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우치지 않은 리더’가 된다는 것[Monday D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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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손자 자사(子思)가 지은 것으로 알려진 ‘중용(中庸)’은 원래 ‘예기(禮記)’의 한 편이었다가 송나라 때 사서(四書) 체제가 확립되면서 별도의 경서로 독립했다. ‘중용’의 핵심은 말 그대로 중용이다. 나의 마음이 ‘어느 한쪽에 치우치거나 기대지 않고, 지나침도 모자람도 없이(中) 언제나, 항상 그러한(庸)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았는지, 정도가 지나쳤는지 모자랐는지 판단하는 기준은 고정돼 있지 않다. 이 판단 기준은 환경이 변화하는 양상에 따라서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중용이란 내가 서 있는 지금 이 자리에서 가장 적절한 지점을 찾는 노력이자 자세라고 볼 수 있다.

조선 정조(재위 1776∼1800)는 ‘중용’의 내용 중에서도 특히 ‘시중(時中)’과 ‘정성(誠)’에 주목했다. 그는 규장각에 소속된 문신을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 시중과 정성이 왜 중요한지를 묻는 문제를 내기도 했다.

먼저 시중은 ‘때(時)에 맞는 중용’을 의미한다. 즉 중용이 ‘지금 여기’에 꼭 알맞은 선택을 하는 것이라면 ‘지금 여기’가 어떤 상황인지부터 헤아려야 한다는 것이다. 중용은 어려운 철학 이론이나 고상한 척하는 실천법이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에서 최적의 지점이 중용이고, 그 지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용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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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시중이 무엇인지 머리로는 알아도 그것을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중용에서 다음으로 강조하는 것이 바로 ‘정성(誠)’이다. 정성은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내가 가진 역량을 남김없이 쏟아내는 것이며, 나 자신과 다른 사람을 속이지 않는 것이다.

내가 최선을 다하지 못할까봐 걱정하는 것, 게을러지고 방심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 상대방을 진심으로 대하고 소통하는 것 또한 정성이다. 정성이 있어야 나도 성장하고, 마음을 움직여 상대방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 이를 통해 중용을 실천하고 시중을 구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정성은 조선시대 왕에게 매우 강조됐다. 왕이 주어진 책임을 완수하고 맡은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그야말로 쉴 틈 없이 지극한 정성을 다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하가 왕에게 잔소리하는 수단으로 ‘중용’이 사용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정조의 아버지 사도세자는 대리청정 시절, 신하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저하께서 요즘 ‘중용’을 공부하고 계시는데 ‘중용’에 이르기를 ‘정성스럽지 못하면 만물도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했고, ‘정성이란 하늘의 도리로서, 정성이 없이 하늘을 감응시킨 자는 없다’라고 했습니다. 지금 저하께서는 움직이시거나, 가만히 계시거나, 말씀하시거나 행동하시는 순간에 항상 정성을 다하십니까? 아니하십니까?” 이런 얘기를 듣는 왕도 참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리더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오늘날의 리더들도 마찬가지다. 조직의 리더는 늘 시험대에 서 있다.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아 리더라는 자리에 올랐지만 늘 부하 직원이나 주변인들로부터 ‘과연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의심받는다. 아무리 열심히 일하더라도, 혹여 성과를 내더라도 말이다. 리더 본인도 스스로에게 의구심을 갖기는 마찬가지다. ‘지금 당신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그렇다’라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겸손함 때문이 아니더라도 최선을 다한다는 게 과연 어느 정도를 의미하는지 막연하기 때문이다. 정성의 본래 특성이 그렇다.

그러므로 정성이란 내가 꾸준히 노력할 수 있도록, 포기하지 않고 완벽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자신을 채찍질하는 일종의 의무 기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늘 부족한 점이 없는지를 반성하며, ‘내가 더 정성을 다해야지’라고 다짐하는 마음가짐이 나의 게으름을 방지하고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줄 것이다.

※이 글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308호(2020년 11월 1일자)에 실린 글 ‘중용이란… 항상 정성을 다하는 것입니다’를 요약한 것입니다.

김준태 성균관대 한국철학인문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 akademie@skku.edu
#리더#공자#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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