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켜고 졸거나 전방주시 태만… 고속도 멈춰선 차량-사람 덮쳐
2차사고 사망 14%는 크루즈 관련
교통사고 감소에도 2차 사고 38%↑… “주행 보조 장치 위험성 고지 강화를”
지난달 15일 경남 함양군 광주대구고속도로 거창 나들목 인근에서 발생한 고속도로 2차 사고 현장. 한국도로공사 제공
4일 서해안고속도로 전북 고창 분기점 인근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한 대가 교통사고를 수습하던 현장을 덮쳐 전북경찰청 소속 이승철 경정(55)과 30대 견인차 기사가 숨지는 ‘2차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 조사 결과 SUV 운전자는 주행 보조 장치의 일종인 적응형 순항 제어 기능(어댑티드 크루즈 컨트롤·ACC)을 켜 둔 채 졸음운전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2년간 발생한 고속도로 2차 사고 사망자 가운데 8명(14%)이 이처럼 ACC 기능을 켜고 주행하던 차량의 부주의로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선행 사고로 멈춰 선 차량이나 사람을 뒤따르던 차량이 덮쳐 발생하는 2차 사고가 늘어나는 건 주행 보조 기술에 대한 운전자의 과신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2차 사고 사망자 14% ACC 관련
25일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이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2025년 고속도로 2차 사고는 139건으로 2022∼2023년(101건)에 비해 약 38%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전체 교통사고 건수는 3138건에서 2985건으로 줄었지만 2차 사고는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경찰과 도로공사는 ACC 기능 사용 증가를 2차 사고가 늘어난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ACC는 운전자가 별도로 조작하지 않아도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고, 설정한 속도로 정속 주행을 돕는 기능이다.
ACC 작동 중 발생한 교통사고는 2020∼2023년 연평균 2.75건에 그쳤지만 2024년에는 12건으로 급증했고 지난해에도 8건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ACC 사용 중 발생한 2차 사고는 2020∼2023년에는 한 건도 없었으나 2024년과 지난해 각각 3건으로 집계됐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현재는 사망 등 인명 피해가 발생한 사고를 중심으로 원인을 집계하고 있어 실제 ACC로 인한 2차 사고는 통계보다 더 많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차 사고는 사고 차량이나 사고 수습 인력 등이 고속도로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상황에서 발생해 일반 교통사고보다 치사율이 높다. 2024년 2차 사고 치사율은 44%로 같은 기간 전체 교통사고 치사율(10%)의 약 4배에 달했다.
지난해 발생한 2차 사고의 78%는 졸음운전이나 전방 주시 태만이 원인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ACC는 움직이는 차량을 인식해 차간 거리 유지나 정속 주행을 돕는 기능”이라며 “사고로 정지한 사람이나 차량은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상적인 주행 흐름과 무관한 정지 물체는 ACC의 기본 인식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 예방 시스템 효과 미미… “감속 의무화 검토”
도로공사는 지난해 9월 서해안고속도로 서울 방향 약 500m 구간에 예산 5500만 원을 들여 ‘2차 사고 예방 시스템’을 설치했다. 사고 당사자가 도로변에 설치된 스위치를 직접 눌러 점멸등을 작동시켜 뒤따르는 차량 운전자의 주의를 높이는 장치다. 그러나 설치 이후에도 해당 구간의 사고가 이어졌고, 주행 속도 역시 설치 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또 ACC 기능을 탑재한 차량이 늘어나고, 주행 보조 기능에 대한 운전자들의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사고 당사자의 수동 조작에 기대는 방식 자체가 2차 사고 예방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차량 판매 단계부터 크루즈 컨트롤 기능의 한계와 위험성에 대한 고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내비게이션 음성 안내를 통해 2차 사고 위험 구역을 알리거나 크루즈 기능 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지속적으로 환기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2차 사고 예방을 위해 사고 지점 후방에 탈부착형 충격 흡수 시설(TMA)을 배치하고, 안전 조치 이격 거리를 기존 50m에서 150m로 확대하는 개선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교통사고 현장을 지날 경우 감속을 의무화하는 도로교통법 개정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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