12-04 03:00수정 2020-12-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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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업무복귀]2일→4일→10일로 연기
3일 오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왼쪽 사진). 같은 날 오후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날 법무부는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 첫 기일을 4일에서 10일로 연기하기로 했다. 과천=뉴시스
“법무부가 명분 싸움에서 또 진 것 같다.”

법무부가 3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 기일을 10일로 다시 연기하자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반응이 나왔다. 법무부가 징계위 날짜를 사흘 새 두 번이나 미루며 10일에 열기로 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징계위가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강조한 지 1시간 반 만에 나온 조치다.

법무부는 당초 2일 징계위를 열기로 했다가 1일 서울행정법원의 윤 총장 직무복귀 결정이 나온 직후 4일로 연기했다. 이후 윤 총장 측은 2일 “징계위 첫 기일 전 5일 이상 유예 기간을 두도록 한 형사소송법 위반이므로 8일 이후로 미뤄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다가 문 대통령의 지침이 나온 직후 “충분한 방어권을 보장하려는 취지”라며 재차 연기했다.

○ ‘2일→4일→10일’… 사흘 동안 두 차례 연기

3일 오후 4시까지 법무부 안에서는 ‘4일 징계위 강행’과 ‘기일 재지정’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고 한다. 이날 법무부 청사로 첫 출근을 한 이용구 신임 법무부 차관은 징계위 일정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4일에 연다는 것밖에 모른다”면서도 “가장 기본적인 절차적 정의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적법 절차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정하고 투명하고 중립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도록 하겠다. 결과를 예단하지 마시고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이 차관은 검사징계법에 따라 당연직 징계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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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검찰국은 징계위를 4일 열어도 법률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원래 2일이 첫 기일이었고 그로부터 5일 전에 이미 공소장 부본과 1회 기일을 통지했으므로 적법한 절차를 밟았다는 것이다. 특히 한 차례 기일 연기가 당사자인 윤 총장 측 요청으로 이뤄져 ‘5일 유예 기간’을 새로 적용할 필요가 없다고 법리 검토를 마쳤다. 이 차관 등은 결국 윤 총장의 방어권 등을 고려해 “징계위를 서둘러 강행하는 것보다 연기하는 게 낫다”고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징계위원들의 일정 등도 감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선 다른 해석이 나왔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검사징계법이 준용하도록 돼 있는 형사소송법 규정에는 당사자 방어권 보장 및 소명 기회 부여 차원에서 1회 기일의 경우 충분한 시간을 두도록 명시했다. 법무부가 조문을 잘못 해석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실무진이 윗선 뜻에 맞춰 무리하게 절차를 추진하다가 실수를 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법무부가 징계위를 연기한 배경에 문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고려가 반영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앞서 외부 인사로 구성된 법무부 감찰위원회는 윤 총장에 대한 감찰 과정에 대해 “소명 기회 미부여 등 절차에 중대한 흠결이 있다”고 만장일치 결정을 내렸다. 서울행정법원도 “직무배제는 징계 절차 과정에서 방어권을 보장한 채로 충분히 심리한 뒤 이뤄져야 헌법상 적법 절차 원칙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법원과 법무부 자문기구에서 모두 절차적 정당성 문제를 지적한 상황에서 징계위 절차를 두고 또다시 위법 소지가 불거진다면 해임 등 중징계 처분에 대해 윤 총장이 불복 소송을 제기할 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물론이고 최종 결정권자인 문 대통령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다.

○ 법무부, 尹에 증인신문 허용하고 감찰기록 제공

추 장관이 징계위에 참여하는 2명의 검사 위원으로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과 신성식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그대로 밀고 갈지도 주목된다. 윤 총장 측은 이른바 ‘재판부 사찰 문건’을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에 제보한 것으로 알려진 심 국장은 물론이고 이 차관에 대해서도 기피 신청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윤 총장 측은 징계위원 중 기피 대상을 판단하기 위해 법무부에 징계위원 명단 정보 공개를 요구했지만 법무부는 “사생활 비밀 및 징계의 공정성, 원활한 위원회 활동 침해 우려를 이유로 공개가 어렵다”며 거부했다. 그 대신 법무부는 징계위 심의 과정에서 윤 총장 측이 요구한 증인신문을 허용하고 감찰기록도 일부 제공했다. 법무부 검찰국 출신의 한 검사는 “징계위원 기피는 대상자 방어권을 위해 도입된 제도이기 때문에 사전에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 절차적 정당성 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10일 징계위를 열겠다고 발표했지만 계획대로 위원회가 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부 징계위원들은 “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는 의사를 법무부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4일 회의에 참석하기로 했던 징계위원들조차 기일 변경을 급하게 통보받아 아직 구체적인 회의 시간을 조율하지 못했다고 한다.

신동진 shine@donga.com·위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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