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檢지휘부 26명 중 23명이 秋 결정에 반기

신동진 기자 , 고도예 기자 입력 2020-11-27 03:00수정 2020-11-27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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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직무배제]빠르게 번지는 검찰 집단반발
일선 檢지휘부 26명중 23명 성명… “대다수 검사 법치훼손 걱정”
26일 ‘검사선서’가 걸려 있는 서울중앙지검의 1층 로비를 검찰 관계자들이 휴대전화를 보면서 걸어가고 있다. 평검사들과 중간간부, 고위간부 등은 이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재고를 요청하는 성명을 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특정 사건의 수사 등 과정에서 총장의 지휘 감독과 판단 등을 문제 삼아 직책을 박탈하려는 것은 아닌지 깊은 우려를 표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 배제 명령에 대해 조상철 서울고검장 등 일선 고검장 6명 전원이 26일 오전 10시경 공동성명을 내고 추 장관에게 판단 재고를 요청했다. 검찰 내부에서 9명뿐인 고검장급 인사 가운데 일선 검찰청을 관할하는 ‘야전사령관’ 고검장 전원이 ‘검찰사무 최고감독자’인 추 장관 결정에 반기를 든 것이다.

고검장들의 집단 의견 표명 약 3시간 뒤 일선 검사장 20명 가운데 17명은 “대다수 검사들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법치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 아닌가 걱정하고 있다”며 같은 의견을 냈다.

○ 고검장 중 친정부 성향 2명 빼고 전원 반기

서울과 부산, 대전, 광주, 수원고검장 등 6명은 전날 심야 회동이 무산된 지 하루 만에 검찰 내부망에 1200자(字) 분량의 공동 입장문을 올렸다. 장영수 대구고검장은 26일 오전 10시 10분 고검장 6인 명의로 올린 글에서 “검찰총장의 임기제도(2년)는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정치 외풍’을 차단하고 직무의 독립성 확보를 위한 법률적 장치”라며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에서부터 직무 집행정지까지 많은 논란이 빚어지는 이유는 총장 임기제를 무력화하고 궁극적으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한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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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고검장은 올 7월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 발동을 통해 윤 총장의 지휘감독권을 박탈한 뒤에도 대검찰청에 모여 ‘총장 사퇴 불가’로 윤 총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당시 비공개 숙의 결과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이번엔 각각의 이름과 직책을 담아 입장을 공개한 것이다. 고검장들은 입장문 말미에 “앞으로도 검찰 구성원 모두와 함께 국민을 위한 공복으로서 맡은 소임을 다하겠다”며 사표를 쓰지 않고 자리를 지킬 의사를 분명히 했다.

윤 총장을 대신해 총장 권한대행을 맡은 조남관 대검 차장과 차기 총장 1순위로 꼽히고 있는 고기영 법무부 차관은 입장 표명에 동참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올 1월 추 장관 취임 이후 각각 법무부 검찰국장과 차관으로 추 장관을 보좌한 친정부 인사로 분류된다.

지난해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당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관련 수사를 이끌었던 배성범 법무연수원장도 이날 오후 5시 28분 이프로스에 “최근 상황에 침묵할 수 없어 의견을 올립니다”라며 글을 올렸다. 배 원장은 동료 고검장들과 뜻을 같이했지만 법무연수원이 법무부 산하기관이라 공동성명에는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배 원장은 “엄정 공정해야 하고, 사법정의의 가늠자로 보여질 수 있는 검찰총장 징계 절차에 있어 절차 개시의 상당성, 사실관계의 공정한 조사, 검찰총장의 반론권 등이 적법, 적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보장됐는지 심각한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 서울중앙-동부-남부만 불참…일선 검사장 17명 성명

전국의 일선 검사장 20명 가운데 단 3명이 빠진 검사장들의 성명은 고검장 성명보다 직설적이었다. 법무부 기조실장을 지낸 김후곤 서울북부지검장 등 17명은 오후 1시경 검찰 내부망에 “검찰의 민주적 통제와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고자 하는 검찰개혁의 목표가 왜곡되거나 그 진정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법무부 장관님께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 등을 냉철하게 재고해 바로잡아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며 “일선 평검사들의 충정 어린 목소리에도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추 장관의 지시로 윤 총장 가족 및 측근에 대한 수사를 지휘 중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애초 논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추 장관 아들의 군 휴가 특혜 의혹을 무혐의 처분한 김관정 서울동부지검장과 추 장관이 윤 총장의 부당 지휘 의혹을 제기한 라임 사태 수사를 맡고 있는 이정수 서울남부지검장은 공소유지 및 수사 사안을 고려해 이름을 넣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 내부에서는 “직무 배제된 총장을 대신해 고검장, 검사장들이 정치 외풍을 막는 ‘우산’ 역할을 대신 자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선 검사장과 고검장 26명 중 88%인 23명이 윤 총장 옹호 글을 올리자 미리 성명을 준비한 후배 검사들도 직급, 검찰청 단위로 ‘도미노 성명’을 이어갔다. 중간 간부인 부장검사, 지청장, 인권감독관 일동 등 120여 명이 오후 잇달아 성명을 발표했다. 검사가 아닌 일선 검찰청 20곳의 사무국장들도 추 장관의 처분이 위법 부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신동진 shine@donga.com·고도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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