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너머로 삶들이 밀려온다

임희윤 기자 입력 2020-12-02 03:00수정 2020-12-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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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조-최백호-주현미, 김현철과 ‘신선한 콜라보’
지난달 27일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한 무대에 선 주현미(왼쪽)와 김현철. Fe&Me 제공
음성이 들린다기보다 인생이 불어온다. 스피커 너머로 삶들이 밀려온다.

정미조(71) 최백호(70) 주현미(59). 노래의 나이테를 품은 가수들이 싱어송라이터 김현철(51)의 새 음반 ‘Brush’(11월 30일 발매)에 참여했다. ‘리마인드 웨딩’, 죽음, 이별을 노래하는 저들의 목소리가 적잖이 무겁되 따사롭다.

타이틀곡 ‘Remind Wedding’(김현철 작사 작곡 편곡)이 가장 의외의 조합. 주현미가 불렀다. 서구식 팝과 발라드에 능한 김현철이 처음 트로트 가수와 작업한 곡. 인생 동반자에게 전하는 눈물 어린 감사 메시지를 절절한 발라드의 드라마에 담았다.

1일 전화로 만난 주 씨는 “3년 전 현철 씨가 진행하는 라디오에 출연했다 협업 제안을 받았고 마침내 함께 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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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 제가 노래하던 스타일과는 너무도 달랐어요. 청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길게 천천히, 호흡으로 끌어가야 하는 노래였죠. 저도 나이 먹고 결혼에 대한 생각을 오래 가지고 오다 보니 자연스레 감정이 잘 발산된 것 같습니다.”

다음 곡도 만만찮게 눈물샘을 찌른다. 최백호가 부른 ‘우리들의 이별’(작사 작곡 정밀아, 편곡 조삼희 김현철). 고즈넉한 클래식 기타와 트롬본이 버스 창가에 노을을 띄우면 최백호가 귓전에 속삭이듯 정한을 불어넣는다. ‘음 시간이 지나면/무뎌진다고 했나/아니 나는 자신 없소’.

최 씨는 “단순한 이별 노래 같지만 실은 죽음을 다룬 것 같다.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처럼, 사랑하는 이를 보내기 직전의 심정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1970년대 데뷔한 정미조는 난생처음 프랑스어 노래를 녹음했다. ‘´Ecoute, la pluie tombe(들어봐요, 비가 와요)’(작사 유발이, 작곡 편곡 김현철). 플루트가 겨울바람처럼 불어오는 파리 센 강변을 정 씨의 목소리가 보사노바 리듬으로 산책한다.

정 씨는 “13년간 파리에서 미술 유학을 했지만 불어로 녹음하는 것은 다른 얘기였다. 정확성을 기하려 프랑스인인 조카사위에게 카톡을 보내 발음과 강세를 감수받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무려 13년 만의 정규앨범, 10집 ‘돛’을 내고 활동을 재개한 김현철은 요즘 젊은 세대에게 상쾌한 질주감의 시티팝, 그 ‘조상’처럼 여겨진다. 삶의 회한으로 찬 앨범을 낸 이유는 뭘까.

“요즘 화두는 ‘인생 유한(有限)’이에요.”

네 곡짜리 신작의 마지막 노래는 그래서 그가 17세 때 지은 습작 ‘너는 내겐’. 조동진(1947∼2017)의 영향이 짙다. 생전의 조 씨에게 한 번 들려줄 기회가 있었는데 “그거 내 노래 아니냐”는 평을 들었다고. 34년 묵힌 미발표 곡을 전기 시타르, 아이리시 휘슬 같은 이국적 악기로 채색했다. 프렛리스 베이스는 조동익에 대한 오마주.

“네 곡짜리 미니앨범이지만 제 평생에 기념비적인 앨범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앞으론 제 머릿속에 있는 모든 음악을 남김없이 발표해 보고 싶어요. 하나하나 인생의 발자취인데 더 숨겨둬서 뭐 하겠어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주현미#김현철#콜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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