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과학자 암살 배후로 이스라엘 지목… ‘바이든 외교’ 악재

카이로=임현석 특파원 입력 2020-11-30 03:00수정 2020-11-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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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 외곽서 괴한에 습격 당해… 2003년 중단된 프로젝트 이끌어
서구 정보기관선 “계속 진행 의혹”… 이란은 “민간 우라늄 농축작업”
이란 보복방침 밝혀 정세 요동… 바이든 중동 외교구상 차질 우려
이란에서 핵 개발을 주도해 온 것으로 알려진 과학자가 이란 수도 테헤란 외곽에서 암살되면서 중동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이란이 테러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보복 방침을 밝히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중동 외교 구상이 취임 전부터 대형 악재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 국영 IRA통신에 따르면 이란 핵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59·사진)가 27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동쪽으로 40km 떨어진 소도시 압사르드에서 괴한의 총격을 받아 숨졌다. 통신은 목격자 증언을 토대로 파크리자데가 승용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에 차 인근 트럭에서 폭발물이 터졌고, 이후 괴한들이 나타나 승용차에 총격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사건 직후 공개된 사진을 보면 승용차 앞 유리창에 총탄 3발 이상이 관통한 것이 확인된다.

파크리자데는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이어진 이란의 핵무기 개발 계획인 ‘아마드 프로젝트’를 주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서방 측 반발과 제재 움직임으로 인해 2003년 해당 프로젝트는 공식적으로 폐기됐지만, 서구 정보기관들은 그가 이후로도 비밀리에 이란의 핵무기 개발에 참여했을 가능성을 제기해 왔다. 2011년 유엔보고서는 그가 이란의 핵무기 기술 개발에 참여했으며, 여전히 핵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반면 이란은 이와 같은 의혹 제기에 민간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에 불과하다며 반발해 왔다.

이란은 파크리자데 암살 배후에 이스라엘이 있다며 즉각 보복을 다짐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세계의 오만한 세력이 시오니스트(유대 민족주의자)를 용병으로 삼아 자행한 범죄”라고 비난했다.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 또한 트위터를 통해 “이스라엘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곧 전쟁 도발을 뜻한다”며 보복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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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이전에도 이란 핵 개발을 저지한다는 명분으로 이란 핵 과학자들을 암살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2012년 1월 이란 핵 과학자 모스타파 아마디 로샨이 자신의 차량 밑에 부착된 자석 폭탄이 터져 사망했을 때에도 배후로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지목됐다.

파크리자데 또한 이스라엘의 표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2018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모사드가 이란에서 빼돌린 핵 개발 관련 기밀자료를 공개하는 자리에서 “파크리자데라는 인물이 지금도 진행 중인 핵 개발 프로그램의 책임자”라며 이름을 공개한 바 있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암살로 2015년 이란과 맺은 핵합의(JCPOA)를 복원하려는 바이든 당선인의 계획에도 어려움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내년 1월 취임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018년 일방적으로 파기한 이란과의 핵합의를 복원하고, 외교적 루트를 통해서 이란과의 갈등을 풀겠다고 수시로 밝혀 왔다. 이란 내에서 현재 공식적으로 폐기한 핵 개발을 재개해야 한다는 강경파 목소리가 커질 경우, 외교적 타결은 쉽지 않은 상황이 된다.

다만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 방송은 이란 내부에서 신중 대응론도 적지 않다고 보도했다. 이란 대통령실 전략문제연구소의 디아코 호세이니 연구원은 알자지라에 “이스라엘의 의도는 이란과 미국 차기 행정부 간 갈등을 부추기고 외교를 어렵게 하려는 것임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카이로=임현석 특파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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